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유리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곤란했을 것이다.
금년들어 유리병인 소주빈병값과 맥주빈병값이 약간 올랐다.
예전엔 유리조각도 주워서 고물상에 팔았다.
고물상에선 유리조각을 다시 녹여서 빨대로 공기를 불어넣어 병을 만들었다.
내 어릴 때는 찰흙을 동골동글하게 뭉쳐서 흙구슬을 만들어
구슬치기도 하였는데 몇번 맞추기만하여도 잘 깨어져 버렸다.
어떤 아이는 장에 가서 알록달록한 무늬가 든 유리구슬을 가져와
오야다마로 사용하여 다른 아이들의 기를 죽였다.
우리나라에 유리가 들어온 것은 유럽으로부터 중국으로 건너와
장보고 선단을 통해 서라벌까지 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당시에는 유리가 금은과 같이 보석으로 취급되었다.
지금도 유리잔으로는 스웨던 첵코 이태리 프랑스 등의 제품이 유명하다.
유럽 여행중에 독일 하이델베르그에 들렀을 때 와인잔을 하나 샀는데
지금도 그 잔을 애용하고 있다.
프라하에 갔을 때도 와인잔을 사려다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다.
술도 잔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소주는 꼬푸에 부어야 제맛이 나고 맥주는 맥주잔에 부어야 맥주맛이 난다.
와인도 크리스탈잔에 부어야 향도 느낄 수 있고 입술에 다가오는 느낌도 느낄 수가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유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책상 위에 유리를 깔았더니 앉을 때마다 손이 닿이면 차갑기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유리판 위에 고무판이라도 깔아야 할 판이다.
유리천장이란 말도 생각난다.
남성중심의 직장에서 여자가 CEO가 되기란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나 다름없단다.
유리는 일단 투명하다.
독일 국회의사당에 가보면 의사당이 유리천장으로 돼 있다.
의사진행을 일반 시민들이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국회의사당을 유리벽과 유리천장으로 만들었다면
그들만의 복지를 위해 밀실에서 법을 통과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유리가 한편으로는 투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빛을 반사한다.
유리로 된 건축물이 빛을 반사하여 피해를 준다고 소송에 이룬 경우도 있다.
우리집은 남서향이라 아침에 해뜨는 모습을 볼 수가 없지만 인근의 높은 건물외벽의 유리창에서
햇빛이 반사되어 밝은 햇볕이 거실로 바로 들어온다.
거실과 베란다에 있는 화초들이 제일 좋아할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