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아르바이트 하면서
30분쯤 먼저 내려가 혼자 주변을 산책합니다.
논에 벼는 누렇게 익었는데
비가 자꾸 내려 수확이 늦어지고 있네요.
멀리 숲 속에 보이는 게 동네 축구장인데
보통 생각 하는 그런 크고 웅장한 축구장이 아니고
본 경기장 보조하는 작은 보조구장이에요.
가슴속이 뻥 뚫리게 시원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려 보고 싶어요.
축구장 주변에 있는 북한강인데
아침 안개가 산등에 걸쳐 있어 운치가 있더라고요.
군데군데 있는건 낚시 좌대고
연꽃과 갈대가 어우러져 강위에 정원 같아요.
강가를 시브작 사브작 낭만을 즐기며 30여분 걷다 보면
이렇게 예쁜 야생화도 만나고요.
어린 선수들 뛰는 모습을 보며
오래전 가을 운동회를 떠올려 봅니다.
가을이 시작 되면
오전공부 끝나고
운동장에 모여 운동회 연습을 했지요.
날이 더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게 왜 그렇게 즐겁던지요.
연습이 다 끝나고
드디어 검정 고무줄 바지(팬티) 하얀 반팔 러닝셔츠 파란 머리띠 받아 들고 나면
그 옷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쓰다듬고 만지느라 잠도 설치곤 했었어요.
지금은 학생수가 20명도 안된다는데
그전엔 시골인데도 본교인 우리 학교가 400여 명 분교 세 군데 아이들
다 모이면 500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운동장에서 모여 시끌벅쩍 정말 장관이었었지요.
모래주머니를 힘껏 던져 드디어 박이 터지고
즐거운 점심시간 많은 사람 틈에 엄마를 못 찾아서 헤매던 일
김밥을 제대로 말 줄 몰랐던 엄마가 싸오신 멸치 김치 든 팔뚝만한 김밥을
손에 들고 우걱우걱 맛있게 먹던 일
합주대속에 끼어 짝짝이를 연주하며 나도 여기 끼었다 으쓱했던 일
달리기를 하다가 중간에 엄마 손을 잡고 뛰는걸 엄마가 다리가 아파 못 뛰고
혼자 일등으로 뛰어 들어가 무효 처리 되는 바람에 난 울고
엄마는 두고두고 미안해하셨던 일
수많은 장사꾼들 먹거리 속에서 빨간 사과 한 알 사주시면
처음 한 입 베어물 때 그 상큼했던 맛
우리들은 뛰고 놀고 아버지들은 학교 뒤편 국밥집 천막 안에서
국밥에 막걸리 파티로 또 다른 운동회가 열렸었고~
이제는 너무 오래된 참으로 그리운 추억입니다.
첫댓글 안개가 서서이 산으로 올라가는거보면 비가 그칠라나보다.
나두 오전에 마트를 갔다와야하는데..
오늘은 모처럼 남편과 같이 갈려고..
차례를 지내든 안지내든 명절은 귀찮은 날인건 분명하다 ㅎ
옛날 얘기 끄집어내 주어 커피한잔 마시며 본다.
좋은하루 보내시게..
문득 (정태춘 - 북한강에서) 노래가 생각이 나네요 덕분에
북한강 풍경과 운동회때의 기억을 소환해 봅니다 ㅎㅎ
다 좋은데 운동회날 칠석날은 모두들 국밥을 먹지요 저는 국밤만 먹고나면
배탈이 나고 두드러기가 나서 몇일동안 홍역을 치뤘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아직은 푸르름이지만
곧 단풍이 드는 계절로 바뀔텐데..
요즘은 운동회도 없고
추억만 남아있지요..
명절연휴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