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꽤 감동적인 편이었고 실제 있던 일을 각색한 것 같으니 건들지 않겠습니다.
꽤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좀....살짝 더 신경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거슬리는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 아래는 강스포가 함유되어 있으니 보실 계획인신 분은 그냥 넘기시기 바랍니다.
1. 남한 6인방의 비중 조절
처음에 남한측 인물을 보여줄 때 남3-여3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극 중 너무 티나지 않게 서로의 성격과 롤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 대사의 아랫사람(직함이 기억 안나니 부하라고 하겠습니다.)과 참사관의 알력 다툼과 서로간의 성격 차이를 통해 앞으로의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은 꽤 기대감을 유발시키더라고요.
여기까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제가 초반에 이해한 롤은 이랬습니다.
- 대사: 포용력으로 참사관과 부하간의 트러블 방지, 조율 및 앞으로 전략전술의 총사령관
- 참사관: 건방지지만 배짱이 두둑하고 첩보전을 위주로 임기응변에 뛰어남. 하지만 디테일은 떨어짐
- 부하: 상하관계를 중시하지만 동시에 나이에 대한 서열도 중시하는 당시 사람이며, 성질이 덤벙대서 급할 땐 실수하고 창의적이지도 않지만 충직하고 평상시엔 디테일함
그래서 전 적어도 이런 장면들이 하나씩 나오지 않을까 했습니다.
- 참사관의 블러핑이 빛을 발하여 위기 모면
- 하지만 참사관의 디테일 부족으로 위기가 다시 옴
-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상황을 부하가 준비해 둬서 위기 모면
- 하면서 둘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대사의 컨트롤 비법이 누출되며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옴
- 그 때 진짜 위기가 오는데
- 역시 참사관이 멋대로 능력껏 해결하려 하지만 힘에 부침
- 여기서 끝인가 할 때 'X 같은 새끼, 제대로 수습해라' 같이 사이다 발언 한번 하고 부하 희생(하려고 함)
같은 스테레오타입적인 버디무비 느낌을 기대했는데요.
알고보니 참사관은 진짜 능력자였고, 부하는 전혀 쓸모없는 짐덩어리더군요. 그냥 인슐린 셔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분명 대사는 침착하게 상황을 조율하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데도 참사관이 좀더 튀는 모습을 보이며, 어떻게 보면 대사가 참사관에 묻어가는 듯한 인상이 들때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부하는 개그캐로 비중이 떨어지더군요. 심지어 그 덤벙대는 것 때문에 보고 있기 힘들정도로 멍청해 보였습니다. 나중 가면 초반 갈등이 빛을 바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런 인물이면 이미 먹혔을텐데? 같은.
2. 본인 메시지에만 충실함
이 영화는 북한과 남한 사이가 화합할 수도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남북한이 만나서 위기를 벗어난다는 상황이 극적이기에 영화 소재로 쓰였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아쉬운 점은 이를 위해서 남북한이 서로 믿기는 힘들다,에 대해서는 작중에서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로만 보여주더라고요. 오히려 위기는 쉽고 화합은 어려운 걸로 생각되는데, 화합이 영화 내에서 상당히 빠르게 됐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깻잎 하나 잡아주고 친해지는건 좀...
사실 이 부분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느낌이 다를 수 있어서 길게 말하진 않겠습니다만, 요즘 이런 사실 기반 영화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보니 제가 더 불편한 걸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남북한 화합 메시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영화도 사실 기반이었거든요. 제목도 영문으로는 비슷합니다. 이건 <이스케이프 프롬 모가디슈>고, 제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는 <이스케이프 프롬 프리토리아>거든요. 한국명 '프리즌 이스케이프'....한국명?
내친김에 스포 더 하자면, 이스케이프 프롬 프리토리아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두가지 나옵니다.
1) 우리는 남아공 인종차별 철폐, 구시대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운동했으며, 우리가 감옥에 있음으로써 모두는 우리를 기억한다.
2) 남아공 정부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며, 우린 이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 그들이 감옥에 우릴 가두었다면 우린 이 감옥을 벗어날 것이다.
전 둘다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번이 이 영화의 주제이자, 분명 끝까지 투쟁하고자 하는 의지가 서려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1번은 내부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역시 남아공에 남아서 무언의 투쟁을 하고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번은 감옥 안에서 사람들과 같이 고초를 겪으면서 변하지 않는, 그들이 자신들을 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밖의 자들에게 복수심과 투쟁의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왜 1번을 더 길게 썼냐면, 영화는 2번을 강조하면서 1번 사람들에게 그 방식은 잘못됐다고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2번이 더 극적이고 이후 그들은 남아공을 위해 외부에서 노력했습니다만, 1번이 아무것도 안했나? 그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반감이 들었습니다. 왜 1번에게 뭐라고 하지? 2번도 2번 나름대로 잘 하고 있으면 되는 거잖아.
모가디슈는 저에게 그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영화 배경으로 남북분단 40년이 지났었고, 그 40년동안 전쟁이 일어날법한 도발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화 중후반까지는 서로 제대로 믿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반부까지 민족대화합이 이뤄지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아직 빌드업이 제대로 안됐는데. 아니 이제 수비수들이 볼 돌렸잖아. 방금 미드필더한테 공 줬다가 다시 수비수한테 백패스 했잖아. 왜 갑자기 포워드한테 공이 가있어? 왜 골이 들어가? 왜 뿌듯한거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두 생각이 거의 대등하게 힘싸움을 했더라면, 오히려 그 편이 인물들의 고뇌를 더 느끼게 하고 서서히 밀리는 모습에 사람들이 더 감동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아쉽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봤습니다.
"요즘 같은 코시국에 영화 만드는게 쉬운 것도 아니고, 만약 코시국 전에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개봉을 미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라고 생각하고 봤기 때문에, 사실 이정도면 상당히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소말리아의 막장 상황도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북한 대사관이 털린 장면은, 예상은 했지만, 이솝우화에서 사자의 입에 낀 가시 이야기가 확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가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크루엘라, 블랙 위도우, 모가디슈인데 크루엘라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 블랙 위도우 >= 모가디슈 순으로 재밌었네요....어?(..) 앞의 둘이 좀 많이 재밌긴 했습니다.
남북한 감동 스토리에 이렇게 말하려니 애매하긴 합니다만,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습니다.
첫댓글 아무래도 조인성이 간판이다 보니까 정만식(서기관) 쪽은 곁다리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김윤석은 공관장인데도 안기부에서 나온 조인성에게 은근 얹혀가는 느낌이 들었죠. 이 부분은 저도 살짝 아쉬웠습니다.
남북갈등 관련된 부분은 마지막 씬에서 어느정도 정리가 된 느낌이었네요. 김윤석과 허준호(북한 대사) 등 개개인끼리는 인간으로서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지만, 케냐 공항에 마중나온 안기부/보위부로 대표되는 남북대결의 시대적 상황 앞에서 개인적 화합은 묻힐 수밖에 없다는 메세지..?
여담으로 실제로는 남북한 공관 직원들끼리 우연히 만나서 무난하게 협조하면서 탈출했다고 하네요. 그 과정에서 북한 대사관 쪽 직원이 총탄에 맞아 죽은 것까지 실화고…
맞아 죽은게 실화라니 ㅜㅜ 사실 혹평했지만 블랙호크다운과는 또 다른 느낌의 소말리아라서 재밌게 봤습니다. 뭔가...뭔가 더 첨예한 갈등을 원했는데... 그게 조금 안된게 아쉬운 정도네요.
@통장 재밌게 보고 나왔는데, 만약 인터넷이 안되는 곳으로 멀리 떠나게 됐는데 거기서 볼 영화를 몇개만 골라라… 라고 했을 때 굳이 들어갈 것 같지 않은..?
딱 10점 만점의 7점 정도 되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E.샤츠슈나이더 사실 재밌게 봤으면 충분하죠 ㅋㅋ 보고 감동받은 영화가 많아지니까 7점으로 재밌게 봤으면 됐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눈물 날 정도의 감동이면 더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