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밤
1편 : 저의 오랜 벗
저에게는 오랜 벗이 있습니다.
국민학교 복사시절
365일 매일 새벽 미사를
빠지지 않고 참례하였더니,
어느 순간부터
저의 벗이 생겼습니다.
(5학년 때 정근, 6학년 때 개근)
저의 오랜 벗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해방촌 고개를 오르는
우리 이태원파 복사 3~4명의
듬직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아프거나 악천후 등으로
나 홀로 새벽 미사를 드리러 가거나,
한겨울 짙은 어둠에 무서워
성가를 부르며 갈 때면
더 깊이 저와 함께 하셨습니다.
“제 벗과 나는 함께 걸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입니다.
손을 맞잡고 해방촌 고갯길 따라
친구가 되어 걸어갑니다.
제 벗과 내가 함께 걸어갈 때
천국의 일을 말해 줍니다.
나의 죄들이 모두 사라질 때
천국의 영광 보여 줍니다.
가파른 해방촌 고개,
제 벗과 함께 오르며
생명의 친구 되었습니다.
투덜거리는 저의
수많은 죄들을 용서하시니
저는 묵묵히 따르렵니다.“
2편 : 제 오랜 벗의 어머니
카인의 죄
어느 날
복사 후배를 교통사고로
생명의 위험에 빠뜨려
“카인의 죄“를 범하던 그 날,
제 오랜 벗의 어머니 앞에
엎디어 울었습니다.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울부짖음이었습니다.
바램이 아니었습니다.
날선 협박이었습니다.
울부짖음이 조금씩 잦아들고
긴 침묵과 묵상 속에
저를 번제물로 드리고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제 오랜 벗의 어머니 앞에서
간절한 기도로
오직 후배 OO이만큼은 ... ... ...
차마 미사 참례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바로 카인의 죄를 범한
카인입니다.“
2. 명동성당을 점거 농성 한 죄
1987. 6. 9.
선발대가 되어
아버지의 집인 명동대성당을
점거 농성한
저는 대역죄인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6·10 민주항쟁의 서막”이라 하지만
그래도 저의 죄는 변함이 없습니다.
3. 제 오랜 벗의 어머니
제 오랜 벗의 어머니께서는
제가 카인의 죄를 범하였음에도
저를 위해 기도드리셨습니다.
제가 군사독재정권과
싸우며 도망 다닐 때,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으며,
저를 지켜주시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말씀의 봉사를 떠날 때,
저의 배필을 알려주셨으며,
10년 동안 변함없이
저를 친구로만 생각하던
제 배필의 마음을
한 순간에 되돌리셨습니다.
새남터 성당에서
말씀의 봉사가
끝나던 바로 그날!
“어두움이 찾아들 때
저를 지켜주시는
인자하신 어머니!
묵주의 기도드릴 때에
나를 위로하시며
맑은 마음 주시니
모든 걱정 사라지며
희망 솟아오르네!
항상 도와주옵소서!
인자하신 어머니!“
2024. 5. 21.
성모님의 밤을 준비하며
어느 가톨릭 단체 경비
자칭 “두메산골 허름한 공소와 초라한 성지 전담 전국구 복사"
쌀집 막내아들 바오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