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깃든 삶,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
다시 태어나면 산동네 비탈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 사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눈송이를 배달해주는
씩씩한 택배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재벌과 플랫폼 업자들이 다 나눠 먹고
티끌 같은 건당 수수료밖에 안 떨어지는
이승의 목마른 비정규직 택배 일 말고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랑의 원소들
이 추운 겨울날 저 따뜻한 햇볕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온정과
눈부심을 배달하는 무욕의 택배기사
―송경동(1967∼ )
옛날에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돈 잘 버는 직장에 가게 된 한 시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부러워했다. 그래서 시인은 낮에 웃었다. 그런데 밤에는 시가 써지지 않는다고 울었다. 나는 그 밤을 훔쳐본 적이 있다. 그때 사회적인 활동과 시 창작은 서로를 밀어낸다고 생각했다. 바깥을 열심히 쳐다보면 그만큼 내면을 적게 바라보게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송경동 시인을 보면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운동가 송경동은 시인 송경동을 밀어내지 않는다. 시인 송경동은 단식하는 송경동을 잊지 않는다. 그가 어떤 현장을 열렬히 고민하면 그것은 다시 시로 열렬히 옮겨진다. 시를 보면 어디 하나 고운 풍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의 씩씩함은 이상하게도 사람을 눈부시게 만든다. 이런 시인도 우리에게 있다. 아니, 우리에게는 이런 시인이 있어야 한다.
송경동 시인은 최근의 시집에서 “이 세계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시인이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 그 속에서 살 자신의 모습은 오늘의 시에 새겨져 있다. 그것은 시인의 마음에 있고 시 속에 있지만, 우리 현실에는 없다. 추석이라 또 얼마나 많은 택배가 오고 갈 것인가. 그런데 우리 곁에는 반가운 택배 상자만 있고, 씩씩하고 눈부신 택배 기사는 없다.
✵ 송경동(1967∼ ) 전남 벌교 출생.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을 시작했다.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에 답함>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천상병문학상, 고산문학대상, 5.18들불상 등을 수상했다.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고 르포 작가 박수정과 혼인했다.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고, 용산참사 때 구속된 철거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다. 2017년 미당문학상 후보에 자신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주최 쪽 중앙일보사의 연락을 받고 “적절치 않은 상”이라며 거절했다. 현재는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인 탄압 진상을 밝히기 위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간사로 일하고 있다.
어려선 소문난 악동이었다. 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에 ‘봄비’를 주제로 시를 써 오라 했다. 숙제니 할 수 없이 써냈는데 처음으로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그 칭찬이 고마워 ‘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다. “작가가 되는 건 급하지 않다. 먼저 철저한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해방 전후 시인 유진오 시인의 말이 멋져 지금껏 ‘거리의 시인’으로 살고 있다.
✺ 조계종 신임총무원장 진우 스님, 09월 02일 조계사 대웅전서 고불식
|“연꽃처럼 마음의 그림자 걷어내는 불교로”
|“물질 풍요한데 삶은 평안하지 않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2일 열린 고불식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오늘 총본산 조계사 도량에는 연꽃향이 그윽하고 화합과 안정의 서원이 일심을 이루었으니, 거룩한 부처님께 고하여 올리는 마음 또한 청정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으로 당선이 확정된 진우 스님(61)의 말이다. 진우 스님은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고불식(告佛式)에서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맑게 걷어내고 불안한 국민의 마음은 깨끗하게 씻어내어 희망과 행복의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매일 축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불식은 의미 있는 일이 있을 때 이를 부처님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총무원장은 전국 3000여 개 사찰 주지 임면과 종단 및 사찰에 속한 재산 처분에 대한 승인권을 갖는 등 종단 행정을 총괄한다. 임기는 28일부터 4년이다. 총무원장으로 단독 출마한 진우 스님은 이날 원로회의 인준을 끝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도 도입 이후 무투표로 당선된 첫 총무원장이다. 2019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이번 선거부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진우 스님은 백운 스님을 은사로 1978년 사미계를 받았으며 고불총림선원과 용흥사 몽성선원에서 안거 수행했다. 신흥사와 용흥사, 백양사 주지를 지냈으며 총무원장 권한대행, 총무부장, 기획실장, 호법부장, 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출처: 동아일보 2022년 09월 02일(금) 사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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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동아일보 2022년 09월 03일(토), 〈詩가 깃든 삶, 나민애(문학평론가)〉》,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