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 입대를 12월24일에 했다
되게 재수없는 놈이라 생각했다
입대 한 달전부터 뭘 남기고 군에 갈까 생각했다
주위에선 날 소심한 놈으로 낙인 찍고 있었다
부아가 치밀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타들고 버스를 탔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비전스, 타임, 엘콘도르파사 등을 불렀다
승객들은 깜짝 놀란다
웬 미친놈이 버스에서 기타치며 노래 불러?
혹은 ,어쭈구리 멋진놈이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버스기사는 방해할 목적으로 라디오 볼륨을 크게 올리기도 했다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보는 승객이 더 많았을
것이다
노래 다 부른 다음에 일어나서 또 목청 높인다
버스타신 승객 여러분,
저는 연필장수입니다 연필 한 자루에 10원입니다 팔아서 남은 돈 불우한 이웃에 도와주도록
하겠습니다
승객들은 의외라는 표정이다
내가 사기꾼처럼 안 보였나보다
여기저기서 연필을 팔아준다
어떤이는 10원짜리를 100원에 사기도 한다
꽤 신났다
내가 버스에서 내리면 승객들은 신기하듯이
쳐다본다
ㅡ사진 상단에 스킬자수는 92번 버스안내양이
직접 떠서 선물해 준 것이다
내가 송창식 닮았다는 이도 있고,누구는 서수남
닮았다고 하기도한다
여대생이 따라 내리면서 제의하기를,
,우리 학교서 카니발 있는데 와 주실 수 있으세요, 이러기도 했다
왕십리에서도 어떤 젊은이가 제의했다
,명동 실버타운 살롱에 7인조 그룹 라스트찬스가 공연하고 있는데 한 명이 군입대를 한다
거기에 대체 멤버로 들어올 수 있겠냐
내일 청자다방에서 만나자 소개시켜 주겠다,
헉! 세상에 이럴 수가
난 기겁했다 실력없다고 손사래쳤더니
,아닙니다 그정도면 됐습니다,였다
당시 라스트찬스는 히식스 다음으로 인기있는
장발의 보컬팀이었다
아이고, 저도 한 달 후면 군대갑니다
좌우지간, 난 연필을 신나게 팔았다
목이 타면 박카스를 사먹었다
배고프면 호떡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동아일보사 방문하여 연필 판돈을 내놓았다
그 다음날 동아일보 사회면 밑단 ,오아시스,난에 성금기사가 나왔다
주위에선 내게 손가락질하는 사람 꽤 있었지만
아버지만은 내게 ,혁명했다,고 대칭찬을 해줬다
그리고는 내게 담배 한 가치 권했다
나는 생전처음 아버지 앞에서 맞담배질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공병대에 들어가 골병들었다
ㅡ입대 직전 광화문 지하도에서
버스커였을 때 복장이 이러했다
버스에서 노래 부르고 연필 팔다!
내 인생 일대 획기적 사건이었다!!!
첫댓글 암튼 심샘은 천재 괴짜 혁명입니다.ㅎㅎ
용기도 대단하고요
그 기백은 대단하십니다.
멋지십니다.
그때 알았더라면 졸졸 따라다녔을텐데 ㅎㅎ
연필도 막 사고
너무 꼬맹이라 돈이 없겠다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편한밤되세요
괴짜가 천재일 확률은 꽤 높다고
최신해 정신과박사는 말했습니다
저는 음악, 창,연기와
말 재주등에 소질이 없어
버스킹은 구경만 했습니다.
버스킹도 하시고
불우 이웃도 도우시고....
심선생님은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비전스,타임,
엘콘도르파사는
지금 불러도,
들어도
그리운 노래입니다.
라스트찬스,
히 식스
청자다방등은 칠십년대의 젊은이들은
기억하나,
지금의 육십대들은
기억이 희미할 듯
할 것입니다.
다행히 7일에
옛 그룹사운드의
공연이 있다고
전해 들은 것 같은데,
어딘지는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확인하여
올릴 수 있으면
올려보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심선생님 삶의 내력을 읽으면
늘 한 겨울에
살얼음 조각이 둥둥 떠있는
찬물을 한 바가지 들이킨 듯 상큼해지면서
짜릿합니다.
누구나,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을 살아오신 분.
버스 안의 버스킹.
괴짜라고도 할 수 없으면서 괴짜이시고.....
괴짜든 아니시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버스킹은 아무나 하나
대단한 카수 네요
노래 그림 글 팔방미인이시네요
재주가 비상하셔요
인간문화재십니다
버스 안에서 노래하는 동안 킹이죠.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요즘 시대에 그렇게 했더라면
신고 접수 되었을 것입니다.
심선생님의 글이 묘하게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