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69) 시 쓰기 상상 테마 1 - ⑨ 특별한 태도나 상태를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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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특별한 태도나 상태를 상상하며 시 쓰기
㉮ 소재나 모티브가 갖는 특징과 상상 적용 방법
현대인들의 심리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다층적이다.
그런 현대인들의 심리 중에는 특별한 태도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들이 있다.
다양한 증후군들도 있지만 집착, 애착, 편애, 관계망상, 자기 소외, 몽상, 몽유, 분리불안,
이탈 등과 같은 말들은 단순한 상태의 반응이 아니라 특별한 심리를 바탕으로 한 특별한 반응이다.
그렇게 특별한 심리와 태도를 내포한 말 자체만으로도 미묘한 심리적 상태나
미묘한 존재론적 몸짓을 부여받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말들에게 예민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집착’에 대해 시를 쓴다면 어떤 상상을 펼쳐야 할까?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이 물건에게, 사람이 동물이나 식물에게 집착하는 것은 너무 뻔하다.
그러니 예상치 못한 것에 집착을 하거나 특별한 것에 집착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머니에게 집착한다’라는 상상을 하는 것보다
‘나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집착한다’가 더 특별한 상태가 된다.
이것을 더더욱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6살 저녁에 집착한다. 내 손을 놓은 건 결코 어머니가 아니라 어둠이었다’와 같이
10년 전 나 자신에게 집착해도 좋고, 철학책 103페이지 두 번째 줄에 집착해도 좋다.
상징성이 있는 북쪽에 집착하거나 타일에 집착하거나 검정에 집착하거나
9층에 집착하거나 바이러스에 집착하거나 화요일에 집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밖에 특별한 태도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도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것과 맞물릴 때 비로소 나만의 형상을 가진 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시를 통해 그 소재가 어떻게 상상과 만나 펼쳐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관계망상 1
양들이 나를 비웃잖아요 아직 백을 세지도 않았는데 꿈 밖으로 나가라니요 유목의 계절도 아닌데 어디 가서 늑대를 뒤집어쓴단 말인가요 울음을 벗어나기 위해 콧노래를 드르렁드르렁 흥얼거릴까요 노래와 한 몸이 되면 탄산가스처럼 부글거리는 악몽이 멈춰질까요 그래요 내가 모르는 종교가 있다고 쳐도 녹색은 없어요 흐르는 녹색은 어항 속에만 있잖아요 당신은 웃는 표정을 먹이로 던져주고 떠났지요 싱싱한 꿈은 혼자 꾸는 거라고 알차게 키우는 거라고 우겼지요 뻐끔뻐끔 독백을 연습해볼까요 노래의 끝엔 안락한 낭떠러지도 있을까요 나를 향해 뻗어오는 덩굴은 수직만 탐하고 있어요 곰팡이의 무덤을 지나, 애벌레의 무덤을 지나, 고양이의 무덤을 지나 허공까지 걸어가 봤자 맨발을 받아줄 양털구름 따윈 없어요 나쁜 날씨만 실천하던 바람이 실없이 웃잖아요 기척 밖으로 완전히 나가라니요 혼잣말하기에 좋은 밤도 아닌데 모두 다 떠나면 불구가 된 신음소리는 침대 밑에서 어떻게 잠들 수 있겠어요
섹스는 가장 적극적인 변명 아니면 착각일까요 벽을 보고 대화하고 등으로 대답을 듣던 때가 좋았다고 자백해줘요 이제 어디로 가서 젖은 베개를 확인해야 할까요 당신만이 층간 울음이 될 수 있는데, 겹겹이 쌓인 수치심 위에 한 겹 더 비참을 덧씌울 수밖에 없는데…
―「1초 동안의 긴 고백」, 문학수첩, 2019.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이별을 선언할 것 같은 사람에게서 묘한 예감을 받는 화자가 있다.
「관계망상 1」은 그런 예감으로 인해 표출된 불안 심리와 망상을 형상화하기 위해 창작했다.
살다 보면 어떤 예감은 100% 실제와 맞아떨어지게 된다.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는 특히 미묘하게 찾아온 예감이 무섭다.
그래서 필자는 그런 상황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맥락인 ‘진짜 떠날 것 같아 두려운데…’
‘아니야 나는 아직도 당신과 관계를 맺고 있어.
관계가 지속되어야 해.’와 같은 속마음을 형상화시키려 했다.
이별이란 현상은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그 흔한 현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하면 표현해 볼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착안된 것이 바로 꿈의 상황을 통해 불안 심리와 관계망상을 암시하려는 발상이었다.
발상을 더욱 새롭게 하기 위해 ‘당신’이란 존재가 꿈속에 있는 화자를 꿈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상상을 추가로 설정했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에서 객관적 상관 현상은 꿈이다.
보통 꿈은 현실과 무의식의 반영이다.
꿈속에서 화자인 ‘나’를 밀어내는 ‘당신’을 설정한 후 거기에 반응하는 ‘나’의 태도를 주로 시에 표현했다.
어쩌면 남녀 사이의 관계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꿈마저 없다면 우리는 삭막한 현실에 내던져진 존재로 살아가야만 한다.
꿈은 그렇게 허무함과 긍정적인 면을 동시에 품고 화자 앞에 놓여 있다.
꿈에서 깨어나면 ‘당신’과의 관계는 완전히 끝나고 말 것이다.
「관계망상 1」은 꿈속 상황을 바탕으로 하기에 그것과 관련된 단어와 이미지를 나열했다.
양, 유목의 계절, 늑대, 울음, 악몽, 녹색, 어항, 이미지, 덩굴, 곰팡이, 애벌레, 고양이, 무덤, 혼잣말,
신음 소리, 침대, 독백 등이 떠올라 메모했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이 시는 일종의 암시성을 띤 알레고리에 해당한다.
불안 심리와 관계망상을 갖고 있는 화자의 상태를 꿈속 상황이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심리 상태를 어떻게 하면 더욱 극대화시킬까 고민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언술을 계속 뱉어냈다.
‘당신’ 때문에 꿈속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과 끝없이 죽음 이미지를 부추기는 상황이 그래서 탄생했다.
‘당신’과의 이별이 정말로 찾아오게 되면 자살에 이를 것 같은 예감 때문에
더욱더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했던 것이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후에 찾아올 것이 수치심과 비참 밖에 없다는 상황을 덧붙여서
이별 앞에 놓인 ‘관계망상’의 간절함을 증폭시켰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은 기재 생략함-옮긴이)
· 정채원의 「걱정인형」 (《문학청춘》 2020년 봄호)
· 강은진의 「질식」 (『달콤 중독』, 파란, 2020)
· 김나영의 「실업의 능력」 (《미네르바》 2019년 겨울호)
<직접 써 보세요>
* 여기서 제시하는 단어나 구절을 바탕으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 제시 단어 : 집착, 애착, 편애, 관계망상, 자기 소외, 몽상, 몽유, 분리불안, 이탈 등
(이밖에 특별한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 중에서 나만의 시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다른 것을 바탕으로 써도 된다.
꼭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시 속에 주로 활용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가지고 창작을 하면 된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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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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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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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 9.16.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69) 시 쓰기 상상 테마 1 - ⑨ 특별한 태도나 상태를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