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과 ‘레인보우’
목탁 김한규
삼월 어느 날
양재동 꽃시장을
종아리가 아프도록 걸어서 찾았다
후덥지근한 온실의 내음이
금방 목욕탕에서 나온 ‘주연’이와
‘수현’이 내음이다.
저마다 푸르고 싱싱한
몸매를 한껏 뽐내고
다리를 꼬고
팔을 비틀고
머리를 풀어 헤치고
제법 윤기나는 도팍한 잎을 가진 ‘벤자민’을 찍었다
줄 무늬 무지개 빛 ‘레인보우’도 턕했다
‘자민’은 삼일에 한번
‘보우’는 일주에 한번
마음껏 물을 마셔야 한다
‘자민’이 훨씬 빨리 자랐다
어제는 머리를 깎아 주었다.
‘보우’는 물도 아껴 마시고 조용히 자란다
처음 나들이 하던 날
봄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보우’는 허리가 구부러진 채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까아만 밤을 지샜다
한동안 ‘보우’는 지지대에 기대어 지냈다
이제는 완치된듯하다.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도 쏘이지 못하고
‘자민’이도 ‘보우’도 갑갑한 생활을
묵묵히도 잘 지내왔다
어젯밤
참 무더운 날씨였다
두 놈은 시원한 밤바람도 쏘이고
초여드레 달님 별님을 만나게
베란다에 내 놓았다
아침까지
아무탈없이 잘 지냈다.
귀여운 ‘자민’과 ‘보우’
아침밥을 배불리 먹였다
온종일 방안에서 갑갑할까
창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
“혹 무슨 일이 생기면
소리 질러라”
※ 1994年 봄 수도방위사령부 근무시절 作