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기에 겪는 성정체성 혼란
먼저 용어를 정리하면, 성정체성(genderidentity)은 내가 스스로를 남성/여성/그 중간/그 밖의 어느 범주로 느끼는지에 대한 내적 감각이고,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은 누구에게 끌리는지(혹은 끌리지 않는지)에 관한 것으로 서로 다른 차원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성별로 느껴지지?”라는 고민과 “나는 누구에게 끌리지?”라는 고민은 함께 나타날 수는 있어도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아동청소년기 아이들이 성별과 관련해 고민할 때, 임상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그 고민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고민이 얼마나 지속되고(시간), 얼마나 강한 불편감과 손상(고통/기능 저하)을 만드는가(영향)입니다. DSM-5-TR(진단기준)에서는 ‘성별불쾌감(gender dysphoria)’을 출생 시 지정된 성과 경험/표현되는 성별 간의 현저한 불일치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고통 또는 사회 · 학업 등 기능 손상을 동반할 때로 정의합니다. 아동은 기준 증상이 더 많이 요구되고(대표적으로 6개 이상), 청소년 · 성인은 비교적 적은 수의 기준(2개 이상)과 고통/손상 여부를 함께 봅니다.
여기서 핵심은,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 정체성 자체가 병리라는 뜻이 아니라(진단의 대상이 아니라), 불일치로 인한 고통과 손상이 클 때 그 고통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겉으로는 “내가 어떤 성인지 잘 모르겠어요”처럼 언어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 더 자주 행동 · 정서 · 관계 패턴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면, 신체 변화(특히 2차 성징)에 대한 강한 불편감으로 거울 보기 회피, 옷 갈아입기나 샤워 회피, 체육 · 수영 등 특정 상황 회피, 또는 반대로 특정 성별 표현을 강하게 고집하며 이름 · 호칭 · 복장 · 머리 스타일에 예민해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취향”이나 “유행” 수준인지, 아니면 고통과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지는 맥락과 지속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정서 측면에서는 불안 · 우울 · 짜증 · 분노, 또는 “내가 이상한가?” “가족이 나를 싫어할까?” 같은 수치심/자기비난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때 정서 문제의 상당 부분은 정체성 자체보다도, 낙인 · 차별 · 따돌림 · 가족 갈등 같은 환경 요인(일명 소수자 스트레스)과 연결되기 쉽습니다. 특히 학교에서의 괴롭힘이나 배제 경험은 불안 · 우울, 자존감 저하, 학교 회피를 강화할 수 있어 평가 시 반드시 확인합니다.
반대로 중요한 보호 요인도 분명합니다. 성정체성을 존중받고 지지받는 환경에서는 정신건강 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해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지지받는 트랜스젠더 아동 집단에서 우울 수준이 또래 규준과 유사하고, 불안은 약간 높은 정도로 보고된 연구가 있습니다(Olson et al., 2016).
가족 맥락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 자체보다, 그 고민을 둘러싼 대화 방식이 증상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강한 통제 · 조롱 · 부정은 숨김과 단절을 낳고, 숨김은 다시 불안과 우울을 키웁니다. 반대로 “지금은 탐색 중일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존중하는 대화를 제공하면, 아이는 자신을 ‘문제’로 느끼기보다 ‘이해받는 사람’으로 느끼며 안정감을 회복합니다. 가족 수용은 성소수자 청년의 건강지표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고(Ryan et al., 2010), 최근 대규모 표본을 활용한 연구에서도 가족 지지 수준이 낮을 때 정체성 이정표(커밍아웃, 사회적 전환 등) 과정에서 자살시도 위험과 가출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지지적 가족 환경에서는 그 위험이 완화된다는 결과가 제시되어온 바 있습니다(Campbell et al., 2024).
성정체성의 혼란 또한 발달단계상 지극히 당연한 과정일 뿐입니다.
1. ‘정답 찾기’가 아니라 ‘안전한 대화 만들기’에 집중하기
아이가 “나도 헷갈려”라고 말하는 순간, 부모가 “그럼 너는 ○○야”라고 규정하거나 “그건 절대 아니야”라고 부정해버리면, 아이는 탐색의 불안을 혼자 감당하게 됩니다. 대신 “요즘 어떤 순간에 가장 불편해?” “그럴 때 몸이나 마음이 어떻게 반응해?”처럼 경험을 묻고, “네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게 제일 중요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름/호칭/복장 같은 일상 요소는 아이의 안전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가정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 환경 스트레스(학교 · 또래 · 온라인)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개입
성정체성 고민이 있는 아이가 힘들어지는 대표적 경로는 “내 마음” 그 자체보다 “타인의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의 별명, 놀림, 신체 관련 질문, SNS에서의 공격적 댓글은 불안을 급격히 악화시킵니다. 담임 · 상담교사와의 협력, 또래 관계에서의 안전망(믿을 수 있는 친구 1-2명, 지지적 동아리/커뮤니티), 온라인 사용에서의 경계(혐오 콘텐츠 차단, 과도한 비교 유발 계정 제한)를 같이 설계해 주세요. 이때 목표는 ‘아이를 숨기기’가 아니라, 아이의 일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3. 정서조절 루틴과 위기 대응 계획을 ‘미리’ 만들어두기
성정체성 고민이 있는 아동청소년이 모두 자해 위험이 높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울 · 불안이 동반될 때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선제적 대비가 안전합니다. 평상시에는 수면, 운동, 규칙적 식사, 감정기록(“오늘 힘들었던 순간—그때 떠오른 생각—몸의 반응—도움이 된 행동”) 같은 기본 루틴이 정서 안정에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동시에 감정이 폭발할 때를 대비해 “지금 위험 신호(예: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 자해 도구 찾기, 극단적 충동)”가 오면 무엇을 할지(안전한 공간 이동, 신뢰 인물에게 알리기, 자해 도구 치우기, 즉시 병원/응급 도움 요청)를 가족이 함께 문서로 정리해 두면 위기 상황에서 실행력이 올라갑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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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text rev.; DSM-5-TR).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Publishing.
[2] Campbell, T., Mann, S., van der Meulen Rodgers, Y., & Tran, N. M. (2024). Mental health of transgender youth following gender identity milestones by level of family support. JAMA Pediatrics. Published online July 15, 2024.
[3] Olson, K. R., Durwood, L., DeMeules, M., & McLaughlin, K. A. (2016). Mental health of transgender children who are supported in their identities. Pediatrics, 137(3), e20153223.
[4] Rafferty, J., Committee on Psychosocial Aspects of Child and Family Health, & Section on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Health and Wellness. (2018). Ensuring comprehensive care and support for transgender and gender-diverse children and adolescents. Pediatrics, 142(4), e20182162.
[5] Ryan, C., Huebner, D., Diaz, R. M., & Sanchez, J. (2010). Family acceptance in adolescence and the health of LGBT young adults. Journal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ic Nursing, 23(4), 205–213.
[6] Vandermorris, A., & Metzger, D. L. (2023). An affirming approach to caring for transgender and gender-diverse youth. Paediatrics & Child Health, 28(7), 437–445.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한국 아동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76길 7 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