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벤쿠버 생활 즐겁게 하다가 막판에 집주인이랑 찝찝한 관계가 되어버려서 이 곳에 글 올립니다. 여러분도 엉겁결에 디파짓 떼먹힐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저는 올해 3월부터 태국 학생들이 테넌트로 있는 집에 서브테넌트로 들어가서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그들도 집주인은 아니죠. 한 달 방세는 700, 디파짓은 350 이었습니다. 계약서 당연히 쓰고 들어갔구요. 계약서에는 계약 만료시 집안 집기에 데미지 없고 방이랑 제가 사용한 구역 청소 검사해서 문제 없으면 디파짓 350 전액 돌려준다고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약이 만료되는 8월 31일에 발생했습니다. 마지막 날 정오 12시에 청소 검사를 하겠다고 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 친구들과 별 문제없이 잘 지냈었고, 마지막까지 계약 성실히 이행하고 싶었습니다. 화장실 경우는 천장에 붙어있는 환풍구까지 청소하라고 해서 물티슈로 세 번이나 닦아서 환풍구에 붙어있는 먼지 다 떨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불 빨래 돌리고 있는데 태국인 친구가 오전 11시30분 쯤 일어나더니 검사 전에 할 말이 있다는 겁니다. 제가 사는 동안 건물이 노후해지고 수선비가 들었기 때문에 디파짓에서 50을 제하고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이 집에서 6개월 밖에 살지 않았습니다.) 즉, 제가 아무런 물품 파손을 하지 않고 청소를 제대로 다 해도 저는 제가 지불한 디파짓 350 중 300만 돌려받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마지막 날에 갑자기 하는 것도 그렇고, 계약서 상에 있지도 않은 조항을 저한테 청구하는 것도 그랬습니다.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갔죠. 그랬더니 그 태국인 친구가 하는 말이, 이전에 살았던 한국인 학생들이 다 자기가 요구하는 50불을 내고 방을 뺐다, 이건 캐나다에선 normal한 것이다, 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건 그 사람들 입장이고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계약서에 씌어있는대로 이행해달라, 라고 계속 어필해서 350을 다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서로 좋지 않은 기분으로 작별을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자세히 알아본 결과, 렌트한 집이 노후해 지거나 물건을 오래 사용해서 수리가 필요한 경우, 집주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되어있다고 하네요. 그 부분에 대해 테넌트에게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입니다. 저는 혹시 이 태국인 친구들도 집주인에게 속아서 그 비용을 지불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자로 이 비용에 대해선 너희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이니 집주인에게 지불하지 말라고 알려주었죠. 그랬더니 뜬금없이 제가 방에 제 속옷 한 개랑 실내화를 놓고 가서 그걸 자기들이 직접 버리는 수고를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겁니다. 뒷정리 제대로 안하고 갔으니 제 디파짓 차감했어야 한다는 뜬금포를 날리네요. 제 물건 깜빡하고 놓고 나온 건 제 불찰이긴 한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8시부터 청소기 돌리고 방바닥도 물티슈로 다 닦고 나온 사람한테 그런 소리하니 참 씁쓸하더라구요. 그냥 저한테 50불 못 받아내서 그것만 분한 것 같은 낌새였습니다. 이런 인성을 보니 앞으로도 잘 모르는 한국인들한테 계속 50불 징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몇몇 한국 학생들이 잘 모르고 디파짓을 떼먹힌 것 같은데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계약서 잘 챙기시라고 이 곳에 글 남겨드립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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