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에이아이(AI)’라는 게 있는데요.
갑자기 들이대면 좀 낯선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영문자로 AI라고 하면 대부분 알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온 불청객,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관련 농가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는 주범이지요.
국내에 이 말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7년께부터였습니다.
당시엔 인체 영향 등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 보도돼 관련 산업에 타격을 줬거든요.
정부는 민간협회 등과 함께 조류독감이란 말 대신 조류인플루엔자 또는 AI로 써줄 것을 언론에 요청했습니다.
일종의 완곡어법이었는데, 사전에서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일단 조류인플루엔자를 조류독감으로 순화했는데요. 외래말을 순화할 때는 기왕이면 바꾼 말을 쓰라는 뜻입니다.
‘국어의 관점’에서 본 말과 ‘산업적 관점’에서의 현실적 요구가 충돌하는 셈이지요.
산업계의 피해와 요구가 거세진 오늘날에는 ‘조류독감’이란 말을 없애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되었습니다.
‘에이아이’라고 하면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낯익은 게 있지요.
인공지능을 뜻하는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그것인데 미래 시대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AI’가 계기인데, 2001년에 개봉돼 인기를 끌면서 AI를 대중화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서의 ‘에이아이’도 사전에도 올라 있습니다. 이미 단어의 지위를 얻은 것입니다.
조류독감과 조류인플루엔자, 인공지능,
그들을 두루 가리키는 AI가 서로 ‘언어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잇습니다.
IC(인터체인지) 자리를 어느새 나들목이 대신하고,
주유소에서 “만땅”을 외치던 사람들이 지금은 “가득”이라고 주문하잖아요?
넘쳐나는 영문 약어를 줄이려면 자연스럽고 맛깔스런 우리말을 많이 찾아내야 하는데...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