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보면 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자연의 신비로움도 그렇지만 그많은 동물들이 이 산을 오고 갔을텐데 그들의 흔적 그러니까 그들의 배설물과 그들의 시체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간혹 고라니가 남기고간 작은 배설물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만큼 산에 사는 동물들은 뒷처리를 잘 하는 것이다. 하긴 동물들이 샤워를 하겠는가 설겆이를 하겠는가. 비닐에 음식을 보관하겠는가. 이 산에서도 수많은 동물들이 오고갔을터인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들의 생활을 어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연 훼손은 시작된다. 요즘 겨울철 난방시설에서 일년중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보일러를 돌리면서 나오는 가스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한반도의 하늘을 오염시킨다. 시골도 마찬기지다. 화목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가 많은데 나무가 타면서 여러 가스가 뿜어져 나오게 된다. 아침을 먹고 나면 음식을 담았던 접시를 설겆이 한다. 각 가정에서는 설겆이용 세제를 대부분 이용하게 된다. 그 물은 하수구를 타고 내려가 정화조를 거쳐 하천으로 배출되게 된다. 각 가정에서 내보내는 세제의 양이 정말 대단히 많을 것이다. 시골도 마찬가지다. 각 가정에서 내보내는 생활 오수가 그대로 개천으로 흘러들어가고 그것들은 다시 큰 강으로 들어가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
하루에 각 가정에서 나오는 비닐의 양은 얼마나 많은가. 각종 페트병은 왜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하루에 가정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각종 페트병과 비닐이 가득하다. 특히 명절 주변에는 그야말로 포장지 천지가 된다. 스티로폼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보내는 선물이 어떤 때는 두렵기까지 하다. 갈수록 이런 비닐류와 페트병 그리고 스티로폼은 내용물을 보호한다는 이름아래 더욱 크고 더욱 무겁게 만들어져 가정으로 배달된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 가보면 정말 많은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몇가구 살지 않은 주변이 그런데 나라 전체로 보면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나오겠는가. 여기에 일회용품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쓰레기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때 열심이었던 일회용품 사용자제 운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거의 3년동안 일회용품을 마구 사용했는데 갑자기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생활이 편해지고 배달문화가 확산되면서 포장지등 쓰레기가 더욱 많아졌다. 환경당국도 힘이 빠진 모양새다. 아무리 환경당국이 규제를 강화한다해도 개인 스스로가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의지와 자발적이 참여가 없으면 그 효과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음식 그릇 수도 줄이고 사용하는 세제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환경을 조금이라도 덜 훼손하는 친환경적 생활 습관을 어릴 때부터 키워주어야 한다. 지금 저출산으로 나라의 앞날이 암울하지만 더욱 걱정되게 하는 것은 후손들에게 정말 지저분한 국토를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나무 한 그루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레기양을 줄이고 설겆이와 샤워에 사용되는 세제와 비누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람들이 사는 것 자체가 자연을 훼손하는 상황이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고 우려스럽게 생각된다. 사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2023년 1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