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기네스 맥주 박물관Guinness Storehouse
더블린의 동쪽 하늘 아래 있어도
서쪽 하늘 아래 있어도
어디서나 기네스 맥주 냄새가 난다
당신이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누구나 저 아득한 술꾼
기네스 경卿이 내미는 술잔에 몸을 담가야 한다
술을 만나는 것은 그 도시를 만나는 것
맥주를 맛보는 것은
나와 다른 한 생애를 맛보는 것
더블린에서는 당신이 어느 곳을 향해 걸어도
기네스 맥주 하우스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 잔의 술을 눈앞에 두고 누가 슬퍼하랴
한 잔의 맥주를 마시면서 누가 눈물을 흘리랴
술잔에 가까이 있을 때
인간은 누구나 천국에 가장 가까이 있다
거기 우리들 슬픔을 녹여 마시며
하루의 근심을 잊는다
거기 생의 그리움을 담아 마시며
지금 앉아 있는 자리가 낙원임을 안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지만
내 앞에 온 술잔을 두고 불평하지 않는다
푸념을 담아 마시며 넋두리를 쏟아놓지는 않는다
우리 인생은 늘 술 가까이 있고
원하든 원치 않든
한 잔의 술을 불러들여 위로를 구한다
기네스 맥주 박물관
정식명칭은 Guinness & storehouse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는 멀리 있지 않았다
마음먹으면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누가 술에 거리를 두랴
누가 술집을 멀어서 못 간다 하랴
거리를 없애버리는 한 잔의 흥취
당신도 나도 우리는 한순간에 하나다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
더블린의 크레인가街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양조장
소유주는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주류회사인 디아지오Diageo
저 유명한 기네스북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1759년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포터Porter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한 뒤로
최고가 아니면 기록하지 않겠다던 기네스북의 기록처럼
세상을 두루 풍미한 맥주의 대명사다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 스타우트’Guinness Stout 의 원산지
wicklow and dublin mountain ranges의
맑고 차가운 물로 빚은 명성은 후대를 풍미했다
땅 소유주와의 임대차 계약기간은
1759년부터 향후 9000년 동안의 임대
바꿔 말하면 18세기부터 영원히
임대료는 고작 연간 45파운드
농담 같은 계약기간은 흡사 코미디 같다
대지의 소유주가
한 푼의 가치도 없다고 여긴 쓸모없는 늪을
서둘러 헐값으로 임대를 주면서
임차인의 눈을 속여 ‘0’ 몇 개를 더 붙여
계약만료 기간의 숫자를 턱없이 길게 기록한 것
임대인은 쾌재를 불렀지만
지금은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영겁의 질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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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하우스의 두꺼운 유리바닥 아래에
전시되어 있는 계약서 원본
흑맥주 스타우트의 술맛을 한 번 본 후로
세계가 술맛에 도취하여
런던으로
리스본으로
뉴욕으로
뉴질랜드로
세계 50여 개국에 양조장을 두고
오리지널 드래프트original draught
캔 드래프트can draught
병 드래프트bottle draught
엑스트라 스타우트extra stout
포린 엑스트라 스타우트foreign extra stout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술맛을 바다 건너 전파했다
아일랜드의 국가 상징인 하프의 로고logo
아서 기네스의 사인이 들어간 담황색의 라벨을 붙여
술은 신화처럼 세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금은 아일랜드 제일의 관광명소로 등극했다
맥주의 원료와 생산공정을 두루 견문한 뒤
건물의 옥상에서 마시는 한 잔의 시음試飮
더블린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두고 온 사바를 조망하는 일은 즐겁다
나는 술에서 먼 사람이라
마시는 것보다는 바라보기를 더 좋아하는 하찮은 식객
그러나 식객에게도 흥취는 있다
흑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주신酒神의 이름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유쾌하다
주신 박카스는 언제나 술에 취해 흔들리며 사는 신
나는 조금 맛보고
주신의 옆에서 나도 흔들린다
주신의 이름에 기대어 흔들리는 일은
이승을 무료로 건너는 일
한 잔 술에 담아 마시는 낙원은 기꺼운 일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떠밀리는 일은
야속한 세상을 취하여 건너는 일
취하지 않고는 건널 수도 없는 세상이 눈앞에 있어
잠시나마 주신의 어깨에 기대보는 것
술의 도취에서 깨어나면 적막뿐일지라도
한 잔의 천국에 몸을 맡기지 않고도
이승을 아름다이 건너는 사람 누가 있으랴
더블린이여
더블리너들이여
오늘밤은 술에 취하라
영혼은 팔지 말고
멋진 주신에게 당신의 운명을 슬며시 물어보라
얼마나 더 흔들려야 낙원이 보이겠느냐고
(이어짐)
첫댓글 빛과 어둠을 구분해주는 맛의 빛깔, 한 잔에 취해보는 우리의 삶들이 어쩌면 행복할 터,
인간은 무료함을 달래보고파서 술을 발견했는지도 모를 일,한 잔의 천국 속으로 같이 빠져들고 싶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