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이 흥미롭다.
<7년간 네 번째 4대강 조사, 풍차를 괴물이라고 또 돌진>
사설은 <4대강 사업은 규모가 컸던 만큼 찬반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좌파 언론들이 마치 부정적 효과밖에 없는 듯이 수년간 집요하게 공격하고 야당이 가세함으로써 4대강을 마치 무슨 '악(惡)'인 양 만들었다>고 비판하였다. 심지어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량을 가뭄 때 쓰려고 수로(水路)를 만드는 일조차 반대를 했다>면서 <풍차를 괴물이라며 돌진했다던 소설 이야기가 떠오를 지경>이라고 했다.
풍차를 괴물이라고 확신하고 돌격한 이는 돈키호테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문학인은 미구엘 세르반테스이다. 마드리드 남쪽 라 만차 지역에 가면 ‘라 만차의 돈키호테의 모험’이 조각으로, 관광상품으로, 이야기꺼리로 만들어져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톨레도에서 남쪽 그라나다로 가는 길에 여행단을 실은 버스 운전사가 “좋은 곳이 있다”면서 안내한 곳은 언덕 위의 풍차였다. ‘콘수에그라’라 불리는 마을인데 ‘돈키호테’의 무대이기도 하다. 언덕 꼭대기의 풍차는 관광용으로 만든 ‘돌지 않는 풍차’였다. 올라 가 보니 대만, 일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先着(선착)하여 ‘돌지 않는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들이 돈키호테였다.
우리 일행 중의 60代 기업인 한 분은 “여행을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돈키호테를 읽었는데 정말 위대한 문학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쓴 이 소설은 요사이 한국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해당된다고 보았습니다. 직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나 자신도 돈키호테적인 면이 있는 게 아닌가, 나뿐 아니라 인간 모두가 돈키호테적인 면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세르반테스는 16세기 스페인의 전성기(주로 펠리페 2세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一生은 돈키호테 이상으로 드라마틱하다.
당시 스페인은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내고 통일국가를 만든 뒤 國力의 대폭발을 경험하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 경영, 이탈리아 침입, 오토만 투르크와 싸워 西유럽을 지켜내고 루터의 종교개혁 바람으로부터 정통 가톨릭을 수호하려고 한 것이 스페인이었다. 이런 시대 배경 속에서 세르반테스는 군인이 되어 이탈리아 遠征(원정)에 참전했고, 1571년에는 지중해 레판토 해전에서 스페인+베니스 연합 함대가 오토만 투르크 함대를 격파할 때도 전투 현장에 있었다. 이 해전에서 부상하여 한 팔을 잃은 그는 투르크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北아프리카로 팔려가 4년간 노예생활을 하다가 구출되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쓴 것은 58세 때였다.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 그는 돈키호테와 산초라는 인간型을 통해서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生動하는 희극적이고도 비극적이며, 웃고 나면 쓴 맛이 나는 매우 철학적인 소설을 쓴 것이다. 예컨대 돈키호테가 풍차를 ‘巨惡(거악)의 괴물’이라고 착각(또는 단정)하고 돌격하다가 뻗어버리는 장면은, 좌파세력이 대한민국 주류세력을, 헬조선을 만든 괴물이라고 단정하고 창끝을 겨누고 달려드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스페인의 대표작가 세르반테스는 1616년 4월23일 69세로 영국의 대표작가 셰익스피어와 같은 날 죽었다.
*돈키호테는 책을 너무 많이 읽었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아끼면서까지 영웅들의 모험 이야기를 읽다가 드디어 과대 망상자가 되어버린다. 골동품이 된 무기를 꺼내고 앙상한 말을 탄 기사로 돌변하여 '타도할 악마와 악당'을 찾아나선다.
*좌파 세력도 비슷하다. 이들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만 파고든 편협하고 편향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골동품이 된 지 오래인 좌익 이념과 계급투쟁론 같은 것들을 다시 꺼내 녹을 닦아내고 무기로 삼았다. 그리고는 타도할 敵들을 찾아나섰다.
*돈키호테가 방랑을 떠난 16세기의 스페인에선 기사가 공격할 異敎徒도 山賊도 없어졌다. 1492년 그라나다의 이슬람 세력이 기독교 세력에 항복한 이후 스페인은 통합된 國力을 외부, 즉 아메리카 대륙 개척과 유럽 경영에 돌리고 있었다.
*한국의 좌파 세력이 악당을 찾아나선 21세기의 한국은 독재자도 착취자도 사라진 세상이다. 그들이 찾아야 할 악당은 북녘 땅에만 남아 있다. 그들은 '北의 악당'을 상대할 용기도, 능력도 없으니 내부에서 敵을 찾아 내든지 없으면 발명이라도 해야 할 판이 된 모양이다.
*돈키호테는 모험을 찾아 헤매다가 風車를 발견하자 선언한다. '나는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과 싸워 목숨을 끊어놓고야 말겠다. 이 세상에서 惡의 씨앗을 제거하는 것은 더 없이 正義로운 일이란 말이야.'
*좌파 세력은 적폐세력, 기득권세력, 수구세력이라고 자신들이 멋대로 이름붙인 이들을 향하여 외친다. '우리는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과 싸워 세상의 惡을 제거해야 한다. 저들이야말로 萬惡의 근원이다.'
*돈키호테가 風車를 향해 돌격하려고 하자 충직한 부하 산초가 말린다. '보세요, 주인님. 저들은 괴물이 아니에요. 풍차랍니다.' 돈키호테가 화를 낸다. '자네는 요술장이들의 술수를 모르는군. 저들은 괴물이야! 무섭거든 도망가서 기도나 하렴. 나는 저 무자비한 놈들을 상대로 불리해도 싸울 테야.'
*좌파세력은 생각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은 敵과 동지를 혼동하고 있어. 대한민국과 북한동포는 당신들의 친구이고 김정은이 당신들의 敵이야'라고 충고하면 화를 낸다. '당신들은 뭘 모르는군! 김정은은 미국의 피해자이고 그러니까 우리 편이야. 우리는 불쌍한 김정은과 손잡고 비록 불리해도 미국과 대결해야 해. 이게 正義란 말이야.'
*돈키호테는 풍차를 공격하다가 빙빙 돌아가는 손에 걸려 날아가 버린다. 뻗어버린 그에게 부하 산초가 뛰어가서 말한다. '주인님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것은 괴물이 아니라 풍차라고.' 돈키호테가 말한다. '입 닥쳐! 요술쟁이가 순간적으로 괴물을 풍차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내가 진 거란 말이야.'
*좌파 세력은 괴물을 공격했다가 실패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들이 언론과 여론을 조작하여 우리를 惡黨으로 만들고 자신들은 선량한 세력으로 둔갑하는 바람에 진 것뿐이야. 그래도 正義는 우리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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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 백제보 전경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4대강에 대한 감사를 비판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4대강 사업은 치산치수의 전형적인 훌륭한 업적이라며 녹조가 발생하는 원인을 다시 한번 잘 살펴봐야 한다”며 “또한 녹조는 질소와 인 성분이 있는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스며들 경우 고온 다습한 물과 만날 경우 발생한다”며 4대강 수질 개선 사업을 호평했다. 그는 “4대강 보로 인한 홍수와 한해가 없어졌으며 이로 인한 이득만 1년에 수십조원”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상시개방 지시’에 대해 “보 때문에 강물의 유속이 1/4 정도 느려졌다고 녹조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유속과 녹조 발생은 관계가 없다”며 “어설픈 환경론자들의 무지한 주장을 받아들여 4대강 보를 허물자는 정책은 무식의 소치”라고 질타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또는 “저는 어릴 때부터 낙동강변에서 자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5년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다”며 “(문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작부터 헛발질(을 한다)”고 문재인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와 비판을 질타했다고 한다.
홍준표 전 지사는 23일 재차 페이스북에 “녹조 발생 원인도 모르는 자들이 얼치기 환경론자들이 4대강 탓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는 박정희 정권시절에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면서 건설현장에 드러눕던 어느 야당지도자를 연상시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4대강 사업은 치산치수의 전형으로 훌륭한 업적입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는 홍수와 한해가 없어졌습니다”라고 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그들은 노무현(전 대통령) 자살을 MB(이명박 전 대통령) 탓으로 여긴다. 이런 식으로 나라 운영을 하면 이 정권도 곧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문재인 정권을 질타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23일 자유한국당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정책감사 지시 등에 관해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이 감사를 지시했든 이것은 전형적인 정치 감사, 법적 위반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세 차례나 감사가 이뤄진 전전(前前)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또 같은 기관에 감사를 시키는 게 정치감사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문재인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비난했다고 조선닷컴이 이날 전했다. 문재인 정권은 전 정권들을 적폐로 여기는 듯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는 국무총리가 감사를 요청하거나 관련 부처 장관이 공익 감사를 청구하거나 감사원이 직권으로 착수하는 경우에 가능한데, 문 대통령이 법 절차도 무시하고 직접 지시로 감사원 감사를 지시하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지금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고 위협하는 시기에 과연 전전 정권의 사업 감사하는 게 그리도 시급한 국가 우선 과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문재인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비판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지난 정권 정죄에 몰두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의 호평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홍준표 “그들은 노무현 자살을 MB탓으로 여긴다…文정부 4대강 보 허물자는 정책은 무식의 소치”>라는 조선닷컴의 기사에 한 네티즌(hkj****)은 “놔두면 저렇게 혼자 발걸고 자빠져 망합니다”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ko1****)은 “법을 무시하는 직무유기 탄핵사유”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choon****)은 “4대강 유역의 주민들은 수십년의 걸친 가뭄과 홍수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모두들 기뻐하는데, 정작 이해관계가 없는 정치권에서 이상한 논리로 공격을 해댄다. 이것은 강유역에 사는 주민들을 억압하는 처사로 직권남용의 범죄 행위”라고 했다.
[류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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