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지난 11월 중순
예년에 비해 빨리 고교 동창 송년회를 가졌다.
고교 시절 학생 수가 학년 당 보통 480명이상 이었으나
5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작고한 친구가
공식적으로 150명이상이고 행불자도 100명 정도이니
살아 있고 열락이 되는 동기생이라야 겨우 230명 내외다.
그 중에 80명이상이 동창회 모임에 나왔으니
생각보다 꽤 많이 나온 편이다.
특히 우리 동기생들은 다른 기에 비해
소 모임이 활성화 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의 참석에는
물론 동창회장과 임원들이 많은 노력도 있었지만
소모임의 임원들도 참석을 독려하며 힘을 보탠 것도 사실이다.
만나는 친구들의 면면을 보면
대개 이모임 저모임에서 자주 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기회에 몇 년 만에 보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반갑다.
이름은 입에서 뱅뱅 돌지만 기억이 안 난다.
왜 아니 그러랴.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흘렀는데
그러나 오래간만에 만나도
만나는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좋다.
친구들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나
머리는 허였게 세어 있고 얼굴에는 주름살로 도배를 했다.
어딘들 한두 군데 안 아픈 사람들이 없어 보인다.
허리가 아프던가, 구부정하거나, 다리를 절거나,
그 나이에 걸맞게 변해 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나이가 들어도, 몸이 다소 불편해도
이렇게나마 친구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하고 고마운 일이다.
세월은 이렇게 흘렀어도 아직도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친구를 가려가며 사귀는 친구가 있어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친구들에겐 세월의 흐름도 관계없단 말인가.
그런 친구 대부분은 모든 여건도 다 갖추어져 있고
동창들도 그렇게 보고 싶어 이야기들 하는데 안 나온다.
안 나오는 이유는 아무개가 보기 싫어서 마음에 안 들어서 등...
이유 같지 않는 이유를 들이댄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친구 사귐을 가리는 친구가 있다고 하니 소문이길 바랄 뿐이다.
이제는 그럴 나이가 지났고 남은 인생도 많지 않다.
남은 인생 멋지고 활기차게 지내려면 되도록 많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동행하여야만 기는 길이 편하고 외롭지 않다.
이것이 곧 아름다운 동행의 시작이다.
내 주위에 관포지교(管鮑之交 - 管仲과 鮑淑牙의 사이,
아주 친한 사이)나 문경지교(刎頸之交 - 생사를 같이 할 수 사이)와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이냐 말이냐,
비록 이런 친구는 못 된다 하더라도 이런 친구는 되어서도 안 된다.
내 군대 동기생은 18명이다.
군대에서나 사회에 나와서도 같은 직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제대 후에도 자주 만난다.
일 년에 세 네 번 모임을 갖는다.
그런 각별한 동기생도 이제 12명만 남았다.
그 중에 한 동기생은 참 특이하다.
동기생 모임에도 한 번도 안 나오다가
자기 아들 딸 혼사 때에만 잠깐 얼굴만 비치고
챙길 것은 다 챙기고 나서 동기생들의 경조사에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그러던 친구가 몇 달 전에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애석하기는 하지만 찾아간 동기생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친구의 배웅 없이 인생을 쓸쓸하게 하직했다.
죽음은 누구나 맞이한다.
그러니 외로운 죽음을 맞지 말고 Well-dying 합시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친구가 아니라면
굳이 멀리 할 필요가 없고
가려가며 친구를 사귈 필요도 없다.
지난 번 동창회 송년 모임에서도
아직도 그런 친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며
나도 남이 보기에 혹시 그런 친구 중에 하나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친구란 진정 내가 모르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
만남이란 언제나 여러 즐거움을 한데 묶어놓은 듯 한
짜릿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만남 자체는 끈끈한 우정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다.
이 얼마나 중요한 가.
허니, 점점 줄어만 드는 친구들
겉으로 친구를 볼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새기며 봅시다.
그리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냅시다.
벌써 달력도 달랑 한 장이 남았다.
연말도 친구들을 생각하며
남의 삶에 보탬이 되는 일은 없는지
살펴가며 한 해를 마무리 하리라.
2016년 12월 2일
첫댓글 좋은글 감상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