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열악한 무기와 장비, 보급도 거의 끊긴 장진호에서 경찰관 18명은 중공군 공세를 목숨걸고 저지했다. 이 사실은 한국 경찰이 1950년 6.25 전쟁 당시 가장 처절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경찰관 18명의 명단과 이들의 활약상을 담은 문건을 찾아내면서 확인됐다.
뛰어난 전공을 세웠지만 정작 참전 유공자로 등록된 경찰관은 이 가운데 6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전국 지방청에 장진호 전투와 관련된 문건을 찾아보라고 지시하는 등 자료 수집에 나섰다. 실마리는 올해 1월 경남경찰청이 기록실 한 켠에서 ‘유엔종군기장 수여대상자 조사명부’를 발견하면서 풀렸다. 유엔사령부가 전쟁이 끝난 뒤인 1957년 작성한 이 문건엔 6.25 전쟁 당시 공비토벌 등에 나선 경찰관 3,800여 명의 명단이 기록됐다. 경찰은 이 문건을 샅샅이 뒤져 장진호 전투에 참가한 경찰관 18명의 명단을 최초로 확인했다.
6.25 참전 경찰관은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미군은 유엔군에 배속된 경찰관 1만5천여 명 중 일부를 추려 기관총 운영 등 특별훈련을 시킨 뒤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신라 시대 청년 무사 집단인 ‘화랑’의 이름을 따 ‘화랑부대’로 불렸다.
경찰은 화랑부대가 속했던 미 해병대를 지휘한 로버트 태플릿 전 대대장이 남긴 ‘다크 호스 식스’란 저서에서 화랑부대의 구체적 활약상도 찾아냈다. 태플릿 전 대대장은 “한국 경찰의 기관총에 죽은 적군 수가 200명이 넘었다. 그들의 영웅적 희생(4명 사망)으로 대대 지휘본부 지역으로 진격하던 중공군을 확실하게 저지했다”는 내용을 반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했다.
경찰은 국가보훈처와 협의해 나머지 12명을 참전 유공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