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는 정부가 인터넷이용자들의 행동을 통제,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제도죠. 겉으로는 미성숙한 인터넷문화로 인한 폐해의 단절을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통제만능주의적 사고로 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이 이만큼 발전해서 이끌어낸 가장 훌륭한 문화 중 하나가 게시판 문화라고 봅니다. 게시판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오가고 조중동 조폭찌라시의 횡포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죠. 그리고 기득권의 부패상도 많은 부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기득권의 부패와 잘못된 관행들을 알게 된 많은 네티즌, 곧 국민들은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봐요. 그래서 노무현이 당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실명제를 정통부에서 거론하고 있죠.
어제 100인토론인가 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인터넷 실명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내세우는 이유는 "인터넷 실명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은 아니다. 실명으로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지 않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신공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러한 실명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대학교수, 변호사, 공무원 등 사회에서 어느정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을 상위 20%와 하위 80%로 나누겠습니다. 상위라 함은 공무원, 대학교수, 변호사 등 권력과 부의 정도가 우리사회의 20%이상인 사람들을 말하고, 하위 80%는 그 밑쪽의 보통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사람들 중에서 인터넷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은 하위 80%가 대부분입니다. 하위 80%는 상위 20%가 기득권에 들어가서 80%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건의사항이라던가 불만을 가지고 인터넷에 의견을 개진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회에 대한 개혁이라던가, 민원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상위 20%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겠지요. 대신에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기대어 사회를 바르게 통제하려 들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겠으나, 이렇게 하면 하위 80%는 상위20%가 만들어 놓은 틀 내에서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의견 교환이 어렵습니다.
"실명제를 한다고 해서 글을 올리지 못할 것은 없다"라는 것은, 상위20%의 눈, 혹은 소위 '떳떳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식의 순진한 눈으로 바라 보았을때나 가능한 시각이지요.
그 예로, 용화여고 허양의 이야기를 들겠습니다. 허양은 인터넷에 학교의 청소비 징수, 교감의 성추행등의 내용을 담은 비판글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교감에게 고소당하고, 퇴학처분까지 당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겨우 다시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으나, 학교에서는 허양에게 전학을 가던지 자퇴를 하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예 자체는 실명제의 여부와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사회가 아랫층에서의 비판에 대해 열려있는 풍토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한 증거가 되겠습니다.
이 외에도 검찰이 검찰청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감봉되는 일도 있었죠. 예를 찾아내자면 수두룩하겠죠. 저도 얼마전 학교홈페이지에 비판글 올렸다가...ip추적은 당하지 않았습니다만 선생님들께서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학교명예실추시키지 말라며 외고 다니셨더랬습니다. -_- 압박이 심하더군요.
이런식으로, 기득권은 그들이 있는 구조의 평화의 범위내에서 변화를 꾀합니다. 때문에 제가 예로 들었던 계층, 하위80%는 상층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부담을 덜고 비리를 고발하고, 각종 사회문제들에 대한 비판을 시도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는 개혁의 흐름을 타고 있는데(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이것을 두고 조중동은 포퓰리즘이니 2030이 거만을 떤다느니 떠들어댑니다만. 인터넷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지금까지도 조중동 조폭찌라시의 논조에 휘말려 기득권층의 논리로 끌려갔을 겁니다.
인터넷에서 익명, ID로 글을 올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인신공격이라던가 욕같은 경우는 아직 우리사회의 인터넷문화가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는 욕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들은 네티즌들 스스로 무시하고, 귀를 막습니다. 이런 식으로 네티즌들의 자율적인 정화를 기대해야지, 몇몇 문제들 때문에 인터넷을 실명제로 하겠다는 것은 벼룩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문제들. 즉, 잘못된 민원이 들어와 공무원이 헛수고 한다거나, 근거없는 비판들로 인해 보는 피해들. 그것들이 생김으로써 인해 짊어져야 할 사회적 비용과,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아서 생기는 장점들의 사회적 비용을 비교하면 아직 이 땅에서는 장점의 사회적 비용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상층부가 아랫쪽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만큼 충분히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었을때나 실명제를 도입할만 하겠지요. 하긴 그때쯤 되면 이미 인터넷 또한 자정될 것으로 믿습니다만.
첫댓글 올소!
올소!
맞아요.. 실명제 절대 반대!!!!!
게르게르님 글을 잘쓰는군요난실명제 결사 반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