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한불통신 대표
프랑스 8구에 위치한 세르누치 동양박물관에서 재불 한국인 근현대 미술사 'Seoul Paris Seoul: 프랑스의 한국 아티스트들' 회고전이 열렸다. 현재 거장으로 불리는 다수의 작가들 작품을 1960년대부터 컬렉션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는 프랑스가 한국 예술에 대한 조예가 과거부터 깊었음을 알 수 있다. 프랑댕 외교관이 최초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심경을 가져왔듯이 말이다.
이 회고전은 이응노, 이우환, 한묵, 김창렬, 방혜자 등 한국 미술사를 빛내고 있는 프랑스 출신 22명의 거장들의 작품이 연대별로 한 자리에 선보여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감성을 다룬 작가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전시였으며 한국 작가들의 소장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주: 파리 시청 앞, 방혜자 화백의 그림으로 세루누치 박물관 전시 포스터가 설치됐다.
이어서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권위를 가진 퐁피두 현대미술관이 20일 동양화와 서양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시도해 '한국의 피카소'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이 유족들로부터 17점의 유작을 기증받아 '이응노 기증전시회'를 가졌다. 프랑스 미술계가 한국작가 이응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 일 오후 6시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고 이응노의 부인 박인경 화백(91)과 아들 이융세 화백(61)을 비롯해 베르나르 블리스텐 퐁피두센터 관장, 에리크 르페브르 세르뉘시 미술관장, 프랑크 고트로 디종 현대미술관 설립자, 파리 주요 겔러리스트 등 프랑스 미술계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블리스텐 퐁피두센터 관장은 '왜 퐁피두가 이응노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미술, 특히 이응노는 동양과 서양문화를 잇는 중요한가교 역할을 한다"며 "이응노는 모더니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기 때문에 미술사적 의미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답했다. 프랑스 관람객들은 "동양화같은데도 프랑스 추상화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직접적 계기는 2년 전 디종 현대미술관이 연 이응노 전시회에서였다. 블리스텐 관장은 이응노의 작품을 이때 처음 보고 푹빠져들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파리 근교에 사는 이응노 유족을 찾아가 직접 전시할 작품을 추렸다. 박 화백은 "아무나 기증한다고 받아주지 않는 퐁피두센터가 기증을 받아줘 꿈을 꾸듯 기뻤다"고 말했다.
고 이응노의 부인 박인경 화백(91)과 아들 이융세 화백(61)
11월 27일까지 단독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대 수묵 산수화, 1960년대 한지 콜라주, 1970년대 문자 추상, 1980년대 5·18민주화운동의 영향을 받은 군상 등 이응노의 작품들이 연대기로 펼쳐진다. 특히 한지에 먹으로 수천 명까지 그린 군상시리즈는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다. 이 전시가 끝나면 작품들은 퐁피두센터의 다른 작품들과 섞여 걸리게 된다.
이응노 '군상'
한불화가그룹인 소나무협회가 파리 11구에 있는 디자인센터에서 12월 14일부터 17일까지 그룹전을 가졌다. 소나무협회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채석필 화가는 한국보다는 유럽 및 중동에서 잘 알려졌으며 올해 3월 31일 파리 드루경매장에서 100호 크기 작품이 4만2000유로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파리에서 일어난 일련의 재불 원로작가의 회고전, 기증전, 개인전, 한불 130주년 낭트전, 그룹전에서 보듯이 작품전시회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일류 갤러리들도 한국 갤러리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으며 10여 군데 직영 갤러리가 생겼다. 재불 화가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퐁데자르 갤러리도 최근 오픈해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