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주위 사람들과 늘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비교 대상을 나보다 나은 사람을 주로 정하기 때문입니다.
옛 말에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까운 친척이라도 상대가 잘 되는 것이 부러워서, 시기심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배 고픈 것은 참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했겠습니까?
칠십 년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때로는 이러한 배 아픈 것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여 배 아프게 했던 상대를 따라잡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잘 되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적도 있었습니다.
고졸에서 박사까지, 은행 지점장에서 대학교수까지 지냈으니 이만하면 그들을 충분히 따라잡았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다양한 취미생활과 더불어 학자로서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작가로서 베스트셀러 에세이(혼자서도 고물고물 잘 놀자)를 낸 덕분에 주부대학, 장수대학 등에 초청을 받아 명강사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내가 친구나 동료들로부터 시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밥도 잘 사고 남이 싫어하는 것을 솔선수범하는 편인데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잘 되면 배 아픈 인간의 속성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잘 나가던 내가 덜컥 암에 걸린 것입니다.
평소 건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근 50년간 테니스로 건강을 다져왔었습니다.
댄스스포츠와 골프로 체력을 보강해 왔습니다.
이런 내게 편도에 조그만 멍울이 만져져 병원을 찾았는데 이것이 악성종양 즉, 암(편도암)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차분하게 죽음을 맞이하려고 주변 정리를 하나하나 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내 가족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이나 가까운 이웃은 비교본능에 의해 오히려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내 가장 아픈 곳을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을 줬다고 생각하니 견딜만했습니다.
"그래 나보다 그렇게 잘 나가더니 암에 걸려 잘 됐다.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지만 암에 걸리지 않았으니 너보다 낫다. 암은 죽는다고 하니까 나보다 먼저 가겠네......"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워낙 초기에 발견되어 잘 치료하고 추적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재발 걱정은 하지도 말고,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매번 이어집니다.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내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번에 암이 내게 찾아온 것은 하나님께서 내린 사랑의 채찍으로 믿습니다. 남은 세월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라는 준엄한 메시지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덤이요 특별 보너스로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운동, 공부, 일, 취미생활, 봉사활동 등으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은 세월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저급한 삶이 아니라 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고자 합니다.
내 얘기가 길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를 시점으로 내 인생을 다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이 지구상에 8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인물이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고 지문이 같은 사람도 단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 배에서 동시에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도 다르다니 신(神)의 창조 능력이 오묘합니다.
각자 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할 수가 있습니다.
돈 많고 많이 배웠다고 다 행복한 것이 아니듯이 돈 없고 못 배웠다고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이 땅에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말 그대로 '천상천하유아독존'입니다.
한 생명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한 존재입니다.
나이 들어보니 남이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나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골프가 좋은 예입니다.
삼십여 년 골프를 치다 보니 싱글, 이글, 홀인원까지 삼종세트를 다 갖추었습니다.
아직까지 골프채를 놓지 못하고 가끔 필드를 찾습니다.
그 옛날에는 가벼운 내기 골프를 자주 했습니다. 그때마다 상대를 이기려고 온갖 노력을 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아닙니다.
옛날에 못 치던 동료가 나보다 잘 치면 내가 더 기분이 좋습니다. 굿샷을 연발합니다.
다 나이가 먹었다는 증거이겠지요.
암을 경험한 이후부터는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웃이 다 친구처럼 보입니다.
이웃이 잘 되면 내가 더 좋습니다.
이것이 암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잃으면 반대급부로 한 가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내가 그렇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픈 것이 아니라
힘차게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첫댓글 남이 나보다 잘 되면 그 누구나 다 배가 아픈 게 인간의 기본 속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암이라는 인생의 큰 위기를 겪고나니 이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촌 뿐만아니라 내 이웃이나 친구들이 잘 되면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고희를 넘고 보니 남은 세월을 조용히 그려봅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자 평균수명(83세)을 산다고 해도 10 여년 정도가 남았습니다.
암을 경험한 자로서
이제 언제 가더라도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