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더라도, ‘이소룡과 성룡이 동시에 붙어 싸웠다면 어땠을까? 이소룡이 쎌까? 성룡이 쎌까?’하는 의문들은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는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아닐까 한다. 그 둘이 함께 싸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우열을 가누기 힘든 대상을 두고 나는 논란은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다.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는 흔한 말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이나 작은 고민들은 우리의 작은 실생활 속에서도 늘 마주하게 된다. 글•사진 출처 : 다이어리알(www.diaryr.com)
항상 양재천 뚝방길에 위치한 브루스리(BRUCELEE)를 방문할 때 마다 늘 이런 고민에 빠지곤 한다. ‘딤섬이 좋은지? 누들이 좋은지?’ 말이다. 작년 11월에 오픈한 브루스리는 중국 현지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가볍고 편안한 음식을 내는 공간이다. 젓가락으로 면을 말고 있는 모양의 노란색 간판에는 ‘차이니즈 캐주얼 퀴진(Chinesse Casual Cuisine)’이란 영어로 이곳의 콘셉트를 표현하고 있지만, 쉽게 말하면 우리네 김밥집이나 떡볶이집처럼 중국스타일의 분식집인 것이다. 그래서 내고 있는 음식들은 주로 딤섬이나 만두, 빙, 면, 죽 같은 가벼운 식사나 간식 위주의 메뉴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사천닭날개튀김(1만8000원)이나 오품냉채(2만5000원) 같은 일품요리들도 준비되어 있다. 늦은 저녁시간대에는 요리들은 안주 삼아 고량주 한잔씩 걸치고 있는 손님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더 잘 표현해주는 요리는 바로 딤섬(点心:점심)이다. ‘마음에 점을 찍다’는 의미대로 중국인들이 간식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메뉴라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딤섬메뉴인 쇼마이(6000원)를 비롯해 새우를 기본으로 샥스핀이 들어간 츠죠(6000원)와 물밤이 들어간 샤죠우(6000원), 부추가 들어간 쥬차이죠(6000원) 등이 이곳 주방장이 추천해주는 베스트 리스트다. 현지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재료는 중국에서 가져와 사용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그 덕에 쇼마이의 경우 특유의 향신을 잘 살리면서도 새우 같은 딤섬 속 주재료가 튼실히 들어있어 한입 베어 물면 마치 중국이 한입 가득 와있는 듯하다.
주문한 딤섬을 한 판 정도 비우고 나면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는데 바로 딤섬을 하나 더 추가 할지 누들을 먹을지 하는 것이다. 흔히 배달중국집에서 접하는 자장면이나 짬뽕이 아닌 중국 현지에서나 맛보았을 법한 검은콩 소스로 볶은 계란면인 ‘유가면(9000원)’이나 완탕이 들어간 계란면인 ‘금조면(8000원)’ 등 특색 있는 누들메뉴가 우리를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곳에서 추천해준 것은 바로 우육면(8000원)이다. 사테와 사골 등을 넣고 12시간 이상 끓여서 만드는 육수에 직접 반죽한 면이 나오는 우육면은 시원하고 매콤한 맛이 우리내 육개장이나 일본식 얼큰한 라면 같으면서도 그 맛의 범주가 벗어나 있다. 15살 때 부터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기 시작 했다는 이곳의 주방장 쟝페이 씨는 중국식 매운맛인 ‘마’를 느끼기 좋은 메뉴라고 설명한다. 먹고 난 후에 살짝 매콤하면서도 후끈한 뒷맛이 몸으로 느껴지는 매력적인 메뉴다.
중국의 오래된 가구를 비롯해 그림과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 꽃과 나비가 그려진 앤틱 조명에 둘러 쌓여 식사를 하고 있자니 비행기를 혹은 타임머신을 타고 중국 영화 속에서 봤던 어느 장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른함이 어울리는 새 봄, 소박하지만 훈훈한 느낌의 어느 중국 영화 속의 그들처럼 중국분식집에서 여유로운 오후를 맞이해보면 어떨까 한다.
02)576-8845
매봉터널 지나 사거리에서 직진, 영동3교 건너기전 양재천 뚝방길 방향으로 우회전. 약 500M가량 직진 우측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