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이 후원한 '재외동포 사회 변화와 차세대 재외동포 정책' 심포지엄(주최:재외한인학회, 회장 임영언)에서 국내 거주 고려인들의 정체성을 키우고 모국 정착을 돕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내에 '고려인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영상 한국외대 교수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안산시 등 고려인 밀집 지역 지자체가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고려인통합지원센터(또는 고려인문화센터) 설립을 명시했지만, 실제로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간 주도의 현지 고려인지원단체와는 차원이 다른, 명실상부한 지원센터 설립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외동포사회 변화와 차세대 재외동포정책' 심포지참가자들/사진출처:재외한인학회
임 교수는 "각 해당 지자체는 조례에서 고려인 주민 자녀의 돌봄 지원, 영유아보육지원, 모국문화 체험 활동 및 문화 예술 활동 지원, 고려인 주민 단체 지원 등을 명시하고 있으나, 지원이 열악한 게 현실"이라며 "중도 입국한 고려인 차세대의 경우,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당장 정규학교 진학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의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하다"며 "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되면 한국어 교육은 물론, 고려인 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 상담 등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권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고려인은 8만3천여 명에 이른다. 출신 국가별로는 우즈베키스탄 3만3천여 명, 러시아 2만8천여 명, 카자흐스탄 1만 5천여 명, 키르기스스탄 3천여 명 등이다. 그러나 대한고려인협회는 불법 체류자 등을 감안하면 국내 거주 고려인은 1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산 원곡동 다문화생활 모습/사진출처:OBS
광주 월곡동 고려인문화관 결/사진출처: 고려인 마을
하지만,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 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인천시의 글로리아상호문화대안학교와 새꿈학교, 안성시의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 안산시의 한샘국제학교 등이 중도입국 고려인 청소년 등을 위한 대안학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임 교수가 "지역고려인단체 등과 연계해 대안학교에서 고려인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이유다.
선봉규 전남대 교수는 토론에서 "고려인 청소년층이 이중언어·이중문화를 지닌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대안학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 생활 적응을 도와야 한다"며 "고려인지원센터가 이들이 졸업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또 윤인진 고려대 교수, 김인덕 청암대 재일코리안연구소 소장, 이승우 전남대 교수, 김홍길 5·18 기록관 연구사, 이장섭 전남대 교수가 '재외동포 정책 현황 진단 및 차세대 정책'과 '재외동포 사회 차세대 소통과 통합정책' 등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