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웬만한 식당의 밥을 먹어보면 좋은 쌀을 써서인지 밥맛이 괜찮습니다.
저는 좋은 쌀을 써서 지은 밥은 반찬 없이 간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쌀로 지은 밥이 아닌 것은 반찬이 좋아도 먹기가 힘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별로 좋지 않은 일을 말할 때나 재수 없는 사람을 얘기할 때에 '거거 밥맛이야, 개 밥맛이야'라고 하던데 법맛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밥맛보다 더 중요한 맛은 찾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은 사라져서 옛날 얘기 속에서나 나올법한 정부미(政府米)는 한 때 식당에서 많이 썼고 군대에선 다 이걸로 밥을 지었는데 어떤 때는 꽁보리밥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정부미는 통일볍씨로 키운 벼를 도정한 쌀이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쌀이 남아 돌아간다고 얘기하고 씰도 좋은 품종으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가서 밥을 먹어도 크게 차이가 업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그게 한 10년 남짓 된 이야기이고 1980년대만 해도 쌀밥을 먹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쌀이 부족했습니다.
1970년대 말에 제가 군대에 갔을 때는 군대에 와서 처음 쌀밥을 먹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때 까지는 논 한 마지기에서 쌀이 세 가마가 채 안 나올 때였고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여섯 가마가 나온다고 할 때입니다.
그 여섯 가마가 나오던 통일벼는 안남미(安南米) 계통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품종을 인디카라고 하던데 우리가 먹는 자포이카 계통과는 전혀 다른 품종입니다. 쌀의 길이가 길쪽하고 가는데 찰기가 없어서 손으로 뭉쳐서 먹는 동남아 사람들의 주식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고 통통한 자포이카 계열은 한국과 일본, 대만 그리고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먹는 찰기가 많은 쌀입니다. 이 자포이카라는 말이 일본의 저팬에서 온 말이라 심기가 편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런 쌀이 더 맛이 좋다고 얘기합니다. 물론 그게 맞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런 쌀로 지은 밥을 오래 먹어 온 사람들 얘기이고, 인디카 계통의 쌀로 지은 밥을 먹어 온 사람들은 우리 쪽 계통의 쌀로 지은 밥은 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중국의 남서쪽인 귀주성에서 한국에 유학을 왔던 가이드 얘기를 들으니 그쪽 사람들은 우리 쌀로 지은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결국 모든 맛은 자기 입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는 생각입니다.
사람의 입은 어느 입도 객관적이거나 맛에 대해 공평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길들여진 익숙한 맛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고기나 특정한 부위가 더 맛이 좋다고 강조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자기 입에 길들여진 입맛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