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으로부터의 인간을 해방한 연기법(緣起法)
운행 중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불교방송에 채널을 고정 한다. 이동 중일때 타 방송보다는 불교방송을 듣는 것이 여러모로 지식과 교양을 쌓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데 그중에 월호스님이 진행하는 ‘참선100문100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슴에 팍팍 꼽히는 말을 잘하기로 유명해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 내용 중에 붓다는 신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한 위대한 혁명가라는 말이 와 닿았다.
부처님 당시에 인도에는 브라만교가 지배적인 종교이었고 이에 대항하는 수 없이 많은 사문의 사상이 난립하고 있었다. 그 사문의 사상 중의 하나가 불교이다. 브라만교와 사문의 종교에서 주장하는 수 많은 구원의 길에 대한 주장을 3가지로 요약한다면
첫째가 존우론(尊祐論)이고
둘째가 숙작인론(宿作因論)이고
셋째가 우연론(偶然論)으로 압축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존우론은 브라만교에서 믿고 있었던 사상으로서 절대자인 창조주가 있어서 이세상을 창조 하였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창조주인 절대자로서의 신은 전지전능하고 모든 인간사에 다 개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운명도 결정하기 때문에 인간이 노력하거나 수행 또는 정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또한 신은 항상 선하고 정의의 편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악과 불의에 대하여 설명 할 수 없는 자체 모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붓다는 이러한 절대자로서의 창조주 개념의 신관에 이의를 제기하고 스스로 노력해서 중생에서 붓다가 되는 길을 몸소 보여 주어서 타파 하고져 하였다.
둘째는 운명론과 숙명론과도 같은 숙작인론이다. 중생이 전생에 지은 업력에 의하여 내세가 결정되기 때문에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사상이다. 모든 것을 운명론 적으로 보고 현실 또한 이미 결정 되어 있다고 생각 해서 모두 운명에 맡겨 버리기 때문에 현재의 자유의지를 무시하는 사상이다.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에 수행을 하여서 운명을 개척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윤리도덕적인 근거도 희박 하다.
셋째는 인과연에 있어서 인도 부정하고 연도 부정하는 우연론이다. 즉 인과응보를 부정하며 철저하게 무인무연을 주장하는 사상이다. 이런 사상은 도덕과 윤리의 부재를 초래 할 수 있어서 황금만능주나 쾌락주의로 빠질수 있는 위험이 있다.
위의 세가지 사상은 모두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또한 도덕도 부정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더구나 존우론 같은 절대신 개념에서는 악도 신이 만들었다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에 더욱이 설명이 안되는 것이다. 불교는 이와 같은 창조론과 운명론 그리고 우연론 같은 도덕적으로 또 윤리적으로 모순이 있고 문제가 있는 사상을 배격한다. 결국 이와 같은 사상은 인간을 속이고 도덕적 윤리적으로 타락케 하는 사상에 대하여 내놓은 이론이 바로 연기법이다. 연기법이야말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가게 할 수 있고 또한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종교에 있어서 절대자로서의 신을 생각해 본다. 이세상을 신이 창조 하였다면 왜 악이 있고 사탄이 있을까. 또 신이 모든 것을 주관 하고 일일이 간섭한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 것일까. 모든 것을 신의 뜻대로만 생각 한다면 도덕과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 모든 사항이 알고 보면 2500년전 인도에서 일어난 사상투쟁과 너무나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결국 붓다는 연기법을 주장하여 인간을 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창조론과 운명론 그리고 우연론이 윤리와 도덕을 타락시키는 거짓임을 선언한 종교혁명가 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07-07-2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