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아나운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런 시도도, 논란도 나오는 것 같네요. MC는 연예인에, 뉴스는 기자 출신 앵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최근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의상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요.
아나운서가 연예인과 다른 점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이미지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의 경우 이미지 변신이 쉽게 받아들여지고, 오히려 변신에 실패하면 식상해져서 장수하기 힘든 특징이 있는 반면에, 아직도 사람들이 아나운서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보수적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연예인처럼 웃고 웃기고 망가졌을 때, 사람들은 즐거워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다음에 자신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다시 뉴스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공신력이 많이 떨어질 것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시 MC를 보게 되었을 때, 아나운서 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최근에 여걸파이브 등에서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가 설 특집 때 이런 의상을 입고 나왔다면 그 파장은 훨씬 덜 했을 것 같습니다. 강수정 아나운서가 잘 했다, 잘 못했다가 아니라, 이미 강수정 아나운서의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강수정 아나운서는 앞으로 맡을 역할에 상당한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반면 세븐데이즈 등 판이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혜승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직도 '아나운서'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전통적인 아나운서들의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나운서들이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면 화제가 되고, 그것만으로도 이미지 변신이 되는거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는 강수정 아나운서는 오히려 과도기의 수혜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 년 후, 입지가 좁아진 아나운서들이 하나 둘씩 연예인화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나운서에게 남는게 뭘까요? 그 다음에 제2의, 제3의, 아니, 제10의 강수정이 나오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나운서가 편해진다'고 해서 오는 프리미엄이 별로 없게 되지 않을까요? 결론적으로 제 살 깎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뭐, 모든 것이 결과론적이긴 합니다만, 특집 때 아나운서의 다른 일면을 보는 것이 아나운서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면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다만, 그렇지 못할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