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산줄기를 소의 갈비에 비유하기도 하고, 닭의 발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것은 산의 속살이 훤히 노출된 겨울 산줄기에 눈이 내려앉아 있는 모양을 보고 소의 갈비짝, 또는 닭의 발에 비유한 까닭이다.
그러고보니 전국에 계족산을 비롯하여 닭과 관련된 산이름이 수두룩하다.
아마도 닭은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일 것.
구례 계족산(鷄足山·705m)은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 사이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암릉과 멋진 전망바위들이 있고, 쭉쭉 뻗은 낙엽송과
적송이 뱉어내는 숲의 향기가 매혹적이다.
게다가 큰 산들과 강이 두루 펼쳐져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겨울산행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이 산줄기 서북쪽으로는 오래전에 다녀왔던 사성암(四聖庵)으로 유명한 오산과 둥주리봉이 솟아 있다.
남동쪽으로 갈미봉과 월출봉 도솔봉 백운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와 동쪽으로 밥봉 능선이 남도대교(섬진강)로 뻗어있다.
북쪽 섬진강 너머론 지리산 왕시루봉도 가깝게 다가오고, 얼마전 다녀간 노고단에서 뻗어내린 월령봉 능선이 친숙하다.
잔뜩 기대를 안고 찾아갔던 계족산은 초입부터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으니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대부분의 일행들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알바까지 하고 말았다.
섬진강은 백두대간 지리산과 호남정맥 줄기를 가르고 있다.
아무리 높고 큰 산줄기도 이렇게 강을 넘지 못하니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고 하나보다.
지형도상의 '삼신재'와 '국시봉'은 '삼산재'와 '국사봉'의 오기로 보이지만 지형도상에 올려진 이름이니 그대로 따라야 할 것.
동부요업 옆 안내판~임도끝~중상봉~화정재~계족산~730봉~광대바위~광대바위전망대~전망바위(독도주의)~삼신재~화약고~삼산교 정자쉼터(8.5㎞, 4시간)
산행궤적
고도 약 200m, 왕복거리 1km넘게, 소요시간 1시간정도 알바를 했다.
알바구간을 포함한 고도표.
국제신문의 가이드를 따랐으며, 일부회원은 국시봉을 다녀왔다.
네비에 '동부요업' 또는 '전남 구례군 간전면 간문리 704'를 입력하여 안내판이 있는 들머리에 댔다.
'동부요업'은 한식기와 제조업체로 버스뒤로 100m 거리에 있다.
입구에는 '계족산등산로입구'를 가리키는 안내판과...
이정표, 안내도가 있다.
(이정표)
(안내도)
우산만 쓰고 세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다 우의를 꺼집어내 입으면서 지체, 일행들은 전부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다시 한참이나 가다 지팡이를 놓고 온 것을 알곤 되돌아서 지팡이를 회수하면서 또다시 10여분을 소비하고 말았다.
능선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도...
비가 내리지만 아직 채 녹지않은 미끄러운 눈길 포장임도는 계속 이어지고...
임도 끝에 닿았다. 본격 산길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휀스 옆길.
병풍바위 갈림길을 만나...
직등 방향은 낙엽으로 덮힌 길이라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돌아......
우측 능선자락에 올라 붙는다. 이정표엔 화정갈림길.
이제 능선길은 아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솔밭길.
사뭇 몽환적인 분위기도 묻어난다.
'전주이씨 할머니'무덤을 지나...
중상봉(495m)에 닿는다. 중상봉은 봉우리같은 느낌은 그렇게 나지 않지만 중평마을(수평교)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
또다시 만난 잘 관리된 무덤은...
'광산김씨' 할머니와 '달성서씨' 묘. 부부묘인 듯하지만 할머니 묘가 더 뒤에 있고, 할배묘는 앞으로 조금 내려와 있다.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나보다.
겨울비는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몇일 전 내린 눈은 아직 녹지 않아 조심스럽다.
화정마을 갈림길(화정재)을 지나고...
550 전망봉에 섰다. 시야가 트였다면 멋진 조망을 제공해줄 텐데...
흐릿한 가운데 보이는 산봉우리는 바다에 뜬 섬 같아.
질척질척 미끈미끌...
전망처인 듯 도드라진 바위에 올랐고...
곧이어 이통안테나가 서있는 계족산 정상에 닿았다.
정상에서 식사중인 일행들을 만나 도시락은 꺼내지도 않고 막걸리부터 벌컥벌컥 두어 잔을 들이켰다.
정상엔 무덤 한 기가 있어.
미끄러운 내림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눈덮힌 능선을 따라...
시야를 가리는 포개진 바위를 돌아 올랐더니...
삼각점이 있는 730봉. 오늘 산행에서 실제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셈.
730봉에서도 시야가 열릴 지점이지만 꽝.
다시 진행하다 맞은편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며 광대바위일 것이라며 카메라에 담는다.
암봉을 우회하여 돌았더니...
도드라진 바위 턱.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려가며...
셔터를 눌러보지만 보이는 것은 뿌연 백색 천지.
광대바위 이정표.
바위턱 가장자리로 나아가보지만...
이것이 전부.
진행방면 아래쪽(광대바위 전망대)을 살펴보니 그저 희뿌연 실루엣.
삼산리마을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다 정면에 보이는 선바위 하나.
다시 전망을 제공해줄 바위턱에 올라서보지만 먹통.
앞을 막아선 암봉을 좌로 우회하며 안전 밧줄이 걸쳐진 내리막을 내려서...
만난 또다른 바위턱이 '광대바위 전망대'다.
광대바위 전망대에서 광대바위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았지만 광대는 그저 흐릿한 윤곽만 보일 뿐이고...
한동안 암릉이 계속되지만 전후좌우 시계는 거의 제로상태.
일행들은 한참이나 앞서간 듯 흔적이 없다.
혼자서 멀뚱멀뚱 외롭게 걷노라니 전방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칠성봉에서 필자와 함께 보조를 맞춰준 수호천사다.
이후 우리는 사이좋게 알바를 하고만다.
얼마쯤 개념없이 내려가다 무언가 이상한 예감을 직감하고 확인해보니, 아뿔싸~ 한참이나 잘못 내려왔다.
고도 200여m를 500m쯤 걸어 길을 잘못 든 갈림길로 되올라가자고 하였지만 수호천사는 그만 내려가자고 한다.
못들은 척 앞서 걸었다.
그 시간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우리의 '뽈뽈이' 전 회장님이다.
내려오니 중산린데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해서 알바한 일행들을 모두 집결하여 버스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알바하여 길을 되찾아가는 신세지만 전망바위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GPS를 확인하여 정확한 갈림길인 전망바위 아래에 섰다. 그리곤 전망바위 위에 올랐더니...
"아니, 내가 언제부터 신선의 영역으로 들어왔남."
숨었다가 다시 보여주기를 여러번.
아~ 신선들의 영역엔 인간들을 감히 범접치 못하게 한다더니...
그렇게 내밀한 모습을 감추고 있나보다.
그새 어쩔 수 없이 헐레벌떡 따라 올라온 수호천사.
신들은 서서히 그들의 자태를 드러내다...
알 듯 모를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형체를 드러낸다.
아~~ 언제 이러한 모습을 다시금 볼 수 있을 것인가?
두서없이 사방으로 셔터를 눌러대다...
전망바위(현위치)에서 갈림길을 확인한다.
아주 중요한 지점이지만 아무런 표식이나 경고도 없다. 파란색 능선길은 우리가 잘못간 길(중산리)이고, 왼쪽의 빨간색 화살표는 삼산리로 가는 정확한 길.
십 중 팔구는 딱 알바하기 십상일 터.
지형지물은 전무하고...
다만 가느다란 밧줄 하나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안전밧줄이 내리막 산길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렇듯 도드라진 바위하나가 관심을 집중시킨다.
안전밧줄에 의지한 채 산사면을 비스듬히...
밧줄이 안내하는...
낙엽 깔린 길을 따라...
제법 여유를 부리지만...
이미 하산시간이 임박했다. 대장 책임으로 설정된 시간이 맥없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지형도 상의 삼신재(삼산리 능선갈림길) 이정표. 국시봉은 이정표의 매재마을 입구 표식을 따라 30여분이면 다녀올 수 있을 것.
삼신재 이정표에서 바라보는 국시봉 방향.
매재마을 입구 5.1km.
날머리를 짚어보다...
금세 포장도로가 발아래다.
도로에 내려서서 돌아본 모습. 곡각지점 우측의 대숲으로 내려섰다.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돌아보다...
이정표를 만나고...
느닷없이 다리를 써억 걷어 올려 아주 귀중한 팁 하나를 제공한다.
빵꾸난 고무장갑이 이렇게 귀하게 쓰일 줄이야~ 빵꾸난 고무장갑의 손가락을 잘라내고, 사진에서 보듯 신발을 덮는다.
이렇게 하면 바지를 타고 내리는 빗물이 신발 안으로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자~ 어떤가? 특허라도 내야하지 않겠는가?
겨울비 추적추적 줄기차게 내리고, 빗물이 도로를 타고 내리지만 아직 눈은 녹지 않아 미끄럽다.
도로옆을 살짝살짝 조심해서 걷노라니 개짖는 소리가 왁자하다.
이기 뭐꼬? 개판이다. 개 사육장인 듯.
조금 더 내려가니 이상한 모습의 집 두채가 사면의 둑에 둘러쌓여 있다.
어떤 풍수가가 氣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은 집이려니 하였다.
찰칵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안에서 경찰아저씨가 뛰어나온다.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비상상태인데, 어서 카메라의 사진을 지우라고 한다.
아~ 그렇구나~ 그제서야 이 시설물이 국가 안보시설물인 것을 알게 된 것.
저 멀리 우리 버스가 비상등을 켜고 대기 중인 게 보인다.
삼산교를 건너...
비를 피한 정자에서 일행들이 떡국으로 산행 후 허기를 달래고 있다.
삼산교 앞의 삼거리는 주차공간으로서 충분하고...
육각정자와 벤치가 있는 정자는 산행 후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 네비 주소: 전남 구례군 건전면 삼산리 72-2
[거리의 시/ 서해성] 겨울비
내 영혼의 대폿집에 눈이 내린다.
- - - 略 - - -
술이나 한잔 드시구료.
금간 바람벽 틈새로 작년이 가다 말고 들여다보면서 낄낄거린다.
얼마나 많은 작년 오늘이 있었던가.
허공에다 빈 잔을 권할 때 친구 하나쯤 술상에 얼굴을 파전처럼 지지면서 잠들어 있다.
감옥에서 흰 수염이 처음 돋아나기 시작한 친구는 아직 시를 좋아한다면서 눈을 털면서 새 손님처럼 들어온다.
그는 죽은 자다.
얼굴은 모른다고 가난한 나의 대폿집에 쌀밥같은 눈이 내린다.
김치를 썰어넣은 양은 냄비가 고춧가루 덕지덕지 묻힌 뻘건 입술로 마른 김을 뽑아올리면서 간들간들 희롱하고 있다.
담배나 한 대 태우시구료.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 두고 내내 공순이로 살던 친구가 폐암에 걸려 병원 층계에서 마지막으로 조용히 내뱉은 말이 담배 한 대 피우고 가고 싶다는 말이었다는 것을.
한 생을 바친 혁명은 담배 한 대였다.
- - - 略 - - -
파지직 파지직.
허벅지 살을 떼어서 석쇠에 올려놓고 한 점 구워버릴까.
나는 살아서 술을 마시고, 그대는 족장처럼 살다갔지만 술 한잔뿐이구나.
- - - 略 - - -
눈이 내리는 밤은 마치 제삿날 같아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려서 묘비가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