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해변*
바다를 입양키로 했지
조건이 까다로운 건 아니야
가슴에 들인 해안선 따라 자주 산책하기
발등을 덮어주는 모래처럼 따스한 손길로
쓰담쓰담하기 흔적을 주워오기 곁에 있어 주기
아플 때 혼자여서 슬플 때
눈물샘에 차오르는 너라는 해변
정오의 그림자같이 사라진 발목으로
윤슬에 반사되며 우리는 걸었지
발톱을 감추고 주름진 이마를 핥아대는 파도
서로의 이름을 모래밭에 묻고
목줄은 없지만 사인을 하고
넌 참 속이 깊지,
누군가는 돌 던지고 술병을 던지고 욕을 하고
누군가 오일을 바르고 바나나보트에 올라타고
흥성흥성 여름밤의 폭죽을 기억해?
물고기는 왜 눈 뜨고 잠잘까,
답을 구하는 사이 보란 듯이
아침이면 발치에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
붉은바다거북 새끼가 죽은 채 떠밀려왔을 때
부검한 뱃속에서 기어 나온 폐그물, 라면 봉지, 유리 조각……
미안해,
흔들리는 감정선이 수평선에 흘러가 좌초될 때
유리병에 담겨 떠내려가는 물때 낀 변명들
잘 돌볼게,
마음의 조각배를 너의 해안에 정박시킬게
얼어 터질 계절에도 그러나 사랑은 멈추지 않을게
우린 가족이니까
*1986년 미국에서 시작된 해양 환경보호 활동. 우리나라는 2020년 시범사업이 시작됨.
손준호 시인
2021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어쩌자고 나는 자꾸자꾸, 당신의 눈물도 강수량이 되겠습니까
2022년 대구문화재단 문학작품 발간지원 수혜, ‘다락헌’ 동인
2023년 제2회 기후환경문학상 수상
첫댓글 제가 읽는 시가 제한적이었는데 신선한 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