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마음은 불타고 있는 싱글중년들이 여행을 떠나다! 당신이 잊고 있던 청춘을 찾아드립니다!’란 기획의도로 방영 중인 sb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은 옛날사람(아재)들이 출연하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나 역시 옛날사람(아재)인지라 이 프로그램에 마음이 끌립니다. 내가 청춘이었던 시절(1980년대)에 열광했었던 스타들의 지나온 삶과 현재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려는 진솔한 연출에 매주 화요일 밤 본방사수 중입니다.
불타는 술요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뜬다’는 그 바람에 내게는 간헐적으로 다운 받아 보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습니다. 아재 김용만 씨의 재치 있는 입담과 출연자들 간의 케미에 넋을 놓고 있다가도 일부 출연자의 꼰대스러움에 정색을 하게 될 때가 있어 관심이 가는 편만 골라 봅니다.
뭉치면 먹는다.
44회부터 46회까지 3주 연속으로 트와이스가 게스트로 출연했었습니다. 베트남의 다낭, 호이안, 후에 등을 돌며 아버지(혹은 삼촌)뻘인 호스트들의 각별한 보호(?)하에 패키지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이 중 내가 가장 주목했던 장면은 트둥이들의 해변신이나 형돈 아재의 해먹신도 아닌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1802년~1942년)의 수도였던 후에(Huế)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시퀀스였습니다.
분보후에/팜티진
: 소꼬리, 베트남 햄, 완자 등이 들은 베트남 중부지방의 얼큰 쌀국수
후에(Huế)를 주목했던 이유는 얼마 전에 맛본 쌀국수 한 그릇 때문입니다. 그 쌀국수의 이름이 분보후에였는데 뒤에 붙은 후에가 바로 이 지명입니다. 우리로 치면 평양냉면의 평양, 나주곰탕의 나주와 같은 의미입니다. 앞의 두 음절인 분과 보는 각각 우리의 소면을 연상케 하는 쌀국수(분)와 소고기(보)를 뜻 합니다. 고로 분보후에는 후에에서 즐겨먹는(얼큰한) 소고기를 넣은 소면스런 쌀국수 쯤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포보/팜티진
: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쌀국수 하면 대개 우리의 양지곰탕(혹은 설렁탕)과 유사한 포보를 떠올립니다. 포와 보는 각각 넓적한 칼국수스런 쌀국수(포)와 소고기(보)를 뜻합니다.
포보가 우리의 양지곰탕스런 맑은 육수의 쌀국수라면 분보후에는 육개장이나 얼큰한 소고기해장국을 연상케 하는 쌀국수입니다. 왕십리에 있는 베트남식당인 팜티진에서 분보후에를 맛봤는데 거기의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호 없이 다들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육칼(육개장 칼국수)보다는 좀 덜 묵직하면서도 개운한 육수에 적당한 얼큰함이 더해져 가볍게 후루룩 먹기 좋았습니다. 건더기도 풍성하여 소꼬리, 베트남 햄, 고기완자 등이 담겨있어 포보보다 고급스런 영양식으로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포보는 해장을 위한 식사로, 분보후에는 반주를 겸한 식사로 먹고 싶습니다.
분팃느엉/팜티진
: 지난 번 ‘사이공리 & 맥주미학'편을 통해 베트남의 비빔쌀국수인 분팃느엉을 소개했었습니다.
분팃느엉은 사이공리에 비해 팜티진의 것이 조금 더 비싸고, 그 만큼 더 맛있습니다. 돼지고기구이에 더해 짜조도 몇 조각 들어있습니다. 게다가 소스를 분(소면스런 쌀국수)에 끼얹지 않고 따로 담아 내주기에 일본의 소바처럼 면을 적셔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읭?!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베트남 쌀국수는 분짜인데, 이게 (적셔 먹으면)분짜인지 (비벼 먹으면)분팃느엉인지 헷갈립니다. 암튼 새콤달콤, 짭조름하니 맛있습니다.
느억맘(Nouc Mam, 맥주잔 뒤로 보이는 연한 갈색의 것)
느억(nuoc)은 베트남어로 물을, 맘(mam)은 젓갈을 뜻합니다. 멸치와 비슷하게 생긴 까껌(ca com)을 소금에 절여 수차례 발효시켜 만든 피쉬 소스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양념장입니다.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체류외국인은 2,049,441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4명꼴입니다. 이 중 중국인이 1,016,607명(49.63%)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베트남인으로 149,387명(7.3%)으로 두 번째로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외수출액 또한 중국, 미국에 이어 베트남이 세 번째입니다. 또 베트남에 투자를 한 나라들 중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이렇듯 베트남은 이미 우리나라와 깊은 연을 맺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우리의 우방이며 이웃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베트남인의, 베트남인을 위한 베트남식당 발견! 단서는 독산동...
첫댓글 부천 강남시장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이라도 다시금 들려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서울에서 먹을 수 있음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