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을 읽다 외 1편
박성진
선유도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파도가 치지 않는 곳 있음을 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
널리 펼쳐진 갯벌에선
아직 빠지지 않은 짠내음 낮게 가라앉아 있는데,
뻘게들이 달려간다
제 집인지 이웃집인지 모를 갯벌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동안
갯벌은 한 권의 책이 된다
점과 점으로 이루어진 책,
만지지 않고서는 해독할 수 없는 바다의 문자
이 때문에 바다는
손가락부터 갯벌을 밀고 들어온다
서두르는 법 없이
아주 천천히
맹인이 점자를 읽어나가는 속도로 밀려온다
수많은 글자들을 더듬더듬 해독하며
두 번
세 번
꼼꼼하게 반복해서 읽을 줄도 안다
그러다가 빛나는 문장이라도 한 구절 얻게 되면
온몸을 떨며 전율하는 바다,
7월의 뙤약볕 아래
바다가 눈부시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바다가 한층 더 깊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이 빠져나가고
뻘게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는 동안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 보이는 갯벌,
천천히 몸을 뒤집고 있는 중이다
해독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밤(夜)
누구의 외로운 그림자인지 모르겠다
검은 손가락이 더듬더듬
이 골목 저 골목 헤매고 있을 때
점자처럼 열리는 가로등 불빛들
어둠이 느릿느릿 서쪽으로 건너간다.
이 름 : 박성진
이메일 : etenal79@kbuwel.or.kr
약 력 : 1985년 광주광역시 출생-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순천대학교 국어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졸업-2013년 『애지신인문학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