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줄기차게 내리던 가을비가 일기예보대로 아침에 일어나니 거짓말같이 그치고
해가 쨍쨍한게 딱 산행하기 좋은데다가
산행초입 용소골에 있는 용소폭포도 수량이 풍부하여 볼만하겠다싶어
예정대로 화엄벌 억새구경을 위해 간단히 여장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남산동에서 양산12번 버스를 타고 꼭 1시간 걸려 신전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9:53 용소마을 입구 출발
용소마을회관
<참고사진> 2009. 10. 11의 58산우회 정기산행 사진
그러고보니 무려 15년 만에 다시 찾은 용소골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직도 산행을 같이 하지만
그동안 작고한 친구를 비롯하여 산에서 얼굴 보기가 힘든 친구들도 몇몇 보인다
그때는 용소골에서 올라 정상과 원효암을 거쳐 홍룡사로 하산을 하였다
10:05 용소폭포 갈림길
오른쪽 용소폭포 방향으로 가는데
사방댐을 건너가야 하는데 어제 내린 비로 사방댐 석축 위가 넘쳐 흐르고 있어 건너지를 못하고
사방댐 윗쪽 계곡을 둘러보아도 물이 깊어 신발을 벗지 않고는 건너가지를 못하겠다
하는 수 없이 갈림길로 되돌아가서 다른 길을 찾기로 한다
10:10 산행안내도가 있는 공터
여기에서 오른쪽 계곡에 어딘가에 있을 용소폭포를 찾아 보기로 한다
이것은 용소폭포가 아니고.....
트랭글 지도를 보면서 용소폭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이며
계곡의 얕고 좁은 부분에 돌을 던져 징검다리를 만들어 겨우 물을 건너서 접근해보니
저기 저 왼쪽에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는데
용소마을의 상수원 보호를 위한 것인지 접근을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둘러 처져 있다
철조망 끝부분을 돌아 좁은 틈새를 겨우 빠져 나가니.....
폭포를 찾아 20여 분간 헤매인 끝에 드디어 용소폭포 앞에 내려 섰다
10:32 용소폭포(龍沼瀑布)
우렁찬 굉음으로 좁은 암벽 틈새로 쏟아지는 용소폭포
한 눈에 봐도 소(沼)가 무지하게 깊어 보인다
주위를 둘러친 철조망은 소가 깊어 물놀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용소폭포 상단
우렁차게 아래로 쏟아내리는 폭포수
용소폭포를 찾아 20여 분간 헤매인 궤적
용소폭포로 통하는 제대로 된 길은 없었다
10:42 계곡횡단 1)
등산로로 되돌아 가서 계곡을 따라 걷다가 처음으로 계곡을 건너고
두 번째 계곡 횡단
부실한 징검다리가 몇 있지만 그래도 물에 빠지지는 않고 건넜다
여기는 세 번째로 건너는 계곡의 징검돌
네 번째 계곡 횡단
10:56 이제 다섯 번째로 물을 건넌다
10:58 만수동폭포(晩摉洞 瀑布)
계곡을 다섯 번이나 건너고나니 이내 또 하나의 웅장한 폭포가 나오는데
용소폭포에서 약700m 상류에 위치한 높이 20여m의 이 폭포는
폭포 위 바위 사면에 만수동(晩摉洞)이라는 글자가 암각되어 있어 만수동폭포라고 부른다
2009년 10월 산행 때 우리 58일행들이 용소폭포라고 여겼던 폭포는
실은 용소폭포가 아니고 바로 이 만수동폭포였다
부산일보의 산행지도에도 만수동폭포 위치에 용소폭포라고 잘못 표기되어 있어 수정을 하였다
옛 상북면 상삼리의 만석지기였던 초은 김교환(樵隱 金敎桓)이라는 사람이
1936년경 축조한 누대(樓臺)인 만수대(晩摉臺)가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만수(晩摉)는 늦게 찾았다는 뜻이다
폭포 오른쪽 비탈길을 올라 폭포의 상단으로 간다
만수동폭포 상단
폭포 상단의 바위 사면에 만수동이라는 글자가 각자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선명한 만수동(晩摉洞) 각자(刻字)
11:10 여섯 번째로 계곡을 건너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 진행하니
저기 하늘이 보이고 산 능선이 나타나기에 이제 용소골과는 작별을 하는가했더니
다시 계곡으로 붙었다가 급경사 된비알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용소골과는 이별을 한다
11:37 땀 흘리며 오른 능선 안부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한다
11:45 임도
화엄늪까지 아직도 3km나 남았다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여기에서 지름길인 산길로 오르고
임도와 합류한 뒤
얼마 뒤 또 다시 나오는 산길에서도 임도를 버리고 산길을 택한다
이제는 임도를 따라 한동안 진행한다
11:57 처음으로 터지는 전망대
중앙능선이 펼쳐지고 오른쪽의 천성산2봉은 나무가지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다
12:06 용주사,원적산 봉수대 갈림길에서 임도를 벗어나 왼쪽 산길로 나간다
12:11 임도갈림길에서 5분 뒤 마주치는 용주사 갈림길
나중에 화엄벌 산행을 마치고 되돌아 내려오다가 이곳에서 방향을 틀어 지푸네골로 하산을 할 것이다
목책이 나오고
12:30 작은 헬기장 같은 넓직한 공간이 나온다
걸터 앉을만한 돌이 몇 개 있어 식사하기에 좋아 떡 한 개 뿐인 점심도시락을 꺼낸다
장소가 낯이 익어 나중에 옛 자료를 살펴보니 15년 전 산행 때도 이곳에서 여럿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던 곳이었네~
잠깐 시야가 트이면서 화엄벌이 모습을 보이고
12:56 화엄늪 습지에 다다른다..... 이제부터는 거의 평탄한 길이다
여기까지 산행시간 : 3시간 6분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오붓하게 점심먹기 안성마춤일듯한 소나무 숲 아래 공터를 지나고
습지감시초소가 보이는 능선에 도착하고, 눈 앞에 넓디넓은 화엄벌이 펼쳐진다
저기는 천성산2봉
억새 산행이 늦지 않았다... 억새꽃이 가을바람에 잔잔한 춤을 춘다
화엄늪 습지 앞에 서니 지율스님 생각이 난다
2001년 5월 13일 용주사에서 출발한 천성산 산길에서
카메라 필름을 빌려주면서 지율스님과 우리 58산우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2003년 2월 도롱뇽 보호를 위한 늪지대 훼손과 생태파괴를 이유로 KTX 천성산 터널 반대하며
부산시청앞 천막단식농성, 8월에는 한 달 동안 부산시청에서 천성산 정상까지 3,000배 시위를,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는 부산역에서 화엄벌까지 삼보일배 시위를 벌이며 법정투쟁까지 불사하였지만
천성산터널(원효터널)은 2008년 완공하고, 2010년 11월 개통을 함으로서 도롱뇽 파동은 끝을 내렸지만
지율이 걱정하던 천성산 무재치늪 습지는 지금까지 별다른 이상은 없다
1957년 생 내원사 승려인 지율은 지금은 여러권의 책을 발간한 작가로 이름을 올리고
사진작가, 영화감독까지도 역임하였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율스님이 부산시청앞 단식농성 때 찾아가 멀리서 지율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저 산은 선암산인가......
양산 유산공단 쪽 전경
13:02 홍룡사 갈림길
드넓게 전개되는 화엄벌
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 승려 1000여 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해서 모두 성인이 된 데서 유래하며
원래 원적산(圓寂山)으로 불리던 이 산도 그 이후 천성산(千聖山)으로 바뀌었다
원효대사가 당나라 승려 천 여명을 설법했다는 장소가 이 화엄벌이다
이상 기온 속에 때 아닌 철죽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날로 심해지는 기후위기.....
천성산 정상 조금 아래에 있는 저 바위를 '호랑이바위'라고 했던가? 무슨 이름이 있었는데.....
13:19 원효암 갈림길
가을꽃 구절초와
용담이 제철을 맞아 산을 찾은 사람들의 눈을 호강하게 한다
옛 군부대의 흔적
13:34 천성산1봉 정상 / 산행시간 : 3시간 41분
천성산 1봉과 화엄벌을 오르는 산길도 예전에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봉 정상의 공군부대가 철수하고 옛 작전도로였던 8㎞ 길은 개방되어 자동차가 올라가게 되었고
이제는 해발 약 750m 높이에 있는 원효암 주차장에서 천성산 주봉은 걸어서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천성산2봉
천성대(천성산 일출조망대)
일명 '호랑이바위'는 정상에서 은수고개로 넘어가는 저 봉우리 언저리에 있다
저기 호랑이바위가 보인다
근접 촬영한 호랑이바위 / 정확한 명칭인가는 자신이 없다^^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 일출조망대로 간다
14:00 천성대(천성산 일출조망대)
일출기념비
좌대 너비 1.5m, 높이 3m 규모의 일출기념비는 불과 며칠 전인 2024년 10월 6일에 제막하였다
“대한민국 천성산에서 시작된 일출이 세계 평화의 빛으로 이어지며 포르투칼 호카곶으로 지다“
유라시아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천성산이 있는 양산시와
세계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호카곶이 있는 포르투갈 신트라시가 국제 자매결연도시를 맺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등의 내용을 비문에 담았다
무지개폭포 입구인 장흥저수지 옆으로
지율스님이 그토록 반대했던 KTX 터널과 교량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