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손 원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를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우리는 평소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지내 듯, 크고 작은 행복을 항상 누리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는도 모른다. 그래서 일상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다고 여기는 날도 많을 것이다. 오늘 하루가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고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불행할 것이다. 행복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면 지금 이 순간 부터 행복하다고 생각 해 보자. 밤잠을 자기 직전에 하루를 회상하며 행복한 하루였는가를 평가하지 말고, 아침에 눈뜨면 행복하다고 여기고 하루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나는 여태 이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성의 시간겸 나의 행복관을 정리 해 보기로 한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행복은 스스로 얻고 느껴야만 한다. 남이 나를 대신하여 앓아 줄 수 없듯이 어느 누구도 내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다. 스스로 행복해 하고 행복을 담을 그릇을 준비함은 자신의 몫인 것이다.
행복을 느끼자면 많은 꺼리가 있어야 하는데 꺼리가 없다고 하기 보다는 꺼리가 수두룩하다고 여겨보자. 유행가에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벌을 건졌잖소"라고 했다.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우리는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침에 일으나면 밥상을 챙겨 주는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나의 피를 이어 받은 자식과 손자가 있어 행복하다. 훗날 그들이 모두 건승하여 대를 이어가고 집안을 번창하게 할 수 있믈 것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 오고 인터넷 카페서 나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텃밭을 가꾸고 무럭무럭 자라는 작물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
달력에 표시한 모임날자를 기다리는 것이 즐겁다. 뿐만아니라 공휴일과 불금(Friday night fever)이
있어 좋다. 무엇보다도 명절과 잔칫날이 다가오고, 친구와 만날 날이 가까워 져 행복하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가 있어 행복하다. 가끔 글을 쓰서 카페에 올리면 그 글을 읽어 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그러고 보니 살아가는 일상이 행복꾸러미 인 듯 하다.
오늘은 어제 죽은자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하루라고 했다. 소박하게나마 하루를 더 산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것이다. 눈부신 햇빛아래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실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여기에 가지가지 조건을 추가하며 만족을 얻고 더욱 행복을 추구하지만 늘 부족하다고만 한다.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
법정스님은 "무소유"로 창생을 일깨우셨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범인이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삶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내려 놓고 비우다 보면 심신이 정갈하고 가벼워져 보다 행복해 질 수가 있다.
나는 일상을 단조롭고 완성형으로 살아가고 싶다. 직장을 은퇴할 당시 동료들 중 일부는 재취업을 하기도 했다. 재취업이라기 보다는 산하기관에 낙하산으로 가서 2~3년을 더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정관예우에 불과해서 마음이 무거워 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완전한 백수가 되었다. 한편으로 백수는 수치일 뿐이다. 사회활동에 참여하여 유익한 삶을 살아야하나 현실은 재취업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안빈낙도 하는 것이 차선일 수 밖에 없다. 가족등 공동체에 기여 할 수 없는 삶이라면 적어도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매사에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사는 것도 방법일 수가 있다. 내려 놓고, 유유자적하게 사는 것이 소박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오뉴월일지라도 하루해가 짧은 느낌이다. 쏜살 같은 세월이라고 했다. 소년시절, 청년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일흔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 나이에 행복이 무엇일까 늘 고민해 보기도 한다. 답은 현실에 만족하자는 것이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동녁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것, 배란다에 날아드는 비둘기의 아침인사를 맞이하는 것, 그때까지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 손주의 해맑은 얼굴과 나날이 늘어가는 재롱을 보는것, 주말이면 아버님을 찾아 뵙고 보살펴 드리는 것이 보람이고 작은 행복이다. 시골 간 김에 밭에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
농사 지식이 없어 실농을 할지라도 밭을 가꾼다는 긍지를 갖는다. 손이 닿지 않으면 얼마지나지 않아 숲으로 변할 밭뙈기의 잡초를 제거하니 온전한 밭으로 유지가 된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밭뙈기를 가꾸니 아버님은 대견해 하신다. 햇볕에 얼굴을 그을려가며 고추심고 감자심어 수확하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행복은 바로 손 닿는 곳에 있음을 새삼 느낀다. 행복에는 조건이 없다.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고 작은 행복이 쌓이면 장차 큰 행복으로 다가옴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2022.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