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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옥 기술위원/한태일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는 각급 국가대표팀의 주요 경기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의 전문적인 경기 관전평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번 월드컵 2차 예선 베트남전은 서현옥 기술위원(55)의 관전평을 게재합니다.
서현옥 기술위원은 동아고와 중앙대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1975년 금호고 창단 감독으로 처음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이후 동아대(1978-91)와 중앙대(1992-98), 호남대(1999-2001) 감독을 역임하면서 전국대회에서 총 10번의 우승을 기록했고, 이후 전남 드래곤즈(2002-03)에서 수석코치로 재임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유니버시아드 대표팀(85 고베대회)과 U-19 대표팀(86 사우디대회)에서 코치로 활동한 바 있으며, 1997년 동아시안게임에서는 감독으로 참가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1994년부터 97년까지는 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2004년부터 다시 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어제 베트남과의 경기는 선수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았다.
대표팀은 기본적으로 3-5-2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공격적으로 숫자는 많았지만 서로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동선을 만들면서 침투해 들어가는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상대 선수들이 수비진에 모두 들어와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움직임도 없이 전부 서 있는 상태에서 패스가 연결되니 좋은 공격이 나올 수 없었다. 공격라인이 서로 움직임을 갖고,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자리를 침투해 들어가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다.
베트남이 한 수 아래인 것은 분명하고, 중앙을 두텁게 한 밀집수비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 내내 중앙으로의 돌파를 주 공격루트로 삼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후반에 이천수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크로스를 올려줘 이동국이 득점으로 연결한 것과 같은 장면이 전반부터 좀 더 많이 연출됐어야 한다.
차두리의 퇴장이 승부의 분기점
어제 경기에서 분기점이 됐던 것은 차두리의 퇴장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차두리의 퇴장은 팀에 있어서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1명이 퇴장당함으로써 숫자적으로는 불리하게 됐지만,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는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일단 베트남이 약체였기 때문에 10:11 게임에 대한 큰 부담은 없었고, 오히려 선수들이 ‘아차’하는 마음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좀 더 경기에 집중해서 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드필드에서의 밸런스 아쉬워
선발 라인업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데, 먼저 한 수 아래인 베트남이 밀집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나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차두리를 선발로 넣는 것은 조금 부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차두리는 스피드와 파워가 탁월한 선수인 반면 기술적으로는 아직 미흡한 면이 있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치는 경우라면 차두리의 스피드를 충분히 활용할 공간이 없고, 따라서 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너무 공격적으로 선수를 배치하다보니 미드필드에서의 밸런스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어제 경기에서는 이천수(누만시아)가 3백 수비라인의 바로 앞까지 내려와서 소위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해주면서 볼배급을 하다가 공격으로도 나가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천수가 공격적으로 나갔을 때 이천수의 그 자리를 메워주는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이천수가 코너킥을 차러 상대 진영 끝으로 올라갔을 때 이천수의 원래 자리에 누군가 내려와서 지켜줬어야 했다. 그런데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대 역습 시 미드필드에서의 1차 저지선이 없었고, 따라서 3명의 수비라인은 허겁지겁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예가 아니더라도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송종국과 이영표 등의 뒷공간도 메워줘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공격만 신경 써서 들어가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지켜주고, 뒷커버를 해주고, 상대 공격의 맥을 끊어주는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천수는 그 위치에 맞는 선수는 아니다. 상대가 약체이다보니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그렇게 배치를 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배치로 인해 오히려 이천수가 공격적으로 더욱 잘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고, 수비적으로도 간간이 날카로운 역습을 허용하게 됐다고 본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전문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가 1명 배치되었어야 미드필드에서의 밸런스가 유지됐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
공격의 원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제 대표팀의 공격진은 문전에서의 정확성이 떨어지며 좋은 득점기회를 여럿 놓쳤다.
공격진의 숫자는 많았지만,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유기적인 포지션체인지가 아쉬웠다. 어제 경기에서 이동국과 안정환이 미드필드로 자주 내려오긴 했지만, 그 틈을 노려 침투해 들어가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격의 원칙은 깊게, 넓게, 교란, 침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격원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서로 서 있는데다가 패스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상대도 모두 예측하고 있는 그런 패스로는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어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최성국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상대가 기술적, 체력적으로 약한 것을 노려 최성국을 투입해 변화를 주고 상대를 당황하게 한 것은 좋았다. 시기적으로 적절한 교체 타이밍이었다.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선 상황에서 헤딩력이 뛰어난 장신 스트라이커 1명쯤 조커로 기용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에 대한 사전대비가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의 1차전에서도 베트남은 수비를 단단히 하고 역습으로 몇 차례 날카로운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공격을 위해 공격적인 선수를 많이 투입한 것은 좋지만, 숫자가 많다고 공격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공간침투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우리 진영으로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대표팀도 볼을 돌리면서 상대가 나오길 기다렸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나오지 않았다.
어제 경기를 보면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공격이나 미드필드에서 압박이 들어갔다. 그러나 베트남 같은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지역에서는 압박을 풀어서 상대가 공격지역으로 슬금슬금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싶다. 상대가 우리 진영으로 들어왔을 때 단번에 공격으로 전환해서 공간침투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 것 같다. 경기리듬의 변화 없이 계속 공격만 해서는 상대를 끌어낼 수가 없다.
수비에 있어서도 3명간의 호흡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였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미드필드에서의 1차 저지가 없다보니까 힘들긴 했겠지만,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너무 일자로만 3백라인이 유지되었다. 상황에 따라서 1명이 앞으로 나가고, 2명이 뒤를 커버할 필요도 있었는데 3명의 수비가 모두 뒤로 물러나기만 했고, 결국 위협적인 상황을 내주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 서현옥 기술위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