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선배님들께 가만히 있으면 침묵이고 침묵은 방관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일을 쉬고 있을 때라도 행동하자, 싶어 될때마다 시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번에 앞에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나가지 않아서 이번에는 한 번 나가보자 ! 결심하고 이 자리에 섰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저도 시민 중 한 사람으로써 다른 시민분들께 이야기 드리고 싶어 이 자리게 서게 되었습니다.
저도 강서구부터 성북구까지 ,,, 학교다니고 출근하느라 아침부터 치여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압니다.
게다가 지연된다니요. 늦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초조하고 짜증나는 마음 또한 잘 알고 공감합니다. 저 역시 지하철이 오지 않을 때면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을 산더미처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출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또 지하철을 탈 수 있기 때문에 짜증도 낼 수 있는 겁니다. 집밖에 나오기부터 쉽지않은 시민들이 있습니다.
저는 출근할때요, 지하철이 지연된다 싶으면 버스로 갈아타러 서둘러 위로 올라갔습니다. 어떻게요 ? 계단을 두칸 씩 뛰어서요. 올라가서는 어떻게 했습니까.
꼭 이럴때 점검중이냐며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탓하고는 계단을 헉헉 뛰어올라가서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또 어떻게 탔나요.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계단을 밟고 올라가 버스를 타고 내렸습니다.
버스가 저상버스인지 그냥 버스인지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각이면 어떡할까요 ? 돈은 좀 들지만 도로에 지나가는 택시를 바로 잡아탔습니다. 급하니까요!
비장애인들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바로바로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바로바로 휙휙 선택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찾기가 쉽지않습니다. 그간 수많은 투쟁들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모든 것이 바뀌지는 못했습니다.
승강기 설치가 무려 90퍼센트 되었는데 뭘 더 바라냐고요.
두 정거장 지나면 승강기가 있는 정거장이 있으니 조금 돌아가는게 맞는겁니까 ? 환승을 하려고 하면요 ? 저상버스가 60퍼센트나 생겼으니 저상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
집을 벗어나서 어디라도 가려고 할 때 마다 누군가는 당연히 여기는 일들을 하나하나 신경써야 한다면요. 매일매일의 일상을 여행계획을 세우듯 고민해야한다면요.
그래도 출근길에 바빠 죽겠는데 시위하는 건 너무하는거 아니냐고요. 우리는 왜? 라는 질문을 한 번 쯤 해봐야합니다.
이 분들이 처음부터 출근길에 시위를 하신걸까요 ? 제가 여기 나오려고 출근할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와보니까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 저는 이번에 고작 3번째인데도 쉽지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분들도 얼마나 아침에 피곤하실까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간절함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세상이 조금 눈길을 주는 겁니다.
평화로운 한적한 시간대에 지하철 행동을 했다면 지금만큼 많은 분들이 이 시위를 알 수 있었을까요 ? 시위는 원래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여기에 있다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겁니다. 나와 다른 목소리를 듣기 불편하겠지만 들어야하는 겁니다.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시위는 비단 지하철을 타고싶다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권과 함께 탈시설, 교육권 보장 또한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끔 이루어지려면, 장애인이 우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가 이동권입니다.
저는 대단히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정치를 엄청빠삭하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도 이제 막 시작하며 어떤일을 하고 살야할지 막막한 그냥 평범한 시민입니다.
이런 제가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서 용기를 낸 건 너무너무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나의 권리를 외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정차로 답하는 정부는 반성하고 사과해야합니다. 무정차라니요. 명백한 협박행위입니다. 국가는 시민을 지키고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비장애인만 시민입니까. 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시민 여러분, 정치인이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도 분명히 있지만, 우리의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외에도 그 너머를 마음으로 보고 생각할 수 있어야합니다.
왜 우리는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장애인을 잘 볼 수 없을까요, 줄 서먹는 맛집에서는 왜 장애인들을 보지 못했을까요.
사회계층의 구역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사회구조에 대해 이질감을 느껴야합니다.
엊그제 방송에서 살기 편한 나라와 살기 좋은 나라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와이파이가 빵빵터지고 뭐든지 빨리빨리. 대한민국은 참 살기 편한 나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모두가 살기 편한 나라일까요 ?
다 같이 사는 세상, 저는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런 나라가 되는 한 걸음 한걸음을 응원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그 누구도 배제되지않고 이동하고, 교육받으며,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가능합니다.
내가 편한 것이 누군가가 불편함을 감내하고 얻어낸 편함이라면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시민 여러분, 출근하시다가 화가 나면 화를 내시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십시오 ! 다만 분노의 대상은 확실해야합니다.
당연히 여기는 권리 우리도 좀 누리자며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장애인들이 아닌, 22년째 외치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부에게 말입니다.
어제 서울시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한 단체 의견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전장연에게 비공개합동면담을 제안했습니다.
논의되던 의제는 무시한 채 이미 이견이 있는 단체들을 모아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하고, 우리들은 만나줬다며 이야기하려는 비열한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아직 모르겠지만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에 정말 걱정 됩니다. 시민여러분,지속적인 따뜻한 관심과 연대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