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창원에 있는 한화디펜스 제1사업장. 축구장 10개분(5만8500제곱미터)의 초대형 공장 속에 들어서자 가로 4.5m, 세로 3.5m의 대형 태극기(한국 국기)가 눈에 띄었다. '국방'이자 '산업'의 방위산업 기업의 특징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태극기의 왼쪽에는 '위장 도장' 전 K9 자주포가 있었다. K9 자주포 1대에 700의 방탄강(총탄을 막기 위해 표면을 강화하는 강재)이 들어간다. 하나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내외에서 총 6회의 용접 과정이 필요하다. 대형 용접은 로봇이 하지만, 틈새의 용접은 차체를 작업하기 쉬운 위치로 들어 올려 사람이 직접 한다. 용접만으로 1개월(45일) 걸린다.
용접이 끝난 차체는 레이아웃 머신으로 옮겨 오차를 측정한다. 이어 설치비용이 총액 18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플라노미러(가공설비)로 옮겨 정밀가공에 들어간다. 이런 자동화를 통해 K9 자주포는 해외 경쟁사에 비해 성능을 갖추면서도 원가를 절반으로 줄여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성능 실험을 통과한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결합 부품)' 등의 부품이 탑재되면 1대의 자주포가 완성된다. 이 회사의 김정윤 구매기획팀장은 "부품 약 2800개를 장착하는데 100일 정도 걸린다"며 "공장 안에 있는 시험장에서 주행·작동 시험을 한 뒤 수출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
이렇게 제작되는 자주포 1대당 가격은 약 40억원. 현재까지 누계 수출액이 5조원에 달하는 K(한국) 방위산업의 가장 큰 공헌자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방위산업 기업은 지난해 70억달러(약 8조9900억원) 분 계약을 했다. 5년 전에는 25억6000만 달러였기 때문에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안용수항공전략연구원장은 “국내방위산업은 군과의 계약생산으로 안정적으로 매출을 늘리기도 했지만 납품이 끝나면 갑자기 급감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돌파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K9 자주포도 2020년 방위사업청과의 납품 계약이 종료된 뒤 수출만이 유일한 길이 됐다. 지난해 수출계약을 한 이집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8개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디펜스는 현재 '레드백(호주 독 거미)'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레드백은 K21 장갑차를 기반으로 호주 현지 조건에 맞춰 개발한 차세대 보병 전투 장갑차다. 호주 정부는 181억 달러(약 23조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한화디펜스와 독일의 라인메탈이 최종 후보가 되고 있다. 업계는 올 하반기에 한화가 수주에 성공하면 약 10조원의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9 자주포와 함께 천궁II(LIG 넥스완,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FA-50을 포함한 고등훈련기 T-50(한국항공우주산업, KAI), 1400톤급 잠수함이 방위산업 분야의 ' 수출 4스타'라 불린다.
이 중 천궁 II는 연초 아랍 에미리트 연방(UAE)과 4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단일 유도 무기 수출에서는 최대 규모다. KAI는 T-50 계열 수출로 누계 3조9000억 원분을 판매하고 있다. KAI 측은 “수출국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 추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