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수요일] 열왕기하 25장 8~30절

[노희태]

[열왕기하 25장]

8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열아홉째 해 오월 칠일에 바벨론 왕의 신복 시위대장 느부사라단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9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을 불사르고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귀인의 집까지 불살랐으며  10 시위대장에게 속한 갈대아 온 군대가 예루살렘 주위의 성벽을 헐었으며  11 성 중에 남아 있는 백성과 바벨론 왕에게 항복한 자들과 무리 중 남은 자는 시위대장 느부사라단이 모두 사로잡아 가고  12 시위대장이 그 땅의 비천한 자를 남겨 두어 포도원을 다스리는 자와 농부가 되게 하였더라  13 갈대아 사람이 또 여호와의 성전의 두 놋 기둥과 받침들과 여호와의 성전의 놋 바다를 깨뜨려 그 놋을 바벨론으로 가져가고  14 또 가마들과 부삽들과 부집게들과 숟가락들과 섬길 때에 쓰는 모든 놋그릇을 다 가져갔으며  15 시위대장이 또 불 옮기는 그릇들과 주발들 곧 금으로 만든 것이나 은으로 만든 것이나 모두 가져갔으며  16 또 솔로몬이 여호와의 성전을 위하여 만든 두 기둥과 한 바다와 받침들을 가져갔는데 이 모든 기구의 놋 무게를 헤아릴 수 없었으니  17 그 한 기둥은 높이가 열여덟 규빗이요 그 꼭대기에 놋 머리가 있어 높이가 세 규빗이요 그 머리에 둘린 그물과 석류가 다 놋이라 다른 기둥의 장식과 그물도 이와 같았더라  18 시위대장이 대제사장 스라야와 부제사장 스바냐와 성전 문지기 세 사람을 사로잡고  19 또 성 중에서 사람을 사로잡았으니 곧 군사를 거느린 내시 한 사람과 또 성 중에서 만난 바 왕의 시종 다섯 사람과 백성을 징집하는 장관의 서기관 한 사람과 성 중에서 만난 바 백성 육십 명이라  20 시위대장 느부사라단이 그들을 사로잡아 가지고 리블라 바벨론 왕에게 나아가매  21 바벨론 왕이 하맛 땅 리블라에서 다 쳐죽였더라 이와 같이 유다가 사로잡혀 본토에서 떠났더라  22 유다 땅에 머물러 있는 백성은 곧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남긴 자라 왕이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달리야가 관할하게 하였더라  23 모든 군대 지휘관과 그를 따르는 자가 바벨론 왕이 그달리야를 지도자로 삼았다 함을 듣고 이에 느다니야의 아들 이스마엘과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과 느도바 사람 단후멧의 아들 스라야와 마아가 사람의 아들 야아사니야와 그를 따르는 사람이 모두 미스바로 가서 그달리야에게 나아가매  24 그달리야가 그들과 그를 따르는 군사들에게 맹세하여 이르되 너희는 갈대아 인을 섬기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땅에 살며 바벨론 왕을 섬기라 그리하면 너희가 평안하리라 하니라  25 칠월에 왕족 엘리사마의 손자 느다니야의 아들 이스마엘이 부하 열 명을 거느리고 와서 그달리야를 쳐서 죽이고 또 그와 함께 미스바에 있는 유다 사람과 갈대아 사람을 죽인지라  26 노소를 막론하고 백성과 군대 장관들이 다 일어나서 애굽으로 갔으니 이는 갈대아 사람을 두려워함이었더라  27 유다의 왕 여호야긴이 사로잡혀 간 지 삼십칠 년 곧 바벨론의 왕 에윌므로닥이 즉위한 원년 십이월 그 달 이십칠일에 유다의 왕 여호야긴을 옥에서 내놓아 그 머리를 들게 하고  28 그에게 좋게 말하고 그의 지위를 바벨론에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왕의 지위보다 높이고  29 그 죄수의 의복을 벗게 하고 그의 일평생에 항상 왕의 앞에서 양식을 먹게 하였고  30 그가 쓸 것은 날마다 왕에게서 받는 양이 있어서 종신토록 끊이지 아니하였더라

[설교]

   예루살렘이 함락되었습니다. 예루살렘 함락 후 성전은 파괴되고 성읍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고, 끝까지 예루살렘에 남아 저항하던 100여 명의 무리는 끝내 하맛 땅 리블라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후 유다에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세운 총독, 아히감의 아들 그달리야가 서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기록된 말씀입니다.

   우선 차례대로 하나씩 살펴봅시다. 먼저 느부갓네살의 열아홉째 해 오월 칠일, 예루살렘이 함락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느부갓네살은 이제 자신의 시위대장 느부사라단을 시켜, 예루살렘 남은 성읍을 훼파하게 합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이제 사후 처리입니다. 이미 패망한 예루살렘을 다시금 헐고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어떤 부분들을 파괴했느냐? 가장 먼저 느부사라단은 여호와의 성전을 불태웁니다. 솔로몬 제11년(주전 957년)에 완공됐던 성전은 약 370년이 지나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성전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성전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여호와 신앙’이 이제 명분상으로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을 함의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고대에는 전쟁이란 개념이 언제나 ‘신들의 전쟁’이었습니다. 단순히 인간 나라들 간의 싸움이라기보다 고대에서의 전쟁은 늘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신들 간의 전쟁으로 여겨졌습니다. 때문에 바벨론이 예루살렘에 와서, 가장 먼저 성전을 헐었다는 것은 역시나 바벨론이 섬기는 신이 남 유다가 섬기는 신인 여호와를 이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어디까지나 살아 계신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요. 세상의 헛된 신들이 여호와를 이겼다?! 이런 일은 사실상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전혀 용납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마치 이러한 일이 지금은 현실이 된 것처럼 예루살렘에서 떡하니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여호와께서 패배하신 것처럼, 여호와를 믿는 신자들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그렇게 모든 것이 헐고 파괴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착각했을 것입니다. ‘아! 이제 정말 여호와 신앙은 끝이구나! 여호와를 믿는 사람들은 끝이구나!’ 이렇게 착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예루살렘이 파괴된 이 시점에도 여전히 ‘여호와 신앙’은 살아 역동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그 성읍은 무너지고, 그 안에 있던 온 사람들이 절망을 느낄 지라도, 그럼에도 ‘여호와 신앙’은 여전히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미 살아계신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일들이 있을 것을 미리 예고하시고 준비하시고 계획하시고 주관하시고, 이제 당신의 살아계심을 이 무너진 예루살렘이 아니라 어디서 나타내겠다고 하셨습니까? 바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가게 될 바벨론에서 나타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성도 여러분, 우리는 이렇듯 무너진 성전과 성읍, 절망에 빠진 백성들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안타까워하고 슬퍼해야겠지만,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비록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그럼에도 여전히 자기 백성을 위해 살아계신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상황은 참으로 비참합니다.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본문 끝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한 줄기 소망의 빛을 보십니다. 오늘 본문 27절 이하를 보면, 일찍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유다의 왕 여호야긴이, 예루살렘 멸망 후 약 25년 뒤에 포로에서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여줍니다. 예루살렘 멸망 후 약 25년이면 그래도 시간이 꽤 지난 시점입니다. 이러한 때에 갑작스레 여호야긴이 석방되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석방이 아니지요. 바벨론 왕 에월므로닥은 여호야긴을 석방시키고, 지금껏 잃어버렸던 여호야긴의 지위를 완전히 회복시켜줍니다. 본문 28절과 같이, 그의 지위를 바벨론에 있는 다른 모든 왕들보다 높게 하였고, 본문 29절과 같이, 그의 일평생에 항상 왕의 앞에서 양식을 먹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말 그대로 큰 호의입니다. 전쟁 포로요 한 패망국의 실패한 왕에 불과한 여호야긴을 이처럼 극진히 대접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생각해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고, 또한 이러한 호의 자체가 가져다주는 의미 역시 사실상 매우 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 나라의 왕이 다시금 자신의 잃어버렸던 지위를 회복했다는 것은 곧 그 왕에게 속한 나라, 그리고 그 백성의 지위도 어떻다는 것입니까? 머잖아 언젠가 그 왕이 회복된 것처럼 그 백성도 역시 회복될 것을 미리 예견하여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오늘 본문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이 놀라운 소망의 빛을 온전히 바라봐야겠습니다. 어둠이 드리운 뒤에는, 반드시 빛이 임합니다. 죄와 사망의 권세로 인해 우리 삶이 짓눌릴 때에라도, 그 뒤에는 반드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비추실 소망의 빛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며, 삶의 여정 속에서 결코 낙심하지 말고, 우리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주님께서 비추시는 이 소망의 빛을 봄으로써, 오늘 하루도 언제나 우리를 소생시키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살아가시는 복된 성도님들 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