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회원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굳이 말을 빌린다면야,
저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애주가(愛酒家)'에다,
바둑 역시 (잘 두지는 못하지만)너무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애기가(愛棋家)'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둘 다 어중간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그 둘이 없으면 '인생, 재미가 없어 못 살겠다'고 할 정도니,
그 축에 들긴 할 겁니다.
근데요, '술'이야 그렇다 쳐도,
오늘은 '바둑'에 대해 얘길 하려고 합니다. 그저 단편적으로요.
아, 잘 둘 줄도 모르면서 제가 살아오면서 바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빼앗겼는지('뺐겼다'는 표현으로만 봐도, 제가 바둑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스스로도 부끄럽기까지 한데요,
저는요,
체력이 약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웬만해선 '밤을 새우지 못하는 사람'인데요,
잘 둘 줄도 못하는 주제에도, 바둑을 두면서는 몇 밤을 새우기도 했던 사람이랍니다.
그만큼 바둑이 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거기에 빠져 그렇게 살아왔다는 거지요.
(제가 그렇게 얘길 하면 사람들은, "야, 바둑을 굉장히 잘 두는가 보다!" 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하급자인데도 말입니다.)
근데요,
그토록 좋아하는 바둑을... 이제는 (당분간)끊으려고 한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시간을 너무 빼앗겨서 안 되겠다 싶은 겁니다.
물론 스스로도 안타깝고, 굳이 그러기까지? 하면서 아쉬움과 함께 자책을 하려고도 하고,
단 번에 끊는다는 게 자신도 없어서, '당분간'이란 도망갈 구실도 만들어두었지만,
어쨌거나 한 번 끊어볼 작정입니다. (그 유혹을 언제까지 참고 견딜지는 제 자신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런 마음을 먹은 동기는요,
최근에 제가 두어 달을 일손이 잡히질 않아 빈둥빈둥 대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하루 이틀 지나다, 일 주일 이 주일이 되더니,
어느새 한 달 두 달이 되면서는,
이러다 1년 2년도 되겠네? 하지 않을 수 없었구요,
(제가 그럴만 한 여유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최근에 '삼성화재배 국제 바둑대회'가 열렸는데,
그 대회는 개최되면 32강부터 시작해 '결승'까지 죽 이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제가 근 일주일을... 아예, 만사를 제쳐두고 바둑 중계를 보는 것에(직접 두는 것도 아닌데) 빠져있지 않았겠습니까?
하루 일과가 바둑을 기다리다가 바둑을 본 뒤 자고 일어나 또 다시 바둑을 기다리는 식으로요.
그러고 보니 세월은 덧없이 가는데, 저는 정말... 기둥뿌리 썩는 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거지요.
(제가 무슨 신선도 아니고......)
한심했습니다.
제 자신이 싫기도 했구요.
그러니... 각성을 해야만 했습니다.
(사실은, 그렇게 바둑에 빠졌다 해도, 그 틈사이에 일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제 자신이 한심했던 겁니다.)
그러니,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바둑을 끊었습니다.
(한 이틀 됐답니다.)
근데요, 그것도 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어야 했는데,
왜, '바둑을 끊어야지' 했냐는 거지요.
(핑계김에 바둑을 끊었을 뿐인데(분명 억울한 면이 있긴 합니다.), 일은 여전히 못하고 있거든요.)
뭔가 삔트가 맞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니,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아,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 하고 있을 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