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내세운 목표는 금메달 열 개를 따서 10위 안에 드는 거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건 상당히 겸손한 표현이고 내심 금메달 열두 개 이상이었을 것이고 6,7권에 드는 게 실질적인 목표였을 것입니다.
지금 여섯 개를 따고 주춤하고 있지만 펜싱과 유도에서 적어도 네 개, 많으면 여섯 개 이상을 바라봤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게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였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유도와 펜싱은 세계 랭킹 최상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여럿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지금과 같은 현실을 예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으로 유도에선 금메달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펜싱도 기대했던 선수들은 줄줄이 탈락하고 예상 밖이었던 선수가 금메달을 하나 건졌습니다. 저는 이것이 현실이고 우리가 잘못 대처했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랭킹 1, 2위가 되면 그 선수에 대한 집중적인 대책과 연구가 시작됩니다. 그 선수를 이겨야만 금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계 1위가 되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도전해 올지 몰라서 오히려 더 불리해지는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서 세계 랭킹 1위들이 줄줄이 4강에도 들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양궁은 상대와 직접 겨루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그나마 나은 거였고, 유도나 펜싱은 상대와 직접 겨루는 방식이니 세계 랭킹 상위에 올라 있는 선수들에 대한 집중 연구와 견제가 충분히 먹힌 것입니다. 배드민턴이나 그 밖의 종목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제 금메달을 기대할만한 종목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아직 태권도에서 두세 개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태권도에서 우리가 금메달을 여러 개 따는 것은 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해외에 나가 애 쓰고 있는 우리나라 태권도 사범과 코치들을 위해서 태권도에서는 우리가 한두 개만 따는 게 더 나은 젼략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주먹구구식으로 경기에 임하는 우리나라 여러 종목의 협회들은 이번 기회가 정말 반성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양궁에서 네 개의 금메달을 다 가져 온 것은 어떤 파벌도 없이 오로지 그날, 그날의 실력만으로 선수들을 선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지만 다른 종목의 협회와 지도자들은 그걸 애써 외면했다가 이번에 큰 코 다친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