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세탁소
김해자
꽃양귀비 붉은 꽃잎 위에 청개구리가 엎드려
있어서나도 납작 엎드려 뭐 하나 들여다 봤더니,
제 목울대로 꽃의 주름을 펴는 게 아닌가,
그 호박씨만한 것이
앞발 뒷발로 붉은 천 꽉 부여잡고
꽈리 풍선 불어가며 다림질하는 동안
내 마음도 꽃수건처럼 펴지고 있었다
개망초 하얀 꽃잎 위에
나비가 날개를 접고 있어서
나도 땅두릅 그늘 아래서 올려다봤더니,
계란 노른자 같은 꽃술을 빨아대는 게 아닌가,
그 상추씨만한 입으로 꽃잎을 빠는 동안
하얀 베갯잇 같은 구름이 간지러운 듯
몸을 뒤틀었다
하늘이 갓 세수한 듯 말개지고 있었다
<감상>
꽃양귀비와 개망초를 검색하자,
겨우내 잊고 지낸
싱그러움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난다.
무수한 이미지들 틈에 따사한 햇살이 스민다.
그러나 이런 건 가짜에 지나지 않겠지.
진짜는 인터넷 화면이 아니라 저 바깥에,
울창한 자연에 있음을 안다.
꽃을 기웃거리는 청개구리며 나비며
모두 자연의 일원. 나 또한 다르지 않을 텐데…
이 당연한 사실을 아주 오랫동안
모르는 체 산 것 같다.
이 시는 내가 모르는 체했던,
몰라도 그만이라 여겼던
중요한 것들을 포착하고 있다.
꽃의 주름을 펴는 청개구리의 목울대,
꽃술을 빨아대는 나비의 입 같은 것.
그 호박씨만한, 혹은 상추씨만한 것.
나를 닮은 것. 그런 걸 보기 위해서는
시인과 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
“청개구리가 엎드려 있어서
나도 납작 엎드려” 보았다는
시인처럼 가까이 더 가까이,
낮게 더 낮게. 그래야만 들 수 있는 풍경,
마음의 환한 세탁소. 박소란 (시인)
****작가약력****
출생 1961년, 전남 신안군
학력 고려대학교 국문과 졸업
수상 2018. 제10회 구상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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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마워요 연지님
어김없이 새로운 대문시를 열어 주시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보고잡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