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저녁에 보내는 편지
황인찬
격조하겠습니다
마당은 제가 기르지 않은 풀들이 너무 푸르러서 두렵습니다
집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겠습니다
밤이 와도 잠들지 않겠습니다
태어난 것을 후회하느라 애먼 것을 사랑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러지 않겠습니다
“너는 왜 사람이 말을 하는데 웃기만 하냐”
말하던 사람은 어제 떠났고
키우지 않는 고양이들이 풀 사이를 헤집고
본 적 없는 벌레들이 울고 있고
마루에 누워 저녁을 다 보냈습니다
적막이 찾아오면
식물들은 어둠과 구분되지 않는 검은빛
잠시 눈을 감으면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군요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오늘 저녁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새들이 어둠 속을 날아갑니다
아무 말도 없이
웃음기 하나 없이
―《미디어시in》202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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