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 해를 힘들게 보낸 한 청년이 있었다. 감독의 신뢰를 잃었고, 팀의 주전 마무리로 2아웃 이후에 강판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팬들에게 박수가 아닌 Boo(야유)를 받아야만 했던 참으로 웃지 못할 많은 시련을 겪은 사나이.
그의 아픈 상처들을 어루만져주리라 생각했던 고국에서 폭행 사건과 연류되며 또 한번 그에게 차디찬 시련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그의 업슛과 프리즈비에 열광했으며 자그마한 동양의 투수가 거구의 메이저리거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곤 했다. 그런 그가 지금 국내.외로 트레이드와 보직 문제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요즘 스포츠 신문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내용의 대 부분은 "김병현 트레이드 거론"," 김병현 5선발도 불안" 등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사의 내용은 대부분 미 스포츠 유력지인 ESPN과 CNN 뉴스에서 다루어진 내용이다. 하지만 영어 해석에 있어 영어 단어 하나의 오역으로 인해 기사의 내용은 360도 달라지게 된다. 제목은 김병현의 트레이드에 대해 다루고 있어도 그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모하기 일쑤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로 서론을 장식한 이유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질책하기 위함도 아니요,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실제로 김병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생각을 고찰해보기 위해서이다.
(1) MLB 최정상급 선발 투수 "커트 쉴링"의 영입
2003년 ALCS(아메리칸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아메리칸리그 챔프 자리를 내준 보스턴은 더욱 분주하게 2004년을 위한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중 한 명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쉴링을 트레이드해 왔고 2003년 아메리칸리그 구원왕인 키스 폴크까지 레드삭스로 합류시켰다.
커트 쉴링은 2004년은 현재의 1천200만 달러를 유지하고 2005년 1천250만 달러, 2006년 1천300만 달러, 2007년은 옵션을 포함해 1천300만 달러 등 총 3년간 3천850만 달러(연평균 1천283만 달러)로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었다.
각종 스포츠지에서 "커트 쉴링의 영입으로 김병현 빨간불" 과 같은 헤드라인을 자주 접하곤 했다. 과연 커트 쉴링의 영입으로 김병현의 설 자리는 없는 것일까?
2003년 보스턴은 타고투저의 현상을 보였다. 타격은 메이저리그 전체 최상위급에 속했고, 투수력은 메이저리그 중위권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만일 2003년과 같이 타격의 각종 커리어 하이를 갈아치울 당시의 모습을 2004년에도 이어간다면, 보스턴의 숙제는 당연히 "투수층의 안정화"일 것이다. 커트 쉴링의 가세로 "페드로+ 쉴링" 이라는 강력한 원,투 펀치를 이뤄냈고 여기에 2002년 21승 8패 2.58 , 2003년 17승 7패 4.47 을 기록한 데릭 로가 3선발로 버티고 있다. 과연 어떤 팀에서 3선발이 2년간 평균 19승을 거둘수 있을까?
(혹자는 데릭 로의 방어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만, 팀에 꾸준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투수에 대한 과소 평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투수의 퀄리티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2003년 워렌 스판상 수상자인 앤디 페팃과 데릭 로는 분명 팀의 득점지원이 높은 투수의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꾸준히 승리투수가 되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을수 없다)
2004년 보스턴의 원,투,쓰리 펀치는 메이저리그 최강이라고 부를만큼 커트 쉴링의 가세로 그 가치는 배가되었다. 여기에 제 4선발의 가능성이 높은 팀 웨이크필드.
3년간 평균 10.3승 8패 3.60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의 노련미와 경기운영 능력을 감안한다면, 4선발까지도 보스턴으로써 안정감 있는 구도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5선발로 마운드에 오를까?
보스턴이 4,5선발급 투수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김병현을 타 구단으로 트레이드 시키지 않는다면 특별히 난항을 겪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단적인 내용은 김병현의 높은 연봉을 들 수 있다.
"5선발급 = 450만 달러 내외"는 메이저리그에서 좀처럼 흔치 않는 일이다. 그런 선수를 트레이드 없이 팀의 불펜 투수로써 묶어둘 정도로 보스턴 재력이 여유가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또한, 현재 김병현과 5선발을 놓고 경합을 벌일 투수들이 아직까지 특별히 선발로 검증된 성적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김병현의 경기 경험과 구질,구위를 고려해본다면, 레드삭스의 최강 선발 로테이션은 "페드로-커트 쉴링-데릭 로-김병현-팀 웨이크필드" 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지 못하다. 그럼 5선발 자리를 놓고 테스트를 받아야 할 투수를 살펴보자.
①브론슨 아로요
브론슨 아로요는 이미 2000년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선수이며 3년간 그의 성적은 평균 3승 5패 5.16를 기록했다. 아로요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의 기복이 심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브론슨 아로요의 2002시즌을 살펴보면, 처음 나쉬빌레(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며 PCL(Pacific Coast League)에서 그가 돋보였던 부분은 3번의 완투 경기와 2번의 완봉승이었다. 그리고 ERA역시 2.96으로 2위에 랭크될 정도로 뛰어났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던 아로요는 4월 8일 프레스노를 상대로 7이닝 3안타 무실점 삼진 10개로 호투를 했다. 그러나 개막과 시작된 6번의 선발 등판에서 호투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작 2승만을 했고 5월18일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상대로 단지 3안타만을 허용한 7이닝 완봉승을 거두게 된다.
그러나 그 뒤, 5월 23일부터 6월 18일까지 5번의 선발 등판을 했지만 5경기 내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후 설트 레이크를 상대로 연이은 완투경기를 펼치기도 하며 8월5일~8월11일 이 주일의 투수에 선정 되었다. (2승0패 ERA 0.50)
그는 이전에도 피츠버그 빅리그 무대에 올라와서 다시 트리플 A로 내려갔다가 다시 8월15일 리콜 되며 메이저리그 적응에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8월29일 경기에서는 애틀랜타의 탐 글래빈과 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으며 9월1일부터는 선발로 등판하지 못하고 중간 계투진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위 내용은 mlb.com에 나와 있는 브론슨 아로요에 대한 2002년 기록들이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의 성적보다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빅리그에서 기록하게 되었으며,높은 ERA 와 BB:Ks≒ 1 : 1.3 정도로 뛰어난 커맨드를 보여주지 못 하였다. 아울러 이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장타 허용율(피 SLG)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또한 단조로운 구질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질 개발은 그에게 있어 필수적이다.
하지만 2003년 보스턴 트리플 A에서 퍼펙트 경기를 선보여 많은 스폿 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바로 브론슨 아로요다. 그 역시 김병현과 마찬가지로 검증받지 못한 선발 투수중 한 명이며 김병현과 2004년 스프링 캠프에서 경쟁하게 될 선수다.
② 스캇 윌리암슨
총 241경기의 등판 중 선발로 등판한 경기는 10경기. 김병현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선발 경기 경험이 없으며,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마무리 투수로 보냈다. 그의 최대 장점은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준 안정감이다. 하지만 선발로 검증된 것은 역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윌리암슨이 과연 3년 전, 선발로 등판하던 때의 감각을 스프링 캠프에서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2003년 스프링 캠프에서 힘겨운 5선발 싸움이 아닌, 4선발까지 도약했던 김병현. 이번 2004년 스프링 캠프에서도 그가 힘겨운 5선발 싸움이 아닌, 4선발까지도 변수로 만들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 2003년 아메리칸리그 구원왕 "키스 폴크"의 영입
키스 폴크는 3년간 2100만 달러(옵션 포함 최대 2400만 달러)로 레드삭스 맨이 되었다. 현재 상황에서 키스 폴크의 영입은 김병현의 입지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필자가 아쉬운 것은 바로 김병현이 2003년 보스턴의 뒷문을 확실히 닫아주지 못한 점이다.
만일 김병현이 확실한 보스턴의 클로저였다면, 키스 폴크 영입이 필요했을까?
김병현은 19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6번을 세이브했으며 팀내 기여도는 다른 불펜 투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보스턴 언론은 약 4개월동안 레드삭스에서 올린 성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양키스에 약한 김병현"과 "ALDS 1차전에서 페드로의 승리를 날려버린 마무리" 로 인식될 뿐이다. 그 이전 과정은 그들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필자는 내심 김병현이 2004년에도 보스턴의 클로저로 한 해를 더 보내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애리조나에서 보여준 "확실한 주전 마무리 김병현"이라는 이름 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보스턴 구단은 이미 어슬레틱스의 주전 마무리 키스 폴크를 영입해 팀내 주전 마무리로 못을 박아 버렸다. 키스 폴크가 2004년 부진의 늪에서 헤매지 않는 한 김병현의 마무리 재전향은 힘들어졌다.
새로 보스턴으로 둥지를 튼 키스 폴크. 그에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아닌, 상대 타자와의 수 읽기 싸움도 아닌, 바로 "보스턴 언론 + 팬 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 김병현의 트레이드
시즌이 끝난 이후로 줄기차게 거론 되는 것이 바로 김병현의 트레이드다. 김병현의 트레이드는 이미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현실감 있는 내용으로 다가오고 있다.
ESPN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탁은 김병현을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은 선수 10명중 9위"에 이름을 랭크시켜 놓았다.
12월 16일(한국시간)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은 mlb.com과의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키스 폴크의 영입으로 몇몇 다른 투수의 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있는 투수진들이 아주 마음에 든다. 훌륭한 퀄리티 피칭을 하고 있으며 그런 좋은 투수진들이 우리가 부족한 면들을 보완할 수 있다면, 트레이드 카드로도 쓸수 있다."
Saturday's acquisition of Keith Foulke gave the Red Sox considerable depth in their pitching staff, but Epstein said it didn't necessarily mean that he felt the need to trade some of his arms.
"We really like the pitching depth we have, the depth of quality pitching we have," Epstein said. "While it might be a useful tool to address some other needs, it also makes us pretty content with our staff, so there's a balance there."
키스 폴크의 영입으로 인해 김병현의 활용카드는 레드삭스 내에서 극히 제한되었다. 선발투수와 불펜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경우인데, 불펜 투수로 기용하기에는 비용지출이 너무 과다하다. 또한 현재 보스턴에서 5선발 기용을 고려하고 있는 스캇 윌리암슨과 브론슨 아로요보다 김병현의 예상 샐러리가 월등히 높다는 점도 김병현의 트레이드를 부채질 하는 요인이다.
현재 보스턴의 투수 부문(Role)은 포화 상태다. 선발투수에서 불펜, 마무리까지 수적인 면이나 퀄리티 측면에서도 테오 단장이 인터뷰에서 밝힌것처럼 구단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김병현의 보유 가치를 알고 있는 보스턴 입장에서 김병현은 '계륵' 이다. 자신이 보유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다른 팀을 주기에는 아까운 존재인 것이다.
필자는 만일 김병현이 트레이드 된다면, 명문팀보다는 Role에 상관없이 등판 기회가 안정적이며 팬들은 선수를 아껴주고 감독은 선수를 신뢰할 수 있는 팀으로 트레이드 되기를 바란다.
1위 지상주의 팀보다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꼴찌팀이 어찌보면 김병현을 한 걸음 더 성장시켜줄 수 있는 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을 맺으며********
12월 20일이 되면 김병현이 2004년 보스턴과 함께 갈지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할지 결론이 난다. 우리는 한번 트레이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개 트레이드 된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성적이 나빠서, 팀과의 불화로.. 하지만 선수로써 가치가 없는데 다른 구단에서 그 선수를 데려가려고 할까?
당연히 어떤 포지션에서 그 선수를 필요로 하기에 다른 선수와 맞 트레이드 내지는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것이다. 트레이드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이기보다는 조금 더 긍적적인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병현이 2004년 어떤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가 보스턴에 잔류하든 다른 팀으로 이적하든 상관없이 확실한 사실 하나는 그가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병현" 이라는 사실이다.
2003년 부상과 트레이드, 언론 및 팬들과의 불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낸 김병현에게 냉혹한 잣대와 스탯을 들이밀기 전에 그를 사랑하는 팬 입장에서 "김병현의 2004년"을 바라보는건 어떨까?<사진출처:
http://cafe.daum.net/photonetworld
, http://cafe.daum.net/skidrow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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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 역시 배병철씨네요...으흐흐...
좋은 글입니다. 굿~
그렇습니다.
초록색 글귀가 심하게 맘에 든다는.... 좋은글~~^^
이런 좋은글을 항상 볼수 있는 때가 왔음 좋겠네요..
배병철님,,잘 봤습니다...좋아요..*^^*
와 조타,...
^^보스통에 있을지 아니면 다른팀에가서 운동을 하더라도 병현선수이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병현선수가 원하는 선발하는 모습을 볼수있음하고요 .배병철기자님의 글 잘봤음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병현!!! 조아쓰!
배병철 명예기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두 김병현이 내년에도 보스톤의 마무리를 하길 내심 바랬답니다.보스톤의 야유와 뉴욕의 환호를 바꾸고, 우승으로 이끄는 구세주같은 역할을 하길 바랬는데..물론 선발이면 3선발도 무리가 아니라 생각도 했어요..늘 지켜보면서 김병현은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내용이네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