洛山寺. 紅蓮庵 가는 길.
火魔가 할퀴고 지나간 후 큰 佛心으로 일어서니 불길의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는
낙산 사 법당 원통보전[圓通寶殿]과 주변 부속시설들을 새로운 안목으로 정성
들여 쌓고 조각품 같은 장인들의 작품이 하늘을 가린다. 깨끗하고 정리된 환경이
더욱 옛 것을 돋보이게 하고 뜰에 서서 아침 예불하는 스님을 바라보고 있으니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구름과 멀리서 올라오는 파도소리 솔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함께 가희 웅장한 교향곡의 음향을 느끼는 듯 하다.
원통보전 옆으로 기와를 머리에 쓰고 있는 작은 대문을 지나면 기다란 나무 판에
이곳은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里程標가 서 있다.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이다.
젊은 연인들이, 여러 가족들이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다, 서로 손잡고 사진 찰영에 바쁘다. 꿈은, 삶의 원동력인가,
목표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직도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꿈 길을 따라 십여 분 걸어서 가면 해송으로 둘러싸인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선
해수관음상이 동해를 바라보며 인자한 모습으로 굽어 보고 있다. 두 손 모아
禮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고 떠나는 이 들에게는 동해 바다의
바람을 보내 뒷 모습을 시원하게 하는구나. 10 여 메타 높이의 해수관음상 아래 돌로
만든 작은 거북이가 자리잡고 있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복이 찾아오고 꿈이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에 너도나도 손을 거북이 등에 모 운다. 꿈을 이루는 길과
거북이는 同行하나 보다.
꿈길은 이어져 바위 길로 변하고 천 년을 바닷물이 다듬어 만든, 파도소리 철석거리는
깊은 바위 계곡에 세워진 홍련 암으로 간다. 마침 예불 시간인지 원통보전, 관음상 법당,
홍련 암 등에서 흐르는 스님의 예불 소리는 敬畏롭구나.
많은 사람이 엎드려 祈禱를 하니 그 꿈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발길을 따라 가는 곳은 의상대사의 전설을 담은 저 멀리 수평선을 향한 의상대,
그 단아한 모습에서 천 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듯 하다. 아쉬운 의상대의
아침 일출은 다음으로 미루고 꿈의 발길을 마무리한다.
꿈 길에서 현실의 길로 들어서니 많은 시간이 흘러 시장기를 느낀다. 이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메밀 냉면 집 실로암으로 간다.
대기 번호표를 받고 임시 텐트 아래서 기다리니 남녀노소 모두가 밀물처럼 들어가고 썰물처럼
식사를 마치고 나온다. 질서 없는 북새통에서 큰 소리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 데로 식사
질서 의식을 가지고 신발을 넣은 비닐봉지를 옆에 두고 열심히 민생고를 해결한다. 동치미 더
주세요, 사리 하나 추가요,식탁마다 조건이 조금 식 다르다. 그러나 금세 해결이 되니 실로암의
이름처럼 일하는 사람 모두가 친절하다. 외견상 무질서한 공간 속에서 마음의 질서를 찾아가는
우리만이 가진 특이한 음식문화 같다. 치아가 안 좋은 우리 노 부부에게는 질기지 않은
메밀과 동치미가 잘 어울린다.
시원하게 점심을 치른 후에 우리는 속초 시내를 지나 6.25 전쟁 통에 대체로
함경도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의 마을인 아바이 마을로 향한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浦口에 고정한 쇠줄을 배와 연결하여 50 여 메타 바다를 건너는
갯 배를 탄다. 사공과 승객이 같이 쇠줄을 당기니 한 마음이 되여 천천히
물을 건너서 아바이 마을로 간다. 아바이 순대가 명물인 이곳에 꽤 많은 사람이 몰려오니
뱃삯으로 편도 200 원인 작은 배를 지역 노인들이 운영하여 옛 향수를 달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옛 이야기를 아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
이제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어 강능이 가까운 지역인 연곡면에 Coffee 특화 지구가 있다고
하여 해안 길 따라 찾아 가본다. De java 라는 아주 작은 coffee 점에
들어가니, 젊은 바리스타가 내가 주문한 커피 대신에 자신의 brand coffee를
같은 값으로 대접하고 싶다고 하여 그가 직접 굽고 갈고 내린 coffee를 들고
조용히 이층 창가에 앉아 바다를 느껴본다.
아래층과 다른 음악이 흐르는 위층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한쪽 벽면에 오래되었지만 사용이 가능한 amplifier, turntable, recording m/c, 설비들이
즐비하고 LP, CD 등이 가득하다. 이 작은 어촌에서 보기 힘든 설비들이 벽면을 장식한다. [Pioneer, Marantze, Mc Intoshi, Jvc, Inkel, Teac, Akai 등].
젊은 바리스타의 아버지가 평생 즐기며 혼이 스며있는 것 이란다.
지금은 앞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가서 부재중 이다.
50 대 초반의 주인은 아마 지금쯤 바다에서 고산의 어부사시사를 읊조리고 있는가 보다.
마침 Vivaldi 의 사계가 있어 日沒의 향기와 더불어 오랜 시간 즐겼구나.
늦은 저녁 시간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제 2 박 3일의 여행을 끝내고 내일 집으로
돌아 가는 생각을 하니 더욱 즐겁다.
효천. 8 월 14 일 2011 년.
첫댓글 2박3일 여행, 그래도 내집이 더 즐거운지라...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그려. 그런데 효천의 그 짤막한 우리글우리얘기가 내 마음을 쏙 빼았아 버렸으니 효천의 글솜씨에 또한번 놀랐네요. 마치 수필가 피천득의 '순례'을 읽었을 때의 그 순간이였다 할까. 우리글 감사합니다. 오늘부터는 또 김매기도 하고 휴식도 하고 성당에도 가고...빠쁜 나날이 되기를
좋은 기행문입니다. 2박 3일 몇 쌍의 부부와 함께한 여정인지 모르나, 염천에 대단한 시도를 하셨네요.사진 몇 장 게시했으면 더 좋으련만. 효천 형, 내친김에 카메라 영상 올리는 솜씨도 좀.. 수고하셨습니다.
東 江, 과찬입니다. 그저 조각 시간이 나면 책 읽고, 습작같은 글도 쓰고, 김도 매고하니 주일 날 성당가는 일이 무척이나 빨리 다가옵니다. 越 洲, 그저 둘이서 훌적 바다 바람 쐬고 왔읍니다. 아직 사진 기술을 접하지 못하여 마땅하지 않네요.
늘 감사 합니다.
효천, 부부라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드라구요!! 염천에 집에서만 더위와 싸우는 것보다는 여행이 분위기를
바꾸었겠습니다. 부럽습니다. 남의 밥에 콩이 더 굵어 보이나?
아직도 세속의 번거러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쫏기는듯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曉泉의 悠悠自適하는
日常은 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저도 해수관음상과 홍련암을 보긴 했습니다만 그저 건성으로 지나쳤습니다.
더욱이 해수관음상을 보고는 불상을 만들때 시주를 많이한 장영자를 많이 닮았다는둥 농담을 지껄였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