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축소 불가피... "국립생태원은 왜?"
- 국립생태원, 사업예정지 상당수 1등급지에 포함 도면 공고
- 사업 규모 축소·철회·행정소송 등 별다른 돌파구 안 보여
지난 2017년부터 거제시와 경동건설이 추진해 온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이 환경 문제로 장기 표류될 전망이다.
조성사업 예정지 상당수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포함됨에 따라 그동안 환경단체에서 요구한 사업 철회 또는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행정소송을 통해 생태자연도 재조정 등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럴 경우 시간이 몇년이 소요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생태원은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생태·자연도 수시 고시일부 수정·보완 국민 열람 공고'를 통해 거제남부관광단지 일원의 생태자연도를 수정·보완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2일 공개된 당초 도면보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는 7만㎡ 가량 소폭 줄었다.
당초 도면에는 이곳의 주요 보호 수종(樹種)이 졸참나무·곰솔·느티나무 군락지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번 수정보완 도면에는 졸참나무 군락지가 줄어든 대신, 느티나무 군락지가 늘어났다. 또 당초 도면에도 없던 고로쇠나무 군락지가 추가됐다.
이같은 결과는 경동건설이 본래 계획한 27홀 규모 골프장 조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18홀 규모로 골프장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경동건설측은 사업성을 이유로 골프장 규모 축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까지 사업 예정부지 매입 등 400~500억원이 들어간 시점에서 중도 포기할 수도 없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동건설이 초기단계에서부터 이번 사업의 가장 핵심인 환경훼손이라는 속성을 도외시한채 접근 태도나 방식, 이를 제대로 짚어내고 대처하는 설득과 타협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동건설은 과거 '거제아주지구'를 비롯한 택지개발이나 공동주택 사업에는 상당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규모 산림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관광휴양단지 건설은 처음으로 알려져 이같은 지적을 일부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 2-47 일대의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 예정지의 2020년 7월 당초 고시된 생태·자연도.
거제시도 당혹스럽고 맥이 빠진 분위기다. 수정·보완 도면에 대해 14일 이내 국립생태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이후 환경부의 최종 고시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현재로선 적절한 대응책이 궁색한 처지다. 시일이 1년 이상 소요되고, 승소 가능성마저 장담키 어려운 행정소송 선택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손 쉬운 방안은 경동건설에서 사업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예상 밖의 국면 전환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제시로서는 드러내놓고 먼저 제안할 입장이 아닌 분위기다.
이와 관련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한 관계자는 "환경련은 이미 발표한 성명서와 같은 입장"이라면서 "이번에 공고된 생태자연도 수정보완 도면은 사실에 바탕을 둔 과학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따라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통영거제환경연측은 지난 5월26자 발표 성명을 통해 '국립생태원의 노자산 생태자연도 철저한 조사와 거짓 부실 환경영향평가를 조사해 수사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국립생태원의 들쑥날쑥한 생태자연도 평가 잣대다. 거제시나 경동건설 입장으로선 도저히 수용키 어려울 만큼 오락가락하는 국립생태원에 대한 질타와 원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 추진에 찬성해 온 대다수의 율포 및 탑포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한 60대 주민은 "지금 우리 주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면서 "이제는 참지 않고 실력행사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한편, 거제시 남부권의 대규모 휴양·문화 복합관광단지 조성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추진된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남부면 탑포리 및 동부면 율포리 일원 369만3875㎡ 규모 부지에 427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업부지에는 27홀 골프장과 호텔·콘도미니엄·연수원·야영장·힐리언스 스파·산악레포트·해양스포츠체험장·농어촌문화체험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기간이 2021~2028년까지인 이 사업은 2017년 11월 거제시가 경남도에 관광단지 지정 신청을 한데 이어, 2019년 5월16일 경남도에서 '거제남부관광단지 지정'이 승인되면서 본격화 됐다.
그런데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측이 사업예정지 주변의 당초 생태자연도가 잘못됐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2019년 10월 생태자연도 수정 공람·공고와 이의신청을 거쳐 2020년 1월 생태자연도 최종 수정공람·공고가 나왔다.
이에 반해 2020년 2월에는 거제시와 경동건설측이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자 환경단체측에서도 멸종위기 야생동물(긴꼬리딱새, 팔색조) 등 보완조사를 이유로 생태자연도 고시 연기를 요청하는 등 생태자연도 조정을 두고 양측이 밀고 당기는 이의신청 과정이 수차례 반복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25일과 7월에는 국립생태원 주도로 사업예정지 현장를 토대로 이번 수정·보완 도면이 나오게 됐다.
그러는 사이 거제시는 경남도에 남부관광단지 조성계획 승인 신청과 함께 지난 3월 낙동강유역청과 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를 가지기도 했으나, 이후 진전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업이 표류해 왔다.
거제신문 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