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은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관찰해본 바로 내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웃기는 ?? 음...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우선 내주변 제법 친해진 사람들부터 하나씩 소개해볼려한다
1. 으아아아... 마수도 못하고...ㅠㅠ
남포동 극장거리에서 장사하는 주변사람들중 친하게 지내는 사람중에
지갑이랑 가방을 파는 아저씨랑 나와 동갑내기인 그의 마누라가있다..
그 아저씨가 하는일은 오후 두시가 조금 못되는 시간에 구루마를 끌고나와서
장사할 준비를 하고 마누라가 편히 앉아 손님을 맞을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
참 꼼꼼한 성격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세심하게 제자리에 차고있는지 확인하고
난 후에야 여기저기 장사하는 자리들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떼운다
그러다가 마누라가 손님왔다고 소리치면 얼른 달려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고
마누라는 손님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마누라가 손님과의 면담을 끝내고 돌아오면 다시또 우리자리에서 한참을 있다가
또 앞자리로 가서 한참을 있다가 입구쪽에서 장사하는 깜아저씨네로 갔다가
여기저기서 시간조절을 하며 간격을 두고 왔다갔다한다
처음에 우리가 가서 자리잡고 시작할때는 지나가다 그저 인사만 하는 관계였다
그 아저씨나 우리나 낯설고 어색한분위기는 잘 적응을 못하는 처지들이라
쉽게 친해지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입구에서 장사하는 깜아저씨덕에 자주 얼굴도 보고 술자리도 가끔씩하며
얼굴을 익혀가게되었다
입구에서 장사하는 깜아저씨는 나와 동갑인 얼굴이 까무잡잡한 아자씨다
남포동 사람들은 모두 그를 '깜상'이라 부른다
처음 그 사람을 본것은 벌써 4년전이 되었네.. 강릉 단오제에서 그를 처음봤다
우리 자리 옆에옆에서 장사를 했는데 너무 시끄럽게 떠들며 장사를 하는통에
주변사람들이 모두 그 팀을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곤 했었다
나도 스피커를 빌려 갖다 놓구선 더크게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나름 대적을 했었지만
그사람들의 안하무인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깜상의 첫인상은 정말 진상 그자체였다.. ㅋㅋ
진해에서 전라도 녹동에서 그를 몇번 보긴했지만 그리 아는척 하고싶은 얼굴은 아니었다
헌데 남포동으로 장사하려고 사전답사를 왔는데 그사람이 떡 버티고 있는것이었다
총각은 그래도 안면이 있다고 먼저 인사를 한다
나도 덩달아 인사를 했지만 별로 아는척 하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속으로는 (에구.. 이런곳에서 장사를 해야하나??) 별로 내키지않는 일이었다
남포동의 정보를 건네주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깜상의 마음에 들게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모... 우리야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사람들은 아니니 별로 해될건 없겠단 생각에
전국 축제장을 떠돌며 간간이 안면을 익혔다고 아는체를 해주니 고맙지모..
깜상 옆에는 다지기아자씨가 다지기를 팔고있다
그 아자씨도 강릉이나 진해 여러군데 축제장에서 안면이 있던 아자씨라
남포동에서 장사하는데 많이 어색하거나 낯설지는 않을것 같았다
(사실.. 남포동에서 다지기 아자씨만 제일 멀쩡한것 같다 ..ㅋㅋ이말은 총각이 한말이당 ㅋ)
다지기 아자씨도 축제장에선 얼굴만 아는 터라 남포동에서 친해진사람이다
그 아자씨도 낯가림이 있어서 우리랑 친해지는데 시일이 좀 걸렸다
지금은 가족처럼 편하게 잘지낸다
다지기 아자씨는 점잖고 남에게 피해주는거 제일 싫어하고 깔끔하고 정확한걸 좋아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해도 기본의선은 절대 넘지않고 예의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총각이 남포동에서 제일 멀쩡한 사람이라고 한다 ㅋ
그에 반해 깜상은 다혈질에다 우격다짐을 일삼고 성격이 급하다
화가나면 까만 얼굴이 더까매진다..
아까 낮에 함께 점심을(요즘 매일 세팀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
먹으면서 다지기 아자씨한테 이런말을 한다
"형! 난 평생 친절한사람은 못될거야 그지?"
"야! 그래도 처음 너 봤을때보단 많이 좋아진거 모르지?"
"아녀 처음부터 그랬어 난 친절하고는 담쌓은사람이여"
"안되는게 어딧냐 노력하면 다 되는거여"
이런 대화가 오가게 된것은 밥을 먹는동안에도 손님들이 물건을 구경하느라 기웃거리니
성질 급한 깜상이 참지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마 그 모습이 우리한테 보이기 쑥스러워 미리 선수치는것일게다
처음 깜상을 지독한 진상으로 봤는데 그사람을 겪어볼수록 진국이다
마음이 너무 여리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어린시절 자란환경과 급한 성격때문에 사람들눈에 비치는 모습이 과격하게 보이지만
남포동에서 제일 인정많고 마당발이 깜상이다
첨엔 나보다 나이가 많은줄 알고 거리를 두었는데 나이가 같은걸 알고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남포동에서 우리가 장사를 잘할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준다
이것저것 챙겨주는것도 많고 걱정도 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준다
깜상이 우리를 챙겨주니 주변사람들도 우리를 자꾸 챙겨준다
깜상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수있게 되었다
별명은 깜상이지만 본명은 남자다운 이름이다^^
처음엔 나를 아줌마! 라고 부르며 친한척 하다가 이젠 아예 이름을 부르며
친구야 놀자... 한다..ㅋㅋ
어떨때 보면 정말 귀엽다 ^^ 어렸을때 아주아주 개구쟁이였을거란 느낌을 강하게 준다
마누라도 그렇게 인정한다 얼마나 개구쟁인지 모른다고.. ㅋㅋ
깜상 마누라도 첨엔 깜상때문에 진상으로 봤지만 참 야무지고 강단있는 아짐이다
나를 보면 쩡!! 하며 놀리기도 하지만 친언니처럼 좋아한다
요리솜씨도 수준급이다 명절이나 제사가 있으면 꼭 불러서 만든음식을 나눠먹는다
난 깜상 마누라를 선화공주라 부른다
얼굴도 이쁘지만 마음도 비단이라 공주라 부른다
"언니! 선화가 아니라 선아야"
"아녀 나한텐 선화공주여" 하고 답하니 피식 웃는다
사실 내보기엔 깜상한텐 과분한여자다 ㅋㅋ(용준이 삐질라..ㅋ)
모.. 어쨋든 둘이 참 잘만난것 같다 죽이 잘맞는다
깜상덕에 알게된 가방아자씨 얘기를 마저하자..
가방아자씨는 울림통이 보통사람의 몇배는 큰것 같다
평소에는 조용조용하게 얘기하지만 역정이나면 아주 큰소리가 나온다
남포동이 흔들릴정도로 소리가 크다
그 아자씨도 성격이 급한편인것 같다 하지만 가능하면 급하지않게 하려 애쓴다
하지만 먹는것만큼은 번개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때문에 팥빙수를 자주 먹는다
하루는 총각한테 와서 "나랑 팥빙수 누가 빨리먹는지 내기할까?"
하며 총각을 팥빙수 가게로 데려갔다
총각은 자기도 빨리 먹는편이라 선뜻 그러마하고 따라갔다가 깨갱하고 팥빙수값 지불하고왔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라도 차가운걸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머리가 띵해지고 빨리먹지못한다
그래서 총각은 팥빙수 한 그릇을 부지런히 먹는다고 먹고있는데 30초도 안되서 다먹었다고
일어서는 가방아자씨를 보고 뒤로 넘어질뻔 했단다.. ㅋ
그아자씨는 커피도 원샷이다 그래서 뜨겁게 해주면 안된다
가방아자씨는 예전에 잘나가던 대기업의 공장장까지 지냈었단다
그러다 자기가 사업하다가 다 말아먹고 일본으로 건너가 14년을 살다가 왔단다
그아자씨 생모가 일본여자라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았나보다..
그래서 일본어를 참 잘한다
처음에 남포동에서 꿀타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우리한테 찾아와서
일본사람들이 오면 자기를 부르라고 했다
근데 사실 우린 가게에서 사람들과 한창 설명을 곁들여 장사를 하다보면
그아자씨를 부르러 갈 여유가 없다
그래서 여러사람을 놓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보고는 자기가 알아서 찾아와서 대신 설명을 해준다
가방 아자씨 덕분에 일본어도 많이 알게되었다
일본 손님들이 오면 우리가 필요한 말을 배워서 그나마 어설픈 문장으로 설명을 한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우와!! 일본어 잘하시네요" 하며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우린 쑥스러워서 말도 못하고 그저 웃기만 한다
그냥 필요한 말만 배워서 한것 뿐인데... ㅋㅋ
일본어도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운것 같다...ㅠㅠ
가방 아자씨는 마누라를 끔찍이도 사랑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와이프를 진심으로 깊은사랑을한다
와이프랑 아자씨는 십년차이가 난다 마누라는 나랑 동갑인데 그아자씨는 열살이 많다
사업에 실패하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생활까지 하면서
마누라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것이다
사람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지만 많이 미안해하고 고마와하고 있다
둘다 담배도 많이 피우고 술도 많이 마신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않고 기본 소주 세병을 마신다
하지만 다른사람들과는 가끔씩 마시지만 매일 마누라와 술을 마신다
밥을 먹으며 반주로 시작해서 집에가서 자기전에도 세병을 마시고 잔다고한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술을 끊었다..
마누라가 병이 났단다.. 그래서 마누라가 다 나을때까지 끊기로 했단다
헌데 병명이 간경화란다..
그래서 술을 아주 끊어야 할 상황이 왔다
마누라가 그동안 살면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나보다..
가방아자씨는 마누라가 하는대로만 따라한다
우리는 간에 좋은 식품들을 소개해주었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그아자씨 바램대로..........
몇달새 살이 쪼옥 빠졌다.. 마누라가...
우린 마누라를 보면 내색은 하지 않지만 모두들 건강해지기를 기도하고있다..
가방아자씨는 수시로 까마구 소리를 잘낸다
"으아아아악~~ 마수도 못하고.." 이소리가 그아자씨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첨엔 예의상 들어주다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우는소리를 듣기가 고역이었다..
그러다가 이젠 만성이 되었단다 다들...ㅋㅋ
우리자리에 와서 아아악~~ 소리내면 총각은 "새총좀 가져와봐 까마구좀 잡게"
첨엔 그소리를 못알아 듣다가 내가 배를잡고 웃으니 그때야 알아차리고 씨익 웃는 가방아자씨..
그래도 까마구 소리는 변함없이 계속 나온다.. ㅋㅋ
가방 아자씨는 맨날 마수도 못하고 집에간다... ㅋㅋ
마수 얘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이만...총총!! 우히히..........
첫댓글 너무나 낯익은 지명인데?남포동이 어딘가 일단 위치찾기 ㅎㅡ 부산 남포동 맞네ㅎㅎ 칠년을 스치며 지나간 곳 그 속에 이런 분들이 살고계셨군요 몰라뵈서 죄송^^♥
남포동을 지나칠때 한번 들러주세요^^
부산에서 오래 장사하시네요 ㅎㅎㅎ 부산가본지가 언제일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추운데 건강 잘 챙기세요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중이라 여기다 뿌리를 박아야지요^^* 여기저기 잘 다니시잖아요^^ 한번 오세요^^*
반가운 하얀겨울님. 잘 지내시는군요. 전에 살던 동네 친구 하나도 간경화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더군요. 얼마나 산다고 보고싶은 사람들도 못보고 사는지. 엊그제도 동서랑 실컷 남편들 욕을 했답니다. 정신병자들이라고 ㅋㅋ. 아이들과 부산구경가면 꼭 들러보고 싶네요. 남포동.
네 감사합니다^^ 꼭 한번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