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월 18일 호주. 이 날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날이다. 국가대표로 갓 데뷔한 어린 선수의 날카로운 패스는 상대팀 노르웨이 수비수 사이를 송곳처럼 뚫고 최문식에게 이어졌고, 발 앞에 절묘하게 떨어진 공은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 승리의 주역은 최문식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패스를 선보인 앳된 선수에게 카메라가 몰렸다. 그가 바로 18세 3개월이라는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데뷔한 고종수였다.
이 후에도 숱한 기대와 촉망을 받았던 고종수는 어느새 팬들의 기억에 안타까움만 남겼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프로구단들의 힘겨루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종수, 그의 앞날을 조망해본다.
고종수, 그는 누구인가?
16세 청소년대표.
17세 청소년대표.
18세 청소년대표.
19세 청소년대표.
96 애틀랜타 올림픽 국가대표.
98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
00,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
고종수 등장 이전, 한국축구의 전통적인 공격은 서정원, 고종수 등 빠른 사이드어태커들의 측면 침투 이후 센터링으로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킥 앤 러쉬]의 공격형태는 아시아권 국가대항전에서는 유용했으나 세계적인 강호와의 맞대결에선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그러한 때에 등장한 두 명의 선수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두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체구였으며 왜소했다. 그리고 스피드도 없었으며 몸싸움도 약했으며 특히 미드필드로는 필수적인 수비가담능력이 제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천재라는 경탄의 호칭을 들으며 각광을 받았고 또 급성장했다. 이들의 새로운 가치는 자로 잰 듯한 패스와 프리킥 능력을 떠나 지금껏 한국축구에서 보지 못했던 중앙공격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중앙공격은 그동안 고집스레 측면공격을 고집했던 한국축구의 새로운 공격루트라는 개척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들이 금호고 출신 동문인 윤정환과 고종수였다.
특히, 고종수는 신기에 가까운 왼발 컨트롤을 선보이며 소속팀 수원 삼성의 핵이었다.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그의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좁은 활동반경과 운동량을 상쇄하기 충분했다. 그런 그가 각종 대회의 주전 맴버로 발탁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련
쾌속성장을 거듭하던 그가 삐걱거린 것은 히딩크 감독이라는 암초를 만난 이후부터였다. 히딩크지휘 초창기에는 “황태자”소리를 들어가며 2002년 주전 미드필드자리를 예약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드필드였던 그가 곧잘 골을 기록하며 2001년 벌어진 컨페더레이션컵에서는 프랑스 선수들이 꼽은 “가장 인상깊은 한국 선수”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고종수는 대표팀의 유럽식 스타일, 즉 멀티플레이 개념에 어울리지 못했으며 ‘수비를 못하는 반쪽 선수’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대표팀에서 제외되었고, 월드컵 직후 일본J리그 교토로 이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월드컵의 아픔은 남아 있었다. 교토에서 팬들과 구단의 신임을 얻었던 박지성과 대비되어 그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묵묵히 자기의 역할을 수행하는 박지성과 달리 고종수는 톡톡 튀며 팀워크에 융합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수원삼성과 안양LG 사이에서 두길 보기를 하고 있다.
돈 보다는 명예회복에 우선하라
탁월한 프리킥 능력과 화려한 골세레모니. 고종수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고종수는 그의 천재성보다 ‘게으르고 나태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현대 축구 변호에 순응하지 못하고 축구를 외적인 주변 상황에 치중하는 면이 크다.
모든 정황에서 고종수는 수원 삼성으로 복귀하는 것이 옳게 보인다.
조병국, 조성환, 박주성, 권집, 이종민, 김동현, 조재진 등 한국 올림픽 대표와 마르셀, 나드손 등 브라질 올림픽팀 맴버로 팀을 쇄신한 수원 삼성에서 고종수는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신임 차범근 감독 역시 그의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점도 고종수에게 힘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팀을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자신의 이름을 새로이 되찾아야 하는 것이 최우선 아닐까?
프로의 몸값은 이름값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현재 위태로운 자신의 처지를 안다면 무엇이 시급한지 잘 알 것이다.
그는 여전히 천재미드필드이며, 숱하게 큰 경기를 치러본 베테랑이며, 아직 27살 밖에 안된 젊은 선수다. 아무쪼록 현명한 판단으로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첫댓글 최곤데 빨리 수원에 들어갔으면..
프랑스 월드컵때 멕시코전때 시원한 중거리슛 갈겼지만 아쉽게 않들어갔지만요!! 통쾌할정도로 잘 갈겻는데 -_-; 옆그물망 마쳤나??
아무 구단이라도 좋으니 공차는 모습이라도 봤으면
쩝 저기자분.....절못 아신듯..고종수 수비못해서 대표팀에서 짤린것 보다..십자인대 끊어져서 월드컵 못나간건데..
그래도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 수있었다는 보장 업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