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간절한 소망
채찍 떨군 채 말에게 길 맡겼는데,
몇 리를 가도록 닭 울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비몽사몽 숲길을 지나다가,
날아온 낙엽에 화들짝 놀라 깨니.
서리 엉기는 때 저 멀리 홀로 나는 학,
희뿌옇게 새벽달이 걸린 먼 산.
아이야, 길 험하다 불평하지 마라.
시절도 태평하고 길 또한 평탄하거늘.
垂鞭信馬行(수편신마행), 數里未鷄鳴(수리미계명).
林下帶殘夢(임하대잔몽), 葉飛時忽驚(엽비시홀경).
霜凝孤鶴逈(상응고학형), 月曉遠山橫(월효원산횡).
僮僕休辭險(동복휴사험), 時平路復平(시평로부평).
―‘새벽길(조행·早行)’ 두목(杜牧·803∼852)
◦ 林下帶殘夢 : 비몽사몽 즉 꾸벅꾸벅 졸면서 숲길을 가다.
◦ 迥 : 멀리
◦ 山橫 : 산이 늘어선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 僮僕 : 어린 종자
◦ 辭險 : 험담, 불평을 말하다.
◦ 末句는 반어적 의미.
새벽의 정적을 가르며 길을 나선 시인. 말에게 길을 맡긴 채 꾸벅꾸벅 졸며 간다. ‘몇 리를 가도록 닭 울음조차 들리지 않으니’ 인가 하나 없는 산길이며 들길을 꿈결처럼 헤매는지도 모른다. 날리는 낙엽에 화들짝 놀라 깬 시인의 눈에 든 것은 저 멀리 날고 있는 학 한 마리와 먼 산에 걸린 새벽달. 여기저기 서리가 엉겨 붙은 이 황량한 새벽길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시동(侍童)이 투덜투덜 불평을 쏟아낸 모양이다. 선잠을 깨 새벽같이 끌려 나온 것도 못마땅하고, 가도 가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적막한 나들이가 힘겹기도 했을 것이다. 한데 스스로를 외로운 학에 견줄 만큼 고독했을 시인이 왜 생뚱스레 ‘시절도 태평하고 길 또한 평탄하다’고 했을까. 시인의 이 위로 아닌 위로가 아이는 의아했을 것이다. 자신을 다독이려고 농담을 던진 것일까. 아니면 ‘시절도 태평하고 길 또한 평탄했으면’ 하는 기대를 혼잣말처럼 내뱉은 것일까.
시는 시인이 병약한 동생을 만나려 휴가를 얻어 장안에서 강남으로 가던 길에 지은 거라고 한다. 자신의 오랜 병구완에도 불구하고 안질로 실명하게 된 동생에 대한 연민.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고 사방은 그지없이 스산하지만 곧 삶의 탄탄대로를 맞으리라는 형의 간절한 소망을 되뇐 게 아니었을까.
◆ 杜牧(두목, 803~852) : 당나라 후기의 시인. 경조부(京兆府) 만년현(萬年縣) 사람으로 자는 목지(牧之), 호는 번천(樊川)이다. 《통전(通典)》의 저자로 유명한 대학자 두우(杜佑)의 손자로, 마찬가지로 당나라 후기의 시인으로 꼽히는 두순학은 그의 서자로 알려져 있다. 성당 시대의 시인 두보와 작풍이 비슷하며, 노두(老杜) 두보와 구별하기 위해 소두(小杜)라고도 부르며, 동시대의 시인 이상은과 함께 <만당의 이두(李杜)>로 통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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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발나비과의 흑백알락나비, ‘마타리’ 꽃이 피어있는 초원, 자연의 생명에 힘에 한 방울에 물방울 똑, 백양꽃, 소나무, 수크령, 신갈나무, 연지, 향기 기득한 자연의 옥잠화,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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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2년 08월 26일.(금)〉,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