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직장(당나귀농장) 21-23, 작업용 장비 구입
김민정 씨가 박현진 선생님을 초대해 차를 대접하고 대화 나누던 중에 당나귀농장 이야기가 나와 일하는 사진을 보여준다. 박현진 선생님께서 일하는 사진을 보시더니 덧붙인다.
“민정 씨, 일하다 보면 옷이 다 버리겠는데요?
앞치마랑 팔토시 같은 거 사서 농장에서 일할 때 입으면 좋겠어요.”
“예.”
당나귀농장 출근 전에 시내 잡화점에 들렀다. 주방용 앞치마는 있지만 농장에서 사용하기엔 크기가 좀 작다고 느껴지고, 짧지 않은 거리 물을 떠오기 위해서는 방수가 되는 것이 좋을 텐데 물이 묻으면 그대로 젖을 것 같은 재질의 천이다.
시장으로 향했다. 마침 장날이다. 북적한 분위기에 마음이 들뜬다. 김민정 씨도 앞치마 사러 왔다가 장날의 풍경을 보고 “우와, 우와!” 한다.
“김민정 씨, 시장에 오니까 참 생기있네요. 새로운 곳에 여행 온 느낌이에요.”
“예, 우와!” 분식집을 보고 김민정 씨 입에서 연속된 감탄이 나온다.
“김민정 씨, 다음에는 별 일 없어도 그냥 시장 구경하러 나오실래요?”
“예!”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 있으면 거기서 식사해도 좋겠어요.”
“예!”
시장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네일샵이 있는데 김민정 씨가 평소보다 큰 소리로 “우와!” 하면서 한동안 매장 안쪽을 바라본다. 손톱에 무언가를 바르는 몸짓을 하고 들어가려고 한다. 손톱관리를 받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김민정 씨, 오늘은 곧 출근을 하니까 손톱 관리를 받을 시간은 없을 듯해요.
다음에 출근 안 하는 여유로운 날에 이곳에 손톱 관리받으러 오시겠어요?”
“예!”
오늘 본 네일샵은 다음에 꼭 가보기로 했다. 김민정 씨가 다시 시장 쪽으로 길을 나선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앞치마가 진열되어 있는 가게를 만났다.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끈모양이 서로 다른 종류, 다른 색, 다른 무늬의 앞치마를 다양하게 보여줬다. 새로운 앞치마를 보여줄 때마다 이것 고르고 싶었다가 저것 고르고 싶었다가 갈팡질팡하는 듯하다. 손이 바쁘다. 앞치마와 앞치마 사이를 돌아다닌다. 김민정 씨가 고민하는 중에도 반복해서 고른 꽃무늬 앞치마에는 주머니가 있다. 이 점에서 점수를 크게 받아 김민정 씨의 선택을 받은 앞치마다. 화려한 꽃무늬도 한몫한 것 같다.
당나귀농장에서 사용할 앞치마를 고르고 계산하러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더 다양한 앞치마들이 있다. 매장 안에 있는 앞치마들은 가격이 더 비싸고 고급 원단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해주시는데 단색 계열이어서 그런지 김민정 씨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다 듣지도 않고 아니라고 한다. 전에 고른 꽃무늬 앞치마가 마음에 쏙 들었나 보다.
사장님께서 어디에 사용할지 물어서 농장에서 일할 때 사용할 것이라고 김민정 씨 대신 전하니, 앞부분에 방수 천이 덧대어 있어서 물 뜨러 가는 길에 젖지도 않을 거라고 그것으로 하면 딱 좋을 거라고 추천해주셨다. 김민정 씨가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하고, 영수증은 나에게 대신 보관해달라고 한다. 카드는 당신의 지갑에 다시 넣는다.
사장님께 팔토시가 있는지 여쭈니 여기에서는 안 팔고 시장 안쪽에 들어가 보면 많이 팔 거라고 알려주셨다. 김민정 씨와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멀지 않은 곳에 팔토시를 파는 노점상 어르신 분들이 여럿 계신다. 김민정 씨가 웃는다. 그중에 기다란 세로 줄무늬의 다양한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있는 팔토시를 단번에 고른다. 미리 챙겨왔던 현금으로 계산도 마쳤다.
농장에 도착한 김민정 씨가 새로 산 앞치마를 두르고, 팔토시를 끼고, 장갑까지 단단히 챙겨 낀 후에 오늘 하루도 일할 준비를 한다.
작업용 장비들을 갖추니 더 전문성 있게 보인다. 오늘 일하는 모습을 장면장면마다 사진에 남긴다.
먹이주는 것까지 마친 김민정 씨, 사각사각 소리 내며 밥 먹는 당나귀들을 보고 있는 자세에서 여유가 흘러넘친다. ‘내가 바로 당나귀농장에서 일하는 김민정이다. 당나귀들아 많이 먹거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
2021년 11월 16일 화요일, 서지연
언제부턴가 김민정 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토시를 끼고 일하시더군요. 사뭇 궁금했는데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 복장이 태도를 지배할 때가 있다는데, 작업복 입은 김민정 씨 모습에서 느껴져요. 앞치마 토시 사러 간 시장 풍경이 정겹습니다. 시장 구경하고 싶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