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어떻게 지낼 것인가요?”
은퇴를 앞둔 50, 60대 시니어들에게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할 것인지 활동테마를 정해놓았거나 보다 잘하기 위해 배우며 준비하는 이들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유와 방법이 어찌됐든 은퇴 후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이들이나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이들을 만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떤 일이든 내가 가진 재능이나 시간 능력을 쏟아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답고 따듯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한몫을 거드는 일이다. 물론 봉사활동이란 무엇보다도 그 실행 자체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자발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 때문일까.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재능을 기부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대다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봉사나 나눔활동을 통해 마음의 평온도 갖게 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활동 그 자체만으로도 기초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한다는 얘기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내 몸과 마음이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을 하면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 같은 시간 같은 힘을 들이더라도 활동으로 인한 보람도 크지만 스스로를 신명나게 만들어주는 일이라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2년 7개월 남짓 한 공단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프리랜스 기자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시니어들의 즐거운 자원봉사활동을 생각하면 그때 만난 취재원들 중 떠오르는 한 봉사단이 있다. 악기 연주를 통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치는 퇴직 교사 출신의 시니어들이다. 그들은 색소폰, 기타, 전자올겐 등의 연주자들로 장애우들이 있는 복지시설이나 노인복지관, 요양원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연주활동으로 봉사를 한다. 60대, 70대들로 교단의 선후배 사이인 그들은 자비를 들여서 악기를 구입하고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은 후 지속적인 연습을 하면서 연주 실력을 갈고 닦는 이들이었다. 때로는 작은 선물까지 준비해서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만족감도 크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악기 연주활동이어서 취미생활이 곧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란다. 매월 안정된 연금을 받는 이들이다.
여유가 되니까 그런 활동도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누구나 다 그렇지는 않다. 연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들처럼 자기 돈 들여가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월 몇 십만 원의 활동비를 들여가면서 봉사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봉사는 돈으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서 봉사활동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든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 활동 자체가 스스로에게 엔돌핀을 생성시켜줄 수 있을 만큼 즐거움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과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려면 반드시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자신의 취미나 장기를 봉사활동에 접목시키는 것이야말로 봉사자나 수혜자 모두에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광주에서 만난 그들 멤버 중 한 사람에게서 들었던 말이 인상적이다. A는 퇴직을 5년쯤 앞둔 시점에서 고민을 했다고 한다. 30여 년 이상 일해 온 학교에서 떠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돈을 버는 직업활동도 좋지만, 장기간 열심히 교직에서 후학을 가르치느라 취미활동을 못한 만큼 스스로에게도 뭔가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었단다. 그것이 사회봉사로도 이어진다면 더 멋진 일이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대학시절 배우다 말았던 기타를 배우고, 색소폰과 같은 다른 악기들도 배웠다고 했다.
우리나라 시니어들도 이제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저마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다. 한 가지를 몇 년 즐기다가 새로운 것에 관심이 가면 그것에 집중하는 이도 있고, 동시에 두세 가지 취미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취미생활 중 어느 한 가지 만이라도 나도 즐겁고 다른 누군가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말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악기연주든 다른 재능기부이든 어떤 것이든지 좋다. 봉사활동은 좋고 나쁠 것이 없다. 내가 가진 재능을 남과 나누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 ‘살아있는 동안에 한 번은 꼭 해야 할 것들(박창수, 새론북스, 2017)’에서 옮겨 적음. (2019.05.03. 화룡이) >
첫댓글 일석이조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자신을 찾고 동시에 남을 위해 전하는 아름다움.
머잖은 날 이러한 일석이조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이 시인님의 모습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좋은 계획으로 또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