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잠깐!"
막 철검을 들고 뛰쳐 나가려던 소년들을 막은 것은 장천림이었다.
그는 의아해하는 세 소년, 즉 장하영, 석회림, 조천백에게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기서 한꺼번에 밖으로 나가면 모두 죽는다. 내가 놈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할 테니 너희들은 그 사이에 흩어져서 달아나라."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천림........"
소년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들은 강한 아이들이었다. 이제껏 그들은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장천림의 말에는 한결같이 눈시울이 젖고 있었다.
"하지만 넌......."
장하영의 말에 장천림은 담담히 말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 능력이 있는 자가 있느냐? 그건 오직 나밖에 할 놈이 없어."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철검을 안은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야아아아!"
멀어져가는 장천림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
동굴 안의 소년들은 벽에 기대여 숨을 죽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장천림....... 과연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들은 한결같이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장하영이 주먹으로 눈을 문지르며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도 나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이대로 개죽음을 하기에는 너무나 억울하지 않느냐? 어떻게든 살아서 복수를 해야 해! 우리들을 위해 놈들에게 달려간 장천림을 위해서도 말이야."
그 말에 소년들은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너의 말이 맞다........
우리는 살아야 해........
④
"놈은 지쳤다!"
휘익! 휙휙휙!
살기에 찬 호통과 함께 인영들이 어지럽게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들은 먹이를 쫓는 사냥개처럼 일제히 하나의 목표를 향해 사정권을 좁혀가고 있었다.
장천림은 막다른 길로 쫓기고 있었다. 그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해도 중과부적이었다. 그는 벌써 이삼십여 명을 해치웠으나 이제는 탈진상태였다.
더욱이 그는 지금 달아나고 있는 길이 막다른 절벽으로 향해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가는 데까지는 가야 했다. 자신 하나의 희생으로 세 명의 소년들이 살아날 수 있으면 그것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
너희들은 살아남아라.
보란 듯이 살아나 행복하게 사는 거다.
그것만이 나를 위한 길이요, 복수를 하는 길이다.......
장천림은 문득 물소리를 들었다.
쏴아아...... 우르릉...... 쿵쿵......!
급류(急流)였다.
급류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장천림은 막다른 절벽 끝에 몰리고 말았다.
"흐흐흐.......! 칠백십삼 호! 이제 네가 달아날 곳은 없다. 순순히 검을 버려라!"
흑의인 오십여 명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장천림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으핫핫핫.......!"
".......?"
흑의인들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이 상황에서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쳤군!"
어떤 자가 그렇게 내뱉었다. 그는 수중의 강궁(强穹)에 독을 바른 살을 메긴 후 쏘았다.
"앗! 저 놈.......!"
"저......."
흑의인들이 경악성을 발하는 사이였다. 장천림은 느닷없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신형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그 아래는 천길의 낭떠러지였을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돌출한 기암괴석들이 솟아 있어 떨어져 살아난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천림.
그는 그렇게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그가 살아날 희망은 전무했다. 적어도 흑의인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흑의인들은 절벽 위에서 장천림의 몸뚱이가 하나의 바위에 떨어져 부딪친 후 퉁겨오르는 것을 보았고 이내 급류에 떨어져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급류의 물이 빨갛게 물드는 것은 그가 치유할 수 없는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⑤
사람의 운명이란 오직 하늘 만이 아는 법이다.
마침 절강성(浙江省)의 풍광수려한 절경을 유람하던 선비가 있었다. 그는 이민족 원(元)에게 짖밟힌 산하가 미워 몸을 숨기고 평생을 쌓은 학문조차 가슴 깊이 묻어버린 청렴한 학자였다.
그의 집은 사천의 백제성(百帝城)이었다.
그러나 집을 떠난 그는 지난 이 년여 간 여기저기를 떠돌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마침 절강성의 한 계곡을 지날 때였다.
그는 급류에 떠내려 오는 한 구의 시신을 보게 되었다. 그는 어렵게 그 시신을 건져냈다. 비록 시신일망정 물고기밥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소한 매장이라도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급류에서 건져낸 시신은 놀랍게도 아직 미약한 숨결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불과 십수 세에 불과한 어린 소년이라는 것이 선비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켰다.
마침 선비는 가산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는 그 길로 여행을 취소하고 마차를 세내어 백제성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어떻게든 소년을 살려 보기로 한 것이었다.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할 소년의 명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선비의 이름은 백난천(白蘭天), 금문장(金文莊)의 장주였다.
소년은 금문장에서 마침내 극적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그를 살리기 위해 백난천은 재산의 반을 써야 했다. 수많은 영약과 이름난 의원들을 동원하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소년이 살아난 것을 보고 그는 크게 기뻐했다. 마침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살아난 소년의 용모가 영준하고 믿음직스럽게 보여 자신의 양자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년은 그 제의를 한사코 사양했다. 그리고 금문장의 하인으로 삼아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장천림, 바로 713호였다.
이후 그는 금문장에서 없어서는 아니될 존재가 되었다. 그는 집사(執事)를 맡아 금문장의 재산을 크게 늘렸을 뿐더러, 여러 가지 일들을 비상한 능력으로 처리해 나갔다.
장천림은 과묵한 성품으로 말이 없었다. 말보다는 언제나 행동을 앞세웠다. 또한 자신의 공을 자랑하는 법도 없었다.
그런 그를 백난천은 장차 자신의 금지옥엽인 백가소의 부군감으로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하나밖에 없는 딸 백가소도 그를 무척 따르는 편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금문장의 식솔들도 모두 그를 아끼고 존경했다.
다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집사 장천림은 오만해지는 법도 없이 묵묵히 집사의 일을 충실하게 이행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백난천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금지옥엽 백가소가 납치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었다.
첫댓글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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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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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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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리고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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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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