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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수회 김정대 신부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 책 출간
“왜 남자들이 위기 상황에서 더 취약할까?”
예수회 입회 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사도직을 하고, IMF 시기를 지나면서 김정대 신부가 가졌던 문제의식이었다.
2015년 호주 멜버른으로 제3수련을 간 그는 신학 스승이었던 메리엔 콘포이 수녀를 만나 이 고민을 나눴다. 콘포이 수녀는 그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성찰할 것을 제안했다. '남성들의 관계적 영성'이라는 주제로 신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논문을 풀어 연재했고, 최근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모두 8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앞부분에서 “진짜 사나이”라는 신화를 짊어진 남성들의 상황, 한국 사회 문화를 통해 본 남성들의 권위적이고 폭력적 성향, 권위주의와 경직성, 획일화라는 한국 문화가 남성들의 인간 발달에 준 영향 등을 다룬다.
4장부터는 한국 남성들의 진정한 자기가 되기에 필요한 과정, 성숙한 성인이 돼가는 성인 영성, 사회적 수치를 넘어 내적 갈망 좇아가기, 권위적 리더십을 극복한 섬기는 리더십, 실천적 대안 등을 제시한다.
수도자가 되기 전에는 엔지니어로, 수도자가 된 뒤에는 노동 사도직을 했으며, 한국 사회에서 사제로 살아온 그가 바라보고 풀어낸 한국 남성의 불행과 그 해법은 무엇일까. 6월 27일, 김정대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에 앞선 6월 26일, 책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에서 김정대 신부. (사진 제공 = 김정대)
먼저 그는 자신이 공부한 영역은 ‘남성학’이라기보다는 ‘총체적 남성 연구’라고 구분하고 싶어 했다. 남성학이라는 기존 영역 구조에 맞추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또 이른바 여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감성’에 주목했다.
지도교수에게 추천받은 “프라이멀 리더십”이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에서 경험한 일방적 힘을 통한 리더십과 전혀 다른 차원의 리더십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유교 문화, 반공주의, 군대 문화, 국가주의 등이 점철된 한국 사회의 폭력성과 권위주의, 그것에 노출된 남성들이 어떻게 양성되는지 깨달았고, 논문은 그것을 성찰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됐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기도 했다.
“노동사목을 하면서, 노동자들 특히 남성 노동자들의 자살을 많이 겪었죠. 거대한 기업과 사회를 상대로 싸우는 과정에서 인간성이 해체되고, 고립되니까 가출, 자살.... 자아를 포기하는 상황이 생겨요. 너무 안타까운데,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오랜 고민이었어요.”
“나의 가장 깊은 곳의 갈망은 무엇인가?”
김정대 신부가 책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꽤 많이 드러낸다. 그는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나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자신이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험과 사건의 끊임없는 내면화,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온전한 나로 자유롭고 편안해질지 상상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예수회에 들어와서 배운 것 가운데 하나인데, 예수회 전통은 상상력을 격려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냐시오식 관상은 복음을 들여다보고 상상하는 것이고, 복음을 보면서 각자의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그런 방식으로 내가 겪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상상하고 또 내면화하는 것이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도 많이 편안해졌다는 그는 “나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것은 곧 나와 화해하는 것이고 끌어안는 것”이라며, “그것이 회심이고, 아주 조금씩 회심을 통해서 변하지만 사실은 삶의 아주 큰 변화가 된다”고 말했다.
김정대 신부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감정”이다. 그는 남성들에게 아주 부족한 것이 친밀함인데, 친밀함이란 곧 감정 교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는 아주 오래전, 두려움에 휩싸였던 자신에게 어느 수녀가 했던 “마음속 깊은 곳의 갈망을 좇아가세요. 그러면 하느님을 만납니다”라는 말이 결국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들여다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김 신부는 남성들이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 나누는 것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시작하게 된 것이 ‘요리 교실’이다.
인터뷰를 한 날도, 저녁에 남성들을 위한 요리 교실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김 신부는 일상 반찬보다는 특별한 요리를 만들고 맛보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 김정대)
시작은 아주 단순한 요리 실습 프로그램이었다. 그들에게 반응을 듣고 싶어서 소감을 나눠 달라고 부탁했을 때, “자신감을 얻었다”, “가족들이 신기해 했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김 신부는 해 보지 않은 요리를 하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 느낀 것,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체험이라면서, “스스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요리를 먹어 본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어떠했는지 들여다보라는 숙제를 내면, 어느 때는 굉장히 감동적인 말을 들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별 기대 안 하고 요리 교실에 왔어요. 숙제를 주니까 배운 음식을 만들어서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었는데, 모두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모처럼 자존감이 사는 것 같았다고 말해요. 그런 작은 성찰들이 필요한데, 보통 그렇게 살지 않죠. 특히 남성들은 더 하죠.”
그래서 김정대 신부가 제안하는 해법 중 하나는 ‘수다’다. 여성운동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드러내려면 사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남성들은 일, 정치, 경제 등에 대한 것 말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의 감정, 즉 갈망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올바른 정치적 힘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 남성들이 위기를 겪을 때, 쉽게 무너지는 것 역시, 사회적 구조 악 이전에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힘든지, 토로하고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절망적 상황에 대해, 대상의 악함에 대해 분노하고 화를 낼 수 있었겠지만, 그 상황 안에서 겪는 개인 감정, 좌절감을 아주 가까운 가족 안에서조차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 방법을 모르는 것이 더 절망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해고와 같은 상황은 겉으로 드러난 일이지만 숨겨진 진짜 이유는 그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부터 감정을 모르니까 가족들 안에서 친밀할 수 없었고, 그러니 더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왜냐하면 남자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약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사람이 늘 강하고, 강해야만 하는 존재인가요?”
김 신부는 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강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약하다는 것,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또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요리보다 중요한 소소한 수다 시간. 이 시간이 소중하고 더 촘촘하게 수다를 떨기 위해서는 요리교실 규모는 많아야 6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사진 제공 = 김정대)
“능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에요. 오히려 취약함을 나눠야 친밀해집니다. 혼인하는 젊은이들에게 말해요. 당신은 충분히 약한가, 그러면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고.”
그는 “하느님이 나를 만드셨고 나의 삶을 또 끌고 가시는데, 그 이끄심이 마치 마법 부리듯 어딘가에 데려다 놓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하느님이 우리를 끌고 가는 방식은 우리의 마음을 통해 이끄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마음에 갈망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갈망은 나의 욕구와 하느님의 욕구가 만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니 충분히 약하지 않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없어요. 하느님도 약한 분이시거든요. 우리가 강할 때, 증오로 가득 찼을 때, 하느님은 우리 안에 들어올 수 없어요. 하지만 죄스러워서 무너졌을 때, 상처 났을 때, 그럴 때 보이는 게 하느님이거든요. 그리고 신앙은 우리를 마술 도시로 데려가지 않고, 우리가 세상을 직시하게 해 줘요.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따라갈지를 볼 수 있게 하죠.”
김정대 신부는 수다도, 자기 감정을 드러내고 약함을 고백하는 모든 것은 결국 신앙 안에서 약하디약한 하느님을 만나, 함께 세상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하느님을 좇아가는 것은 결국 우리 내면의 갈망을 따라가는 것이다. 단순하고 말초적 욕구가 아니라 마음 아주 깊은 곳의 갈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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