지나온 능선, 뒤쪽의 흐릿한 산은 도봉산이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1월 10일(토), 맑음, 추운 날
▶ 산행거리 : 도상 23.3㎞
▶ 산행시간 : 8시간 6분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5 : 34 - 명일역(明逸驛)
06 : 48 - 녹양역(綠楊驛), 하동교, 산행시작
07 : 06 - 천보산 약수터
07 : 40 - 천보산(天寶山, △335.5m)
07 : 58 - 탑고개
08 : 42 - 성바위
08 : 50 - 백석이고개(白石伊--)
09 : 11 - ┣자 축석령 갈림길
09 : 50 - △376.3m봉,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10 : 05 - 어하고개(御下--, 원바위고개)
10 : 40 - 석문령(石門嶺), 천보산 약수터
11 : 12 - 천보산(天寶山, △341.4m)
11 : 34 - 회암령(檜岩嶺, 투바이고개)
12 : 06 - 천보산(天寶山, 423m)
12 : 25 - ┣자 해룡산 갈림길
12 : 33 - 장림고개(長林--)
12 : 54 - 칠봉산 솔리봉(수리봉), 점심
13 : 20 - 칠봉산 돌봉(七峰山, 506m)
13 : 42 - 칠봉산 깃대봉,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으로 감
14 : 28 - 쉼터, 헬기장, ┤자 능선 분기
14 : 54 - 종이골, 지행초교, 산행종료
15 : 05 - 지행역(紙杏驛)
1. 멀리 왼쪽은 감악산, 오른쪽은 마차산, 오른쪽 앞은 레이크우드 C.C
▶ 천보산(天寶山, 423m)
천보산에서의 이른 아침 조망은 어떠할까? 새벽에 집을 나서 명일역 첫 전철 타고 두 차례 환
승하여 의정부 녹양역에 내리니 06시 48분. 아직 어둡다. 해가 뜨려면 1시간 정도 지나야 한
다. 하동교 건너고 바로 산기슭에 다가가자 여러 개의 산행표지기가 기척하여 나풀거리며 등
로를 안내한다. 컴컴하다. 더구나 서쪽 사면이다.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것이 암면이거나 마사
토이겠지 하고 골라 디뎠는데 오판했다. 땡땡 언 얼음장이다. 다행히 오가는 이가 없어 넉장
거리 우세는 면했다.
사람 발길이 난 등로는 온통 빙판이다. 아예 잡목숲 헤치며 생사면을 치고 오르는 편이 낫다.
오지를 간다.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고 군사도로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불암사 가고 오른쪽 소
로로 사면 돌면 산모롱이 천보산 약수터 지나 주릉에 오르게 되고 천보산으로 간다. 쉼터이기
도 한 천보산 약수터는 훤히 불 밝혔다. 샘물이 파이프 타고 졸졸 흐른다.
점점 눈에 익는 등로 따라 사면을 질러가고 군부대 철책에 닿는다. 철책 너머로 개 한 마리가
보초 섰다. 열심히 짖어댄다. 등로는 철책 옆으로 나 있다. 두어 번 골짜기로 내리쏟고 올라
주릉이다. 한적한 새벽. 소나무 숲길. 길섶으로 간다. 언 눈 바스러지는 소리가 날선 바람 끝
과 어울려 날카롭게 들린다.
등로 옆 전망 좋은 바위마다 들려 수락산과 도봉산의 아침을 엿보는데 어슴푸레하여 더 춥다.
카메라 감도 높였지만 셔터소리가 둔탁하다. 천보산. 이 동네주민 세 분과 함께 올랐다. 그들
은 빈손이다. 묵직한 배낭 맨 내가 어색하다. 데크전망대에서 잠시 서성이며 주위 둘러보고
내린다. 천보산 내리는 길이 험로다.
데크계단 지나고 숫제 빙벽이다. 밧줄 잡고도 쭉쭉 미끄러지니 팔심 부친다. 잠깐 이러다 말
겠지 한 내 예단은 크게 빗나갔다. 등로의 빙판은 햇볕 드는 군데군데 잠깐을 제외하고 도상
23.3㎞ 종이골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무리 평지낙상이 암보다 위험하다지만 이
런 밋밋한 육산에서 아이젠을 차기에는 어쩐지 멋쩍다. 아이젠을 차면 겨울날 산길을 걷는 재
미가 확 줄어든다.
천보산 다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인 탑고개다. 고갯마루에 커다란 돌탑이 있긴 하다. 이정
표에 여기서 어하고개까지 8㎞. 약간 주눅이 든다. 탑고개에서 한 피치 오른 260m봉은 삼국
시대 고구려의 보루(堡壘)라고 한다. 삼국시대 한강 주변은 치열한 각축장이었다. 아차산, 용
마산, 망우산,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불곡산, 천보산 등 40여 곳에서 그 시대의 보루가 보인
다고 한다.
성바위(城--)가 또 하나의 보루로 여겨진다.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직등하여 갈 길 온 길 조망
한다. 뚝 떨어진 안부는 ┼자 갈림길인 백석이고개다. 이곳에 차돌(白石)이 많다고 하여 붙여
진 이름이다. 고갯마루에 쌓는 중인 돌탑 한 기가 있다. 대슬랩을 밧줄 잡고 올라 천보산 3보
루인 △286m봉 헬기장이다. 삼각점은 판독불능.
2. 도봉산과 사패산(오른쪽)
3. 불곡산
4. 멀리 왼쪽은 마차산, 오른쪽은 소요산
6. 불곡산
7. 수락산
8. 멀리 왼쪽이 마차산
9. 불곡산
10. 수락산
11. 멀리 왼쪽은 운악산
┣자 갈림길. 이정표에 오른쪽은 축석령(祝石嶺) 1.2㎞다. 축석령에 사시는 오지산행의 원조
썩어도준치 회장님이 생각난다. 회장님과의 오랜 산행추억은 때때로 헛헛한 심사를 잊고 젊
은 날 무모하다할 의기를 만만케 한다. 엊그제는 회장님께서 “지금 일본인들이 미국 글렌데
일 시민공원에 설치한 위안부 소녀상 철거운동을 벌이며 서명을 하고 있다 하여 우리도 이에
맞서 서명하자”고 카톡 문자를 주셨다.
축석령 ┣자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자 능선 분기봉이다. 오른쪽 능선 역시 축석령
으로 간다. 능선마루 전망바위에 올라 사방 둘러 산천경개 구경하고 그 잔영으로 패러글라이
딩 활공장인 △376.3m봉을 오른다. 벙커 위에 있는 삼각점은 ‘포천 25’. 굴곡이 없어 372m봉
은 짚어내지 못하고 완만하게 지나다 깊은 절개지 오른쪽 가장자리 계단 내리니 어하고개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무악대사와 회암사(檜巖寺)를 찾았을 때 산세를 보려고 지금의 칠봉산인
어등산(御登山)을 올랐다가 천보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20리쯤 되는 이 고개로 내려왔다 하여
어하고개라고 전한다. 다른 이름으로 원바위고개라고도 하는데, 미군이 전략상 필요에 의해
표시한 ‘1Y(원와이)가 변한 이름이라고 한다.
도로 건너고 절개지 오른쪽 가장자리 슬랩을 밧줄 잡고 오른다. “이곳은 사격장 인접지역으
로 사격시 위험하니 사격소리가 들리면 이 지역을 회피하여 주세요.”라는 경고를 능선 곳곳
에 달아놓았다. 소총 사격소리가 들린다. 회피하고자 걸음 빨리 한다. ┤자 지능선 분기하는
곳에 출입금지라고 65사단에서 엄중히 경고하고 있지만 그쪽으로도 등로가 반질반질하다.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의하면 석문령이다. 고갯마루 왼쪽
으로 20m 떨어진 곳에 천보산 약수터가 있다. 들린다. 이곳 약수도 파이프 타고 흘러 누군가
받쳐놓은 대접을 넘친다. 그 한 대접 마시니 폐부에 싸한 기운이 퍼진다. 그리 오르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등로다. 빙판 지나다 미끈하면 얼른 등로 가장자리 번갈아 밟는다. 이러니 등로
가 자꾸 넓어질 수밖에.
△341.4m봉(삼각점은 포천 459)도 ‘하늘이 내린 보물’이라는 천보산이다. 간이운동시설과 육
각정자가 있는 쉼터다.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내림길 오른쪽 사면은 공동묘지다. 건물 벽에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LK 23-43”라고 쓰여 있다. 어찌 망자에게만 낙원이
랴. 기실 산객이 낙원에 있는 것이 아닐까?
회암령. 투바이고개라고도 한다. 미군의 전략상 표시 2Y(투와이)가 변해서 일 것. 56번 국도
가 지난다. 도로 건너 군사도로로 간다. 한 피치 오른 능선마루에서 군사도로는 멈추고 소로
가 이어진다. 회암사지 가는 길목의 전망바위 위에 벤치 놓인 쉼터가 있다. 날이 추워 따끈한
커피가 더욱 맛이 난다. 사토 부슬거리는 가파른 능선을 밧줄 잡고 오르면 암봉인 천보산이
다. 빼어난 경점이다.
12. 지나온 천보산
13. 멀리 가운데 불암산이 살짝 보인다. 그 앞 오른쪽은 수락산
14. 불곡산
15. 수원산, 그 뒤 가운데가 운악산
16. 멀리 가운데가 운악산
17. 천보산맥, 그 뒤는 도봉산
18. 왼쪽 멀리는 죽엽산(?)
19. 천보산(天寶山, △341.4m)
20. 천보산(天寶山, 423m), 그 뒤는 지나온 천보산맥
▶ 칠봉산(七峰山, 506m)
천보산 정상 지나고 석축 허물어져 금줄 친 보루를 왼쪽으로 돌아간다. ┣자 갈림길. 이정표
에 오른쪽은 해룡산 3.0㎞. 김시습이 『가현(椵峴)』에서 “십 년 세월 남북으로 떠다녔건만/
갈림길에만 서면 애가 타네(十年南北去 歧路正銷魂)” 했듯이 나도 갈림길에만 서면 애가 탄
다. 해룡산 넘어 왕방산으로 갈까 몇 번이나 망설이다 칠봉산을 향한다.
동두천 MTB 코스와 함께 간다. 응달진 눈길 사면을 엉금엉금 기어내리고 장림고개다. 옛날
에는 숲이 우거져 앞이 보이지 않는 고개였다. 육교를 놓았다. 육교 양쪽 난간은 MTB 타는
사람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모양내었다. 칠봉산 긴 오르막이다. 가파름이 심해지자 MTB는 오
른쪽 산허리로 돌아간다. 나는 당연히 직등한다. 칠봉산 솔리봉(수리봉). 서쪽 사면은 바위절
벽이지만 동쪽은 흙 사면이 부드럽고 고와 금병산(錦倂山)이라고도 한다.
솔리봉 남쪽 바위벽 두른 공터가 일망무제의 전망 갖춘 명당이다. 자리가 아까워 점심밥 먹는
다. 경치도 건 한 반찬 한다. 칠봉산은 7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다. 솔리봉(수리봉), 돌봉, 말
봉, 투구봉, 석봉, 깃대봉, 매봉이 그것이다. 주봉은 칠봉산 최고 경점인 돌봉이다. 배낭 벗어
놓고 오래 머물다 간다. 예전에 삼각점을 본 기억이 나서 두루 살폈으나 찾지 못했다. 내 기억
이 착오인지도 모르겠다.
등로 옆 말봉을 지나고 헬기장도 들렸다가 투구봉, 석봉을 지난다. Y자 능선 분기봉인 깃대봉
에는 칠봉정 정자가 있다. 왼쪽은 대도사, 일련사 3.5㎞, 오른쪽은 지행역 4.6㎞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간다. 왕방산과 국사봉 산릉 바라보면 나지막한 봉우리 넘고 넘는다. ┤자 갈림
길. 헬기장 아래 정자가 있는 쉼터로 직진은 너른 임도가 시작된다.
왼쪽 종이골로 가는 능선을 잡는다. 재생병원 철조망 울타리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동네 뒷
산의 산책로로 고도를 한껏 낮추었는데도 등로 빙판은 여전하다. 산(山)이 맥(脈)을 놓을 때까
지 등로는 이어진다. 마침내 빙벽으로 변한 급사면을 밧줄 잡고 내려 도로에 이르고 지행초교
후문이다.
20-1. 칠봉산 석봉
21. 맨 뒤는 국사봉과 왕방산(오른쪽)
22. 해룡산
23. 마차산
24. 멀리 가운데는 불곡산, 오른쪽은 임꺽정봉이다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
첫댓글 그쪽에 천보산이 3개나 있는 줄을 오늘 산행기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장거리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혼자만 다니지 말아유 좋은 산을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행복이 더해진다고 하잖아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