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그고 축하연, 1억원 취임식...
지자체 첫날 개판
지방의회 개원 첫날인 3일, 전국 곳곳이 지방의회 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진흙탕이 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개원이 미뤄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은 물론이며, 시의회 문을 걸어 잠그고 축하잔치를 연 곳도 나왔다. 한나라당이 전국을, 민주당이 전남지역을 독식하면서 나온 결과다.
원구성 파행, 의회 문 걸어 잠그고 축하연
시흥시의회는 3일 오전 13명의 의원 중 한나라당 소속의원 8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를 열어 제5대 의장단으로 윤용철 의원(51), 부의장으로 박수길 의원(47)을 선출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소속 5명의 의원은 “상임위원장 배분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아 등원을 거부한다”며 “다수당이라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남시의회도 전체 10명의 의원중 한나라당 의원 7명만이 참석해 한나라당 김병대 의원을 의장으로, 같은당 임문태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3명의 의원은 ‘부의장 배분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며 모두 불참했다.
광명시의회 역시 3일 오후 13명의 의원 중 9명의 한나라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한나라당 김선식 의원과 구본신 의원을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나머지 4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의장단 독식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전원 불참했으며, 4일 있을 상임위원장 선출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주시의회는 개원 첫날인 3일 낮 12시부터 2시까지 시의회 출입문을 전면 폐쇄하고 축하잔치를 열었다. 시의회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의회 본회의장에서 개원식을 가진 후 외부로 옮겨 점심식사와 술을 마신 뒤 2시 가까이 돼서야 청사로 돌아왔다. 이 2시간 동안 의회문은 잠겨 있었고 대표전화도 받지 않았다.
파주시의회는 한나라당 김형필 의원을 의장으로, 같은 당 홍덕기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하고 3일 공식 출범했다.
33명의 시의원 중 32명이 한나라당인 인천시의회는 그간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시당의 방침에 따라 의장을 선출하느냐, 시의회의 독립을 위해 시의회 본회의에서 선출하느냐를 놓고 논란을 거듭해왔다.
결국 시당의 방침에 따라 의장단을 당내 경선을 통해 내정하기로 하고 박창규 의원(남구1)을 시의회 의장으로 내정했고, 지방자치법에 따라 본회의에서 의장단을 선출할 것을 주장해온 3선의 신영은 의원(남동1)은 이날 의장 후보 출마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의회는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길을 택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초호화 취임식...1억원 넘게 써
3일 오전 정우택 충북지사는 충북도청 광장에서 5천여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취임식을 열고, 지사 관사와 집무실의 개 · 보수 비용으로 5천여만원을 사용, 모두 1억여원을 들여 호화롭게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행사에 참석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도청 광장에서 취임식을 치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든 최소의 경비로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결코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 광역단체중에서 인구(150만명) 가 가장 적고, 재정자립도도 25%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
이에 앞서 정우택 지사는 한나라당 추천이나 선거캠프에 일했던 인사들이 국장급 정무보좌역(3급)이나 정책보좌관 등 새로운 직책에 임명되고 출연기관에 대한 외부인사 기용이 예상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라도 민주당 독식, 다른 당과 담합(?)
나주시의회는 3일 무소속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투표에 참가해 민주당 나익수, 김덕수 의원을 각각 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9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던 이날 선거에서 의장과 부의장은 모두 만장일치의 9표를 얻었다.
이에대해 무소속의 한 의원은 "무소속 의원에게는 단 한마디의 양해도 없이 현역 국회의원 지시에 따라 일사천리로 원 구성을 끝냈다"며 "이는 무소속 의원에게 절반의 성원을 보내준 시민들을 무시한 처사다"고 비난했다.
광주 서구의회는 '담합설'로 시끄럽다. 애초 민주당은 7명으로 열린우리당 4명, 민주노동당 2명보다 수적으로 우세해 의장과 부의장을 독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의장으로는 민주당 나정숙 의원이, 부의장으로는 열린우리당 강기석 의원이 선출되었다.
이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나 의원이 당을 배신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력한 의장 후보로 지목됐던 민주당 A의원은 "나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기 위해 일부 상임위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다른 당 의원들과 사전에 연대한 결과"라며 "배신행위의 대가로 나 의원을 당에서 제명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에 대해 "당이 기초의회 원 구성에 개입하고 여성과 다른 당을 배제한 채 특정 의원을 의장, 부의장으로 몰아간 데 대해 내부적으로 이의제기를 한 적은 있지만 다른 당 의원 누구와도 사전 접촉하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A의원이(당선을 위해)다른 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다"고 반박했다.
광주 북구 의회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싸우고 있다. 이에 2명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며 "북구 의회가 민주당 의원 10명, 열린 우리당 8명, 민노당 2명 등으로 구성되면서 각 정당별로 의회 의장.부의장.운영위원장.사회산업위장.도시건설위원장 등 의장단 선출을 위해 경쟁이 치열해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정당별 협의가 아닌 개별적 접촉 등을 통해 의장단 선출을 관철하려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며 "정당별 협의체를 통한 투명한 정책대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 상관없이 기관장, 간부 일괄사표...독식·집안싸움에 민주노동당 무시
경상남도는 김태호 지사의 취임을 앞둔 지난달 13곳의 출자·출연기관, 도립전문대 기관장과 간부 15명에 대해 임기와 경영성과에 무관하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 이들의 임기가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남아있는데다 업무상 하자가 없는 경우도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일괄사표를 받는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당사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9명의 시의회 의원중 4명이 민주노동당 소속인 울산시의회는 3일 개원 첫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뺀 채 의회 출범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울산지역 정당 득표율이 28%에 달했다”며 집행부 7석 가운데 최소 1석 분배를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김철욱 의장과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4명 등 7명의 집행부를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로 채웠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다선(多選)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소속 시의원 47명중 45명이 한나라당 소속인 부산시의회는 한나라당의 두 의장 후보가 서로 자신이 의장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며 싸우고 있다. 주인공은 조길우 전 의장과 유재중 의원. 두 의장 후보는 교섭단체 대표 선임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의장단 선거전 교섭단체 대표 선임을 주장했던 이해동 의원이 소집한 3일 한나라당 의원 간담회에는 12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에게는 회의에 참석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등 의원들간 대립과 반목이 이어졌다.
부산 사상구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 7명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5개의 자리를 모두 독식하려 해 열린우리당 소속 구의원 5명이 최소 두 자리를 요구하며 반발해 의장단과 위원장을 선출하려던 임시회를 산회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구의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의장단 선출을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모 구의원은 "지난 4대 의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포섭해 주요 자리를 독식한 열린우리당 측이 이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제주, 한나라당 독식으로 원구성 파행
제주도의회는 3일 의장단 선거를 열어 한나라당 양대성 의원을 선출했다. 이날 선거에는 전체의원 36명 중 한나라당 의원 21명만이 투표에 참여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무소속 의원 14명은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선거법 위반 수사대상자를 상임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며 등원을 거부했다.
도의회는 5일 의회운영위, 행정자치위, 복지안전위, 환경도시위, 문화관광위, 농수축.지식산업위, 교육위 등 7개 상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원 구성에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2006-07-04 /김영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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